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이 메마른다고 말한다.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얻은 결과처럼 나타난다.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체력도 정신도 무너지기 직전이다. 삶의 힘겨움이 드러나는 현상이다. 이럴 때 우리는 무엇을 찾는가.
그럴 때 대안이 필요하다. 지금하고 있는 것 이외에 무엇인가 잠시 휴식이 필요하다. 다양한 것에 대한 관심도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을 통한 다른 세상 이야기도 필요하다. 음악 감상을 통한 여유도 필요하다. 그림을 보면서 감정을 도닥이는 여유도 필요하다. 영화 한편을 보면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쳐내는 시간도 필요하다.
어느 날 나이 든 이가 눈물을 흘리면 늙었다고 말한다. 젊었을 때는 넘치는 눈물도 감추며 이겨내었기에 눈물이 보이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는 그 감정에 눈물이 흐를 때 거리낌 없이 흘러내리게 놓아둔다. 눈물이 주는 그 자체가 주는 안정적인 효과다. 예술이라는 매체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흔들어 놓는 시간이 필요하다. 삶의 충전 기회다.
어느 날 메말라가는 감성을 느낀다면 예술 앞으로 다가가기를 권해본다. 누구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은 혼자만의 시간으로도 충분히 메마름을 촉촉이 적셔 줄 수 있는 영양분이 가득하다. 나는 그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작가가 느끼는 감정 교류가 좋다. 내가 바라보는 관점과 작가가 왜 이 그림을 그렸는지 상상하고 추정하는 시간 동안 새로운 감정을 만들 수 있다.
전시관에서 본 작품, 엽서 한 장을 통해 본 작품, 작가와 대화로 얻어지는 작품의 느낌 이 모든 것이 잊혔던 감정의 기복을 도닥여준다. 항아리 속의 출렁대는 물결을 바가지 하나를 얻어서 흔들림이 없게 만드는 삶의 지혜처럼 작품은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전해준다. 감정이란 생각이 깊어질 때 요동친다. 메말랐다고 생각했던 그 공간에 어느 순간 촉촉이 적셔진 물길이 흐른다.
메말라 갈라진 틈을 메우는 것은 촉촉한 숨결이다. 예술의 숨결이 닿는 순간 틈은 서서히 메워진다. 그것이 감성이다. 보이지 않는 시각과 감성의 에너지가 드디어 연결되진 것이다. 감성의 우물은 어느덧 풍성한 물줄기를 담고 시원함을 선사한다. 어느 날 문득 갈증이 느껴질 때 예술이라는 감성의 물을 한 컵 들이키자. 꺼지지 않는 불길이 타오를 것이다.
* 대문사진 ; 홍천꽁꽁축제장 2023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