Stacks of Wheat (End of Summer), 1890/91, Claude Monet
가을 하면 무언가 색다른 느낌이 듭니다. 형형색색의 풍경이 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고 들판의 풍성한 농작물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기분 좋은 계절입니다.
이 작품은 저녁노을 속의 밀 짚가리를 그린 작품입니다. 시카고미술관 작품 설명에 의하면 이 작품은 1890년과 1891년까지 현장에서 여러 이젤에서 동시에 그림을 그리고 스튜디오에서 그림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1891년 5월 파리 뒤랑뤼엘 갤러리에 이 캔버스 15점을 나란히 걸었고 전례 없는 비평과 경제적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모네를 크게 알린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작품은 전체적으로 밝게 보입니다. 실제 석양이 지는 쪽에 있는 사물을 바라보면 이렇게 밝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역광이라 조금 어두워야 정상이라고 하겠지요. 그런데도 작품 속 산과 짚가리는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으면서도 밝게 보입니다. 아마도 화실에서 마지막 작업을 할 때 의도적으로 그렇게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인상주의하면 모네입니다. 자연의 빛과 그림자의 색채를 중요시했다고 하지요.
짚가리는 우리 농촌 들녘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었지요. 논에서 벼를 베고 나면 짚가리를 만들어 말리고 탈곡하는 과정을 거쳤으니까요. 풍성한 수확의 상징물이라고 하겠습니다. 지금은 기계화되면서 이런 모습이 아닌 둥근 형태로 비닐에 쌓여 저장되어 있지요. 아무튼 아주 낯익은 그런 풍경이라 더 정겨운 작품입니다.
커다랗고 풍성해 보이는 짚가리는 가을의 추수, 수확을 끝낸 농가를 연상하게 하지요. 봄부터 여름까지 쭉 관리해 온 농작물의 수확을 하는 기쁨을 누린 풍경입니다. 누가 보아도 농촌의 목가적인 풍경으로 보일 수밖에 없겠습니다.
저녁 햇살이 따뜻함은 그림자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길게 늘어진 햇살이 풍경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 줍니다. 작품은 우측의 짚가리를 더 높이 크게 표현함으로써 풍성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여유로움을 보여주는 상징이 되겠습니다. 들판을 감싸고 있는 작은 언덕은 아늑하게 만들어 주고 부드러운 색감을 통해 더 따뜻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능선 뒤로 펼쳐진 하늘의 노을이 주는 빛이 황홀하게 느껴집니다. 능선이 붉게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는 것이지요. 올해 농사는 대풍을 이루었음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높고 큰 짚가리가 이야기하는 황금들판 그리고 석양이 주는 색을 통해 가진 자의 여유로움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색감과 분위기는 정원을 그린 작품에서도 느껴집니다. 여유로움과 풍족함이 드러나지요. 모네의 연못 작품을 통해서도 즐겨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