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

명주실은 왜 네 가닥인가

by Soo

마음에 꽤 드는 자그마한 가방에 핸드폰과 돈 몇 푼을 넣고 신이 나게 앞 뒤로 흔들고 다니다가 어느 날 안에 넣어 두었던 핸드폰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가방이 찢어진 걸 알았다.

아니 찢어졌다기보다 애초에 박음질이 시원찮았다.


아까워하는 나를 보고 주위에서 다시 꿰매 쓰면 상관없다 했지만 어떻게 들어도 마침맞게 딱이던 가방은

그렇게 옆구리가 째진 채로 아무것도 담지 못하고

티브이 다이 위에 책들과 잡동사니에 깔려있었다.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찌는 더위에 커피 하나를 사들고 결코 가볍지 않은 걸음으로 집에 와 하릴없이 블라인드를 닦고 주저앉아 티브이 다이 서랍을 정리하다 문득 연 서랍 안 반짇고리에 흰 실이 없는 걸 보고, 아니 솔직히 말하면 없는 줄은 진작 알았지 어지럽게 늘어진 서랍 안을 뒤지다 혹시라도 흰 실이 나오면 좋겠거니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막내 돌 때 쓰고 큰 아이 이 뺄 때 쓰던 굵어 터진 명주실을 유심히 들여다보다가 얇은 실 네 가닥이 합쳐진 걸 알고 마치 심각하고 대단한 작업을 하듯 그 네 가닥을 풀어 실패를 할만한 걸 찾아 감았다.


자 이제 이 불쌍한 가방을 꿰매기만 하면 되겠지 하며 첫 바늘땀을 넣었다 빼는 순간 실은 뚝뚝 끊어졌다.

여러 가닥을 합쳤을 뿐 따로 떼어 낸 실은 솜을 길게 늘이뺀 것 마냥 매가리가 없었다.

뭘 한 건가 싶은 순간이었지만 옆구리 째진 이 가방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굵디굵은 명주실을 다시 꺼내 좁아터진 작은 바늘귀에 넣어 다시 꾹꾹 바느질을 했다.


한번 흐트러진 마음인가 아님 원래 내 바느질 솜씨가 별로였나 자꾸만 삐뚤어지는 바늘땀을 애써 무시해가며 어느새 잡아당겨도 탄탄하게 꿰맸다.


마무리를 하고 가만히 들여다본 가방과 바늘땀은 퍽이나 못생겨서, 이걸 다시 들고나 다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냥바느질했다는이야기 #그것도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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