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하루를 끝내고는 헛헛한 마음과 삐걱거리는 몸을 안고 잠자리에 누웠다. 그런데 막냇놈 콧소리가 답답허니 심상치 않다. 조금 아까 잠들 때도 그렇게 애먹이더니. 그간의 짬으로 예견해보건대 오늘 밤 나는 잠은 다 잤구나.
조금만 끼잉 거려도 신경이 곤두선다. 차라리 못 듣고 잠들었으면 좋았으련만. 괜히 일어나서 빤히 바라보다 큰놈들 방에 가서 발로 다 차내 버린 이불들을 끌어다 한 놈씩 덮어준다.
며칠 째 겨울비가 내려 왠지 눅눅한 것 같은 집안 공기가 신경 쓰인다. 창문을 다 열고 환기 한번 시원하게 시키고 싶지만 방마다 사람이 잠들어있는 이 밤엔 언감생심이다.
집안 여기저기를 다니며 공기청정기랑 가습기의 모드를 한 번씩 이렇게 저렇게 바꿔보지만 결국에는 그냥 처음 상태로.
막냇놈이 엥 하고 울음을 터트린다. 잰걸음으로 방으로 들어가 토닥여보지만 쉬이 달래 지질 않는다. 코를 뻥 하니 뚫어준다는 오일을 주위에 한 두 방울 떨어뜨려야 하는데 급한 마음에 흔들어대니 네댓 방울은 더 떨어졌는가 보다. 화ㅡ아 해지면서 아까 오일을 입으로 열 때 묻었나 내 인중이 아릿아릿한 건 둘째치고 너무 많이 떨어뜨려 애한테 독하지 않을까 순간 걱정이 된다.
한참을 안고 달래서 재우고 누웠는데 옆에서 남편이 툭툭치고 속삭인다.
ㅡ치킨 시켰으니 같이 먹고 자자.
평소 같았으면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오케이였는데 지금은 치킨이고 뭐고 모르겠어서 안 먹겠다고 했다. 인중에 묻은 오일 냄새에 식욕이 사라지기라도 한 걸까. 그렇다면 훌륭한데. 아,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고 눕힌 지 5분도 안 되었는데 또 찡얼찡얼 거리잖아. 치킨이 입에 들어가냐!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기운이 없다.
그렇게 누워서 찡얼댐을 예의 주시하며 듣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린다. 남편이 같이 먹자며 한번 더 제안했으나 허한 뱃속 입장과는 다르게 도리질이 나온다. 남편은 치킨을 먹으러 나가고 나는 그렇게 슬몃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나, 막냇놈이 빼액 운다. 분명 막힌 코가 답답해 뒤척뒤척 낑낑거리다 보러 와 주는 이 가 없으니 터졌겠지. 나는 눈도 못 뜨고 머리맡을 더듬어 리모컨으로 수유등을 켜고 안경을 집어 썼다. 남편도 잠들어있고 핸드폰을 보니 3시가 조금 넘었다.
안고 달래 보려니 안 되고 배 위에 올려놓고 퉁퉁거려도 안 된다. 옆에 끼고 토닥거려봐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코가 단단히 막혔다. 결국 코 뻥(육아 사전ㅡ콧물흡입기)을 가져와서 코를 빨아본다. 죽는다고 운다. 남편이 뒤척인다. 분명 윗집 아랫집 옆집에도 들릴 것만 같다.
그래서 소리치고 싶었다.
ㅡ나도 안간힘 쓰고 있다구요!!!미안해요!!!!!!
이런 상황은 354867번쯤 겪었는데도 식은땀과 짜증이 같이 솟구친다.
울다 지친 녀석은 코뻥 빨과 오일 빨을 빌려 내 배 위에서 잠들었고 이제 제법 근수가 나가는 탓에 호흡곤란이 올 것만 같아 자리로 내려놓았다.
그렇게 또 찰나 같은 잠이 들었다.
몇 시간 안 됐는데 터져나갈 것 같이 옷을 적신 기저귀. 싸다고 쟁여놓았는데. 아, 이 얕은 흡수력이 원망스럽다, 이 새벽에.
기저귀를 갈고 배고프다고 잔뜩 씅이 난 놈을 뒤로하고 절뚝거리며 분유를 타 왔다. 먹이고 있자니 잠이 쏟아져 절로 고개가 꾸벅꾸벅 떨어진다.
다 먹었는데 왠지 더 쩝쩝대는 것이 뭘 더 원하는 것 같았지만 가볍게 무시하고 눕힌 다음 나도 그냥 옆에 털썩 누워버렸다. 이젠 모르겠다, 자려면 자고 말려면 말아라 하고 궁둥이를 토닥이려고 하니 미동도 없다. 그치, 저두 사람이면 졸리겠지.
동이 터 왔다. 큰 놈들 출근시켜야 하는데.. 가 마지막 기억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내 손에 쥐어져 있는 핸드폰에 뜬 시간을 보고 외마디 욕을 하고 벌떡 일어났다.
이미 깨서 놀고 있는 큰 놈들에게 괜히 소리를 지르고 세수하고 이 닦고 옷 입으라는 난데없는 미션을 준다. 착한 놈들, 영문도 모르고 일단 시키는 대로 한다.
큰 놈들을 다 출근시키고 집에 돌아오는 길엔 큰일 했다 싶은 안도감과 빈속으로 보낸 미안함에 심사가 약간 복잡하지만 뭐. 어제 남편이 먹고 남긴 치킨이 식탁 위에 있었는데..라고 생각하는 나는 아직 많이 모자란 엄마인가 보다ㅡ셈 치자.
그렇게 엄마의 새로운 하루가 또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