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침 일기

2021-01-07

by 조매영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처음 밟았다. 눈 속으로 신발이 파묻히는 소리를 들으니 첫눈을 밟은 것 같았다. 정말 첫눈은 아닐 것이다. 언젠가 자고 일어나니 옅게 쌓인 눈을 본 적이 있었고 뉴스에서도 첫눈이 내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도 있으니까. 지금 내가 밟고 있는 이 하이얀 눈은 두 번째 눈이라던가 세 번째 눈 정도는 될지도 모르겠다. 한 걸음 두 걸음 앞으로 가면서 눈 밟는 소리에 마음이 고양되는 것을 느낀다. 보편적인 첫눈이 아니어도 어쩌나라는 마음이다. 많은 처음들이 생각난다. 생각해보면 많은 처음들은 무방비함과 방치 속에서 태어났었고 그것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글을 쓸 때도 운동을 할 때도 힘을 빼는 법을 알아야 한다. 힘을 빼는 일은 망각하는 일이다. 동작을 망각하는 것이 아니라 동작을 안다고 자신하는 나를 망각하는 일이다. 엉성하고 첫이라 믿었던 것들을 나는 너무 움켜쥐고 있던 것이 아닐까. 보편적인 첫 번째는 누구에게나 첫 번 째지만 각자의 첫 번째는 또 아닐 텐데 말이다. 눈을 밟으며 고양된 내 마음보다 더 앞으로 가려한다. 모두의 첫이나 당신의 첫이 아니라 내 첫을 인정하는 일이란 어려운 일이다. 네 것은 틀리고 내 것은 옳다는 말은 아집이겠지만 네 것도 옳고 내 것도 옳다 인정하는 것은 신념이다. 자꾸 눈동자를 굴리며 나 말고 멈춰 선 사람이 있나 찾아보게 된다. 관찰자라 해도 스스로가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아니 잊는다 해도 스스로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에 시작해야 하겠지. 신발이 젖었다. 신발이 운다라고 쓰다 웃는다. 신발이 우는 것이 아니다 내 체온을 공유하던 신발이 눈을 저항한 흔적이라 쓴다. 뽀드득 - 눈에게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신발에게서 나는 비명일지도 모르겠다. 너무 센티하네. 그냥 신발은 눈 위에 있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것은 내 마음일 것이다. 단정 짓지 말지어다. 아니 정확히는 너무 쉽게 합의 보지 말지어다. 발이 시려진다. 오늘이 내게 첫겨울이라 해야지. 종종걸음으로 다시 집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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