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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Jan 09. 2024

별이 와 슈가 이야기, 조경주 작가(3)


우리는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진실을 알아가게 된다.  표정에서 눈빛에서 말의 부드러움 속에서 상대의 진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처음 만나도 좋고 잠깐 스쳐도 그리운 이가 있듯이 삶 속에는 다양한 이미지가 남아있다. 그림을 보면서 작가를 생각하게 되고 그 속에서 작가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도 그런 감정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별이 와 슈가 이야기는 조경주 작가의 작품 시리즈 중 세 번째쯤에 해당하는 주제다. 향 시리즈와 정겨운 집 그리고 이번 오리 부부 별이 와 슈가 이야기는 모두 그리움과 애틋한 사랑의 감정이 가득한 작품이다.  그리운 마음에 대한 표현의 상징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의 변화를 작가는 작품을 통해 드러내 보이고 있다.  향 이야기가 꽃과 나무 등을 거대하게 표현하여 마음속 깊은 곳의 감정을 드러내는 상징성을 나타내었듯이 정겨운 집과 오리 부부 또한 작가의 감정이 이입된 분체 分體로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이 간직한 고민과 추억이 깊이 자리 잡고 있다. 그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각인되어 깊이 더 우러나게 되고 더 자극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것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자신을 드러내고 감추고 하는 격변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누구는 힘들고 누구는 아름다운 추억의 한 자락으로 남거나 사라지는 순간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작품을 보는 순간 누구나 사랑에 빠져들고 추억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감정의 변화를 꺾는다. 그의 작품이 지닌 힘이다. 그동안 마음속 고향의 모습과 추억 속 정겨운 집 풍경을 통해 보여주었던 감정의 선 線을 오리 부부를 통해 세상 밖으로 완전히 도출 導出시켰다. 작가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그리움과 사랑이라는 것이 이제는 완전히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 아닐까. 이것은 시간의 비례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이 여물어 가고 작가로서의 길이 깊고 넓어져 가면서 깨달은 삶의 깊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관람객이 자기 감정 또한 대입시켜 볼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주었다. 오리 부부의 다정함이 주는 부러움과 행복한 표정 속에서 자기 모습을 찾아보는 시간을 만들었다. 향과 집 시리즈에서는 아주 작은 한 부분으로 드러나 보이던 오리 가족은 이제 완전한 하나의 독립체로서 존재하게 된 것이다. 그만큼 작가의 감정이 견고하고 단단하게 완성되었음을 보여준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한다. 그 행복이라는 기준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그 기준점을 찾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작가의 작품 속 오리 부부인  별이 와 슈가는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느낄 수 있는 나의 표본이 되고 싶어지는 존재다. 눈빛에서 표정에서 서로가 들고 있는 사물에서까지 작가의 자신이 아닌 너를 위해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그리고 내가 사랑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너를 위해 이것을 준비했어.

그대가 있으므로 행복하다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할 수 있음, 자체에 감사합니다. “


무언 無言 속에 보이는 대화는 심장을 뛰게 한다. 작가가 그리는 마지막 보루는 어디가 될까. 그리움과 편안함, 휴식, 사랑, 따뜻함 속에는 작가의  차디찬 냉소적 갈등이 있었을 것이다. 작가로서 갈등의 시기를 이겨내게 해 준 그림의 바탕에 드리우는 감정선 感情線의 높고 낮음은 지금의 완성된 모습이다. 밝음 속에서 이면의 그림자를 찾아보는 데에서 내 마음의 갈등을 떨쳐보고자 함이다. 각각의 표정으로 나타나는 별이와 슈가는 정겨운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다. 그런 모습을 기대하는 마음이다. 아마도 어느 날 저 언덕 위 누군가에게 위로받았던 따뜻한 마음의 상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리 부부 별이 와 슈가는 관객의 시선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반추해 보고 닮아가고 싶은 존재가 될 것이다. 그것은 그리되고 싶은 사람의 욕망이 존재하기에 가능하다. 모두가 행복해지고 싶은 욕망, 그것은 모두가 추구하는 이상이자 현실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그 희망을 키워주고 있다. 자기가 원하는 것, 아름다운 것만 보고자 하는 욕망의 대체제다. 작가는 그런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이 품에 안아주듯 따뜻한 분채로 색을 드러내었다.  


별이와 슈가의 사랑이야기, 50호, 2022년, 작가 카페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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