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미는 아프면 안 돼

애미는 버틴다 그래서 강하다(고 하는거다)

by Soo

비 오는 아침, 아줌마들의 카톡이 울려댄다.


애가 열이 나서 병원에 가는 길이라는 이웃의 말에, 추워진다고 하니 미리 약을 받아오는 게 좋겠다는 둥 그냥 감기이겠거니 걱정 말라는 둥 으레 오지랖들이 대답을 한다.


잠시 후, 결과를 알려주는데.

에혀, 신이시여. 우리한테 왜 그러는거에여.

독감이란다.


이노무 독감이라는 것은, 특히나 아이가 한 집에 둘셋은 기본으로 있는 이 동네에서는 기피하다 못해 극혐 하는 전염병 중 하나이다.


설사와 고열과 몸살 통증을 겸하는 그 병은 하나가 걸리면 기어이 나머지 형제자매들에게도 옮겨 가고야 마는 못된것이다. 거기서 멈추면 좋으련만 간호하느라 심신이 피곤하여 면역력이 바닥을 친 부모가 옮아 독감 한 놈이 한 집안을 올ㅡ킬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았다는 말이다.


몇 푼을 더 들여 내 자식은 피해 가도록 더 좋은 주사를 맞혀놓아도 퍽이나 얄궂게 비켜가지 않는, 이름도 독한 이 병이 하필 그 집에 당도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 대목에서 신이 원망스러우냐 한다면, 아이의 독감 확진을 알린 그 시점에 당장 그 아이보다 그 어미의 안위가 걱정이 되었다는 것이다.


지병으로 앓고 있던 장질환이 악화되어 가뜩이나 마른 몸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복통을 호소하며 진통제에 의존하다가ㅡ


그 과정도 눈물이 난다. 그 애미는 외출도 잘하지 못하고 집에만 거의 누워있는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잘 챙겨 먹이지 못해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그렇게도 해댔다.


본인은 안 아픈 날이 있어봤으면 좋겠다며, 이렇게 아프고 오래 사느니 안 아프고 짧게 사는 게 낫다고 하며 다른 애미들의 속을 후벼 파놓고ㅡ


결국은 다음 주에 장 절제술을 받기로 했단다.

그래서 그 아이가 고열에 시달리고 앓는 것이 당장 걱정이 된 것이 아니고 몸상태가 엉망인 그 애미가 옮아 아플 것이 번뜩 생각이 난 것이다.


그 와중에도 그 아이의 독감이 그 집의 형제자매에게 옮겨가면 어쩌냐는 염려를 하고 있었다, 그 애미는.


이것은 절ㅡ대로 극적인 내용을 연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더 속이 터지는 부분이다.


애미가 된 이후로 내 몸은 쉽게 아파서는 안 될 것이 돼버린다. 아기에게 당장 모유를 먹여야 하는데 내가 아프다고 약을 먹을 수가 있기를 한가. 온몸이 두드려맞은 듯 쑤신다한들 파스 하나를 붙일 수가 있길 한가.


실제로 오늘 아침에도 얼마 전 둘째를 낳은 친구가 몸살에 며칠을 시달리다가 결국 못참고 감기약을 먹었는데 모유를 어쩌면 좋겠냐는 질문을 해왔다.


참.. 눈물이 앞을 가리는 애미들의 하루가 아닐 수가 없다.


당장 막막하고 피로한 하루를 보낸 그 애미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하나였다.


아프지들 말어. 아픈 애는 애미가 보살피지만 우리가 아프면 누가 보살펴 줘.


한편으로는,

대자연의 피바람이 내 몸에 들이닥친 것을 바로 그 오후에 발견하였고 나는 아주 온몸이 쪼개질 것 같은 저녁시간을 보냈다.


가뜩이나 일이 바빴던 남편의 도움이 전혀 없이 집을 치우고 밥을 하고, 울어재끼는 5개월 막내를 얼르며 눈치 빠르게 말썽을 피우는 8살 첫째 놈과 6살 둘째 놈을 매의 눈으로 살피고, 딴짓을 해대느라 밥을 한 시간을 넘게 먹는 4살 셋째 놈을 성미대로 줘 패 놓지 않은 것은, 지나고 보건데 아주 잘한 일이었다.

그랬다면 모두를 재워 놓은 이 시간에 걸레짝이 된 몸으로 하릴없는 후회까지 했을 테니.


두서없는 중얼거림은 그냥 오늘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만이다.


오늘의 애미들은 기절할 듯 잠에 들 것이고 내일은 또 내일의 육아가 죽지도 않고 우리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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