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여름 방학 때였다. 아빠는 문을 박차고 들어와 나를 보자마자 내동댕이쳤다. 나는 배꼽을 누르면 소리 나는 인형처럼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외치며 덜 아픈 자세를 취하기 위해 나뒹굴었다. 술도 먹지 않았는데 얼굴이 붉은 것이 이상했다. 때리며 무어라 하는데 맞느라 알아듣기 힘들었다. 평소에는 고함과 욕 밖에 없었는데, 뭔가를 말하는 데다 밟고 걷어차는 폼도 평소와 달라 불안했다.
엄마 토큰을 훔친 것이 걸렸을까. 엄마는 항상 토큰을 한 가득 사놓고 다녔다. 나는 그중 몇 개를 훔쳐 정류장 옆 가판대에 자주 되팔았다. 그 돈으로 오락실에 갔다. 아니면 그것도 모자라 엄마가 사둔 과자를 오락실 할머니에게 잔돈으로 바꾼 게 걸린 걸까. 뭐든 좋지 않았다.
지쳤는지 숨을 고르며 서 있는 아빠를 보며 도망갈 방향을 생각했다. 맞지 않으니 아빠가 하는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평소 같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 나갔을 텐데 그럴 수 없었다. 제대로 아빠가 하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듣고 보니 나 때문에 지인에게 한글을 모르는 것을 들켜 화가 났던 것이었다. 구체적인 이유로 맞는 것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이내 기뻐졌다. 다시 맞는 순간 나는 더욱 힘차게 잘못했어요. 외칠 수 있었다. 도망갈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잘못을 알고 잘못했어요. 외친 것은 처음이라 기뻤다.
신문기사에서 5살 아이가 출산 했다는 것을 읽고 오락실에서 이야기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이야기를 들었던 한 살 어린 동네 동생은 거짓말 치지 말라고 하며 아빠에게 묻겠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아빠는 한글을 몰라서 모를 것이라 했다. 그게 문제였다. 그 동생이 아빠가 지인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에 아저씨 정말 한글을 모르냐고 물었던 것이다.
맞으며 한글을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를 때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닌 걸까. 동네 사람들도 모두 알고 있던데.
붉은 얼굴로 나를 밟아대는 아빠에게 쌤통이다 싶었다. 울다 웃으면 뿔난다던데 울다 웃다 울면 뿔은 나오기도 전에 들어간다. 내가 경험했다.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맞을 거라면 이렇게 뭐라도 알고 맞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구보다 진심으로 잘못했다 할 자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