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침 일기

구둣방 노인이 쌀로 점치는 것을 봤다.

by 조매영

노인은 마대에서 묵은쌀을 한 움큼 쥐어 들었다. 낯선 모습에 나는 출근하다 말고 멈춰 서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노인은 숨을 한 번 내쉬더니 컨테이너 구둣방 옆에 흩뿌렸다. 사방에 흩뿌려진 쌀에서 무엇을 보려고 하는 걸까. 오늘의 벌이를 점칠까. 가족의 길흉을 점칠까. 기대에 찬 시선으로 노인을 봤다. 노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던진 순간 길흉은 이미 점쳐진 걸까. 널브러진 쌀을 유심히 봤다.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형상을 이루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구둣방에 들어가서 물어볼까 싶다가 내가 신고 있는 것이 운동화라는 것을 깨닫고 포기했다. 운동화를 신은 사람은 볼 수 없는 점일지도 모르겠다. 구두를 신고 간다면 나도 읽을 수 있을까.


시계를 보니 출근 시간이 늦었다. 갈 길을 재촉하며 걸었다. 점심으로는 무얼 먹어야 하지. 점심을 먹고는 글을 쓸까 책을 읽을까. 돈이 궁하다. 계약이 끝나면 무얼 하고 살지. 따위의 생각을 흩뿌리며 걸었다. 이런 잡생각들도 모여 내가 되었겠지. 자 누구 점쟁이가 있다면 한 번 읽어보시라 나는 길인가 흉인가. 뻥이다. 읽지 말아 주시라. 혹여나 길흉이 보일까 두려워 거울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이올시다.


어쩔 수 없이 택시를 잡기 위해 멈춰 섰다. 빈차표시등을 보일 때마다 손을 흔들다 결국 어플을 켜 택시를 예약했다. 발을 동동거리며 택시를 기다리다 고개를 돌려 멀리 구둣방을 봤다. 비둘기 떼와 참새 떼가 쌀을 쪼아 먹고 있었다. 언제 나왔는지 노인은 바깥에 놓여 있던 붉은색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운명이라 믿었던 것을 새가 먹고 있었다. 노인은 멍한 표정으로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점을 치던 것이 아니라 그냥 새에게 모이를 주고 있었다는 듯이.


택시를 타고 가는 짧은 시간 동안 점의 결과가 흉은 아니었을까 고민했다. 지각이란 흉을 택시가 먹어치운 것처럼 흉한 결과를 새들이 먹어 치우도록 한 것이 아닐까. 룸미러에 비친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게 쌓인 흉은 무엇이 먹어 치울 수 있을까. 메모장을 켜 글을 쓴다. 생각나는 것은 없지만 뭐라도 쓴다. 글자가 공백을 잡아먹는다. 멀미가 조금 나지만 괜찮다. 마음이 조금씩 편안해지고 있다. 다시 마음 편히 일상의 고민을 흩뿌릴 수 있겠다. 퇴근하고 저녁으로 뭐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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