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은 사람은 글을 쓰라

혼자서 온전하게.

by 셈프레

생각이 많은 사람들을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천적으로 육체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은 운동을 하든, 사람을 만나든, 또는 워커홀릭이 되든 그가 가진 에너지를 어딘가에는 쏟아내어야 오히려 건강하다. 그런데 남들과 똑같이 주어지는 오늘이지만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그 생각을 쏟아낼 무언가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생각을 비우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차오르는 생각을 비운다는 건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오늘은 내 인생에서 처음 살아보는 시간이다. 나이가 들었다는 건 내게 주어졌던 경험이 그 시간만큼 있었다는 것이지만 그 시간 동안 세상의 모든 경험을 하였다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오늘은 낯설다. 누군가 얘기하기를 오늘을 즐겁게 살면 인생이 행복하다는데 그건 참 수긍이 가고 당연한 말이면서도 실천하기가 어려운 이야기 같다. 특히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겐 더더욱 그렇다. 세련되고 멋있는 글이 아니더라도 조금씩 담담하게 생각들을 적어 두는 것, 때로는 이해받지 못하고, 예민하다, 쓸데없다 핀잔을 받거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생각들조차 오늘을 처음 사는 나는 여전히 서툴 수밖에 없는 것이니, 그 서툶을 인정하는 마음으로, 나를 돌아보는 마음으로, 매일매일이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생각들을 어딘가에 담아둔다면 언젠가는 미성숙했던 나를 돌아볼 순간이 오거나 또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되는 순간이 될 수도 있는, 그저 쓸데없는 헛짓이 아니었음이 삶의 위로가 될 것이다.

몇 달 전 강아지 한 마리를 입양했다. 이 어린 친구는 이제 아기 티를 벗고 폭풍 성장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에너지가 어마어마하다. 다행인 건 분리 불안증이 없어서 낮에 혼자 있는 시간을 그런대로 잘 지내지만 문제는 아침저녁으로 내가 집에 있는 시간이다. 에너지가 넘치는 개춘기의 이 녀석은 내가 오면 때를 만난 듯 놀아주기를 원하고 온갖 장난감들을 늘어놓고 집안 구석구석을 물어뜯어 놓고는 한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아침 산책이다. 아침부터 공원에서 한바탕 물고 뜯고 냄새를 맡고 달리면서 에너지를 쏟고 나면 혼자 있는 시간도, 내가 귀가한 후의 저녁 시간도 조금 더 얌전해진다는 걸 알았다. 사람도 그렇다. 때로는 주체하지 못할 생각이 넘쳐흐른다면 그것을 담아두고 쏟아낼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다.

나는 몇 년 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나에게 그림은 명상과 같은 것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그 시간만큼은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니 명상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또 내 머리를 스치는 생각하나는 "왜 생각을 비워야만 하는가?"였다. 생각이 많다는 게 그리 나쁜 일인가? 사람들은 거기에 성격이 예민해서 그런다는 말을 하고는 한다. 그런데 그 예민하다는 말은 결코 좋은 뜻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그럼 생각이 많다는 건 좋지 않다는 결론으로 가는 건가? 생각이 많은 건 나 스스로의 의지대로 되는 건 아니다. 그저 그렇데 태어났거나 그런 환경이 주어졌거나 아무튼 그렇게 자연스럽게 된 것이지 어느 날 갑자기 "생각을 해야지!" 또는 "생각을 안 해야지!"라고 마음먹어서 될 일은 아닌 것이다. 또한 그 많은 생각이 다 쓸데없거나 부정적인 것만은 아닐 테니 그저 주어진대로 생각을 나열하기도 하고 지우기도 하고 또 더 늘리기도 하는 것이지 맑게 머리를 비우자고 그렇게 될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그 생각들을 글로 남기기로 했다. 남들보다 조금 많이 넘쳐흐르는 생각 에너지를 소모할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내가 글을 쓰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게으르다고 밖에는 설명이 안 되는 나의 생활이 그저 많은 생각을 낭비하고 허비했다는 생각이다. 어쩌면 나의 생각들은 내 주변에선 공감받을 수 없었기에 나 스스로조차 쓸데없는 생각들로 치부한 건 아닐까? 세상에는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언젠가는 나의 이 생각들도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그러면 심하게 공감받고 위로를 얻지 않을까? 그래서 그 생각들이 사라지기 전에 담아두고 남겨 놓으면 언젠가 필요할 때 꺼내어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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