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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May 01. 2023

정겨운 집, 조경주 작가(2)

2023.4.28~5.4, 갤러리 아산병원

파란 하늘과 바다 그리고 언덕 위 빼곡하게 들어선 집이 있다. 알록달록 색을 입은 집 주변에는 싱그런 풀밭 화사한 꽃나무가 가득하다. 봄기운이 가득한 풍경이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이하는 창문이 열려있는 집에는 사람들이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눈다.  마을 풍경은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다. 고양이와 개도 봄기운을 느끼듯 자유로운 모습으로 봄날의 풍요로움을 즐기고 있다. 마을 입구에는 오리 가족, 토끼 가족 같은 조형물도 있다.  마치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듯 다양한 등장인물을 세웠다. 삶의 풍족함을 보여준다.


점차 사라져 가는 단층 주택으로 가득한 공간은 경사진 동네다. 현실 속에서는 조금 불편하고 어려워 보이는 풍경이 될 수 있다. 작가는 화창한 봄날의 풍경을 통해 심미안적인 마음으로 마을을 드러낸다. 작품을 위해 직접 답사 여행도 하고 사진 속 풍경도 보았을 것이다. 그 속의 풍성한 삶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기와지붕과 슬래브 지붕의 화려함은 그런 마음이 담겨있는 표현이다. 집이 사라지면서 사람들마저 잊혀가는 현실의 한 부분을 시각적 표현으로 재구성해 보여준다. 그리움의 향수를 담았다.


'정겨운 집'은 마음의 고향이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집 한 칸 한 칸에 담아냈다. 창문으로 보이는 집안 풍경과 사람은 그 음 표현의 상징이다. 행복한 표정 속에 하루를 기쁨으로 가득 채웠다. 작가는 2018년부터 정겨운 집 시리즈를 구상하고 이번에 발표했다. 그러면서 자기만의 표현 방법을 찾아낸 듯싶다. 그동안 그려오던 '향 시리즈' 속의 집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집을 그려내고 있다. 예전의 집은 그리움 속의 풍경을 끄집어내기 위한 부속적 조화물의 하나였다면, 지금은 집 자체가 그림의 중심에 드러나 있다.  집이 지닌 포용과 집단적 구성을 통해 인간적으로 따뜻함과 이웃과 연대감을 드러냈다. 집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 세상의 얽혀있는 정을 보여주고 있다. 집과 함께 드러난 풍경 속 이미지가 그것이다. 주인의 손길이 닿아야 유지가 가능한 것들과 마을 사람들이 오가는 좁은 골목길 풍경 속에 사람들의 이야기가 스며있다.


제작기법은 세밀하고 충실한 것이 예전 작품과 큰 차이가 없는 듯하다. 전반적으로 밝고 따뜻함을 유지했다. 이전의 작품이 시원한 배경을 두고 있었다면, 이번 작품은 집을 화면 가득하게 채웠다. 화면 가득한 집을 통해 삶의 모습을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듯하다. 수직과 수평적인 구도의 집들은 정형화된 모습을 통해 정리된 느낌이 들게 한다. 이것도 하나의 의도된 표현이다. 조금은 낡고 위태로운 풍경이지만 작가가 바라보는 그곳은 이미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있을 것 같은 그런 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덕 위의 집에는 마을의 정착된 사람들뿐 아니라 다양한 관객이 들어가서 함께 꾸미는 이미지를 심었다. 교회가 있고 바다 카페가 있는 풍경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징이다.


전시도록 사진

그림을 보면서 어디선가 한 번쯤 보았던 것 같은 느낌은 바로 추억이라는 감정의 소환 때문이다.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점차 사라져 가는 우리 이웃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림을 보면  파란 바다가 보이는 동해 논골담길,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이 떠오르지 않는가. 작가는 사라져 가는 언덕 위의 집에서 인간의 정을 불러내고 싶었다. 따뜻한 가족이 있고 이웃이 있는 풍경, 그 속에는 그리움과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정겨운 집은 간직하고 싶은 그리움이다.



* 조경주 작가의 다른 작품

https://brunch.co.kr/@flowjeo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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