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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Mar 10. 2021

군대와 병원 중 선택하라면 기권하겠습니다.

 행정 보급관과 말년 선임이 병원에 왔다. 병동 자동문이 열리자 그들이 서 있었다. 병동 복도에서 그대로 경례를 하려고 하자 그들은 손 사레를 쳤다. 그래서 나는 병동에서 나와 작은 목소리로 다시 경례를 했다.     

 

 병원에서 보는 간부와 선임은 어색했다. 두 사람도 어색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들의 표정에서 안타까움과 행정 보급관은 내게 봉투를 쥐어주었다. 부대에서 모았다고 했다. 봉투를 받아 들고 나는 감사하다고 비교적 큰소리로 말했다. 정적이 맴돌았다.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행정보급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어색함을 깬 것은 선임이었다. 선임은 웃으며 몸 상태를 물었다. 나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나는 부대에 문제는 없냐고 물었다. 선임은 행정보급관의 눈치를 조금 보더니 말년에 뭘 신경 쓰겠냐고 대답했다. 우리는 웃었다. 나는 선임에게 몸 건강히 전역하시라고 이야기했다. 선임은 너나 몸 관리 잘하라며 내 어깨에 손을 올려주었다. 떨고 있었다.      


 행정 보급관은 그만 가봐야겠다며 선임의 이름을 불렀다. 나는 한 걸음 물러서서 낮고 조용하게 경례를 했다. 행정 보급관은 나도 어서 들어가라고 손을 저었다. 멀어지는 두 사람을 보며 기분이 이상해졌다. 정확히는 멀어지는 군복에 기분이 이상해졌다. 나도 따라 걸어가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는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     


 조금 더 병동 복도를 걸을까 하다가 침대에 누웠다. 봉투는 내용물을 확인 않고 바로 엄마에게 주었다. 엄마는 돈이라고 말해주었다. 금액을 묻진 않았다. 모두 힘든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부대는 유격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다. 다들 쉬고 싶을 텐데 미안했다. 나는 유격 훈련하기 1주일 전에 병을 알았다. 병을 모른 채 유격훈련을 갔다면 행군 도중에 물집으로 인해 패혈증에 걸려 죽었겠지. 운이 좋았다. 당장 산 것만으로 해도 충분한 보상이었다.       


 군 생활을 제대로 끝내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웠던 걸까.    


 잠에 들었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깼다. 해병대로 전출하는 꿈을 꿨다. 꿈속에서 나는 백혈병에 걸렸다고 의병제대를 기다리고 있다고 소리쳤다. 소리쳤다고 얼차려를 받았다. 깨자마자 복장을 점검했다. 다행히 환자복이었다. 환자복이 안심이 되다니 헛웃음이 나왔다. 도긴개긴인데 말이다. 부대가 잠시나마 그리워진 것을 반성한다. 무의식이 군대는 군대다 경각심을 주는 것 같았다. 더 끔찍한 상황에서 있다 해도 악몽은 악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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