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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Mar 13. 2024

시간의 기억 속 풍경 - 소양로 기와집골

소양로 기와집골, 사진전

시간이 흐르고 나면 과거가 된다. 추억이라 표현한다. 기억은 망각의 생물이라 사람마다 간직하고 있는 것이 다르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간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록이 역사가 되고 추억을 간직하게 만든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지금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이다. 기술이 발달한 만큼 새로운 것을 만들고 없애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한 도시가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과정이 산업의 변화를 통해 30년도 걸리지 않았다. 그 모습이 지금은 과거로 기억되며 사라지고 있는 곳도 있다. 산업을 일으켰던 석탄생산 지역들이다.  여기뿐 아니라 지금 커가는 도시들 또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도시는 이어지고 있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서가 대두된다. 지역을 알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록이 필요하다.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거대한 도시 전체를 지속적으로 남기는 작업이다. 그 기록을 그 도시에 시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기억의 소환이다.  공유다.


지금 춘천에서 그 기록을 통한 삶의 가치를 공유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6인의 기록 사진첩 '소양로 기와집골'이다. 전사공간도 낡은 공단 끝에 있는 허름한 건물의 1충과 지하다. 추억하기에는 좋은 공간처럼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짧은 영상과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춘천의 옛 중심지였던 소양로 기와집골 풍경이다. 수년간 지역 작가가 촬영한 사진을 통해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번영과 쇠퇴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이 사진도 가와집골이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되면서 사라지기에 공유된 기록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도시 속 마을 하나가 완전히 사라지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는 것은 처음일 것이다. 그렇기에 더 의미 있다.  도시가 번성하면서 대분분의 지역은 산과 논밭, 과수원이 사라지고 들어섰기에 관심이 덜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소양로 기와집골은 춘천사람들에게 특별한 공간이다. 봉의산자락 아래 소양강을 내려다보며 위치한 공간은 한쪽은 분단의 상징인 미군부대와도 접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한때는 같은 기와집골에 살면서도 학생들은 근화동과 중앙초교로 나누어 학교를 다녔다. 밀집 인구가 높았기 때문이다. 사진첩에는 당시의 아이들 모습이 남아있다. 책가방을 둘러메고 신나게 집으로 달려가는 모습은 그냥 봐라만 봐도 누구네 자식이 알정도로 활기찬 모습이다.


천천히 사진첩을 넘겨본다. 92쪽의 그리 두껍지 않은 사진첩에는 6명의 각기 다른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풍경이 담겨있다. 계절의 풍경과 밤과 낮, 하늘에서 보고 지붕 높은 곳에서 바라보고 가까이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사람들 모습과 고양이,  담장 위의 꽃 한 송이가 주는 정감이 있다. 눈 내리는 날 연탄집게를 들고 멍하니 망중한을 보내는 어르신의 모습엔 긴 시간의 흐름이 보이고 한때 영화촬영지의 명소로 소문난 집에는 일본인 관광객이 구경하는 모습까지 한 시대의 영화가 고스란히 남아이다.


삶의 의미를 이야기하듯 전깃줄에 널어놓은 빨래와 깨어진 연탄재가 뒹굴고 있는 골목 풍경, 높은 언덕에 올라 담배 한데 물고 깊은숨으로 빨아들인 연기를 길게 내뿜는 어르신의 시선이 머물고 있는 곳에는 자신의 나이만큼이나  늙어버린 기와집골이 있다. 얼마 후에는 저 멀리 보이는 아파트 마냥 사라질 풍경에 아쉬움이 가득하다. 긴 골목길 언덕을 오르고 내려가는 것도 힘겨운 늙은 몸을 이끌고 남아있는 이웃을 찾는다.


재개발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하나둘 떠난 자리는 철거라는 글씨가 벽에 쓰이고 갈라지고  문짝 떨어져 나간 대문 안은 잡초만 무성하다. 밤이면 가끔 밤고양이가 길을 잃은 듯 헤매는 지붕 위는 옛 추억 속의 고추 말리던 풍경이 남아있다.  눈 내린 골목길엔 사람인적 끈기고 떠돌이 개 발자국만 찍혀있다. 골목길 오가는 이 미끄러질까 눈만 오면 모두들 빗자루 들고 나서 쓸어내던 길에는 하얀 눈이 인적 끊긴  모습을 증명하듯 쌓여있다.


이제는 남아있는 사진만이 그 모습을 기억하게 한다.  전시장 입구 마지막 사진 몇 장에는 기와집골의 마지막 모습이 담겨있다. 옹기종기하던 집은 사라지고 휑한 벌판의 땅이 드러나 있고, 어느새 기와집을 대신한 거대한 아파트의 골격이 올라서고 있는 풍경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기와집이 사라지고  그 속에서 살아가던 사람들 또한 떠나고 죽고 하면서 사라져 버렸다. 그렇지만 다시 아파트가 들어서면 그 기와집이 생기던 영광의 순간처럼 새로운 이들이 그 공간을 가꾸어 나갈 것이다. 그렇게 도시는 생성되고 소멸된다.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우리의 뿌리를 찾아가는 생명의 근원, 삶의 근원이 어디였던가를 알기 위한 노력이다. 앞으로 기와집골을 시작으로 교동, 조운동, 효자동, 근화동 등 많은 곳이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렇지만 가끔은 그 추억을 되살려 볼 수 있는 곳을 남겨 놓는 것도 지금 우리가 해야 할 닐이다. 15,000원짜리 사진첩에는 시대의 역사가 담겨있다. 우리의 삶이 담겨있다. 정말 작은 비용으로 이루어 내고 알리는 작업이다. 기록으로 이루어 낸 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전시장 풍경, 20240310


* 전시 ; 2024. 3. 8~3. 28, 10시부터 오후 5시, 갤러리 공간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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