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일간의 입원 끝에 방구가 다행히 퇴원했다. 주치의 선생님과 간호사분들의 보살핌, 그리고 아내의 정성 어린 관심 덕분에 방구는 이번에도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었다. 식욕도 조금씩 돌아왔고 잘 보이지 않던 눈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주치의의 말에 따르면 정신이 돌아오면서 자신이 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한 방구는 가끔 새벽에 갑자기 울기도 했단다. 병원이라는 공간이 주는 갑갑함과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 같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싶어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그래도 그 새벽 방구를 안고 응급실로 달려갔던 날, 어떻게 될지 몰라 당직 의사에게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듣던 밤을 생각하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몇 날 며칠을 방구 생각에 잠 못 자고 눈물 흘리던 아내 역시 한시름 놓게 되었다.
퇴원 수속을 기다리고 있는 아내와 방구
'식욕 왕성'
퇴원하는 방구에 대해 주치의가 소견서에 적었던 말 중 하나다. 소견서에 적혀있던 많은 내용보다 방구가 식욕이 왕성하다는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얼마나 먹길래 '식욕 왕성'이라고 적어주셨지?"
"얼마나 다행이야, 못 먹는 것보다 잘 먹는 게 훨씬 낫지. 나처럼 말이야"
"아, 자기처럼? 그럼 돼지 되는데!?(웃음)"
내 농담 같은 대답에 와이프는 한결 밝아진 모습으로 장난으로 되받아치며 방구를 품에 안아 들었다. 아내 품에 안겨 있는 방구는 두 손과 두 발에 힘을 완전히 빼고 아내에게 몸을 밀착시키며 편안한 모습으로 안겨있었다. 와이프 품이 그리웠을 것이다.
"방구야~ 우리 다음에 볼 땐 더 건강한 모습으로 보자! 알았지? 꼭 정해진 날짜에만 선생님 보는 거다?"
"'네, 그럴게요'라고 해야지 방구야" 와이프는 말 못 하는 방구 대신 대답하는 시늉을 냈다. 아내의 사촌 언니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따뜻한 주치의 선생님은 세상 따듯한 웃음으로 방구와 인사했다.
2주 또는 한 달 간격으로 주치의 선생님과 예약을 잡아놓지만 방구의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문제가 있어 예약 날짜 전에 방문하는 적이 많았다. 그래서 와이프와 나, 그리고 주치의 선생님 모두 정해진 날짜에만 방구가 병원을 방문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지금 컨디션이 많이 회복된 방구는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예전의 상태로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 퇴원할 때 적혀있던 소견서 멘트처럼 식욕도 왕성하고 물도 '꿀꺽꿀꺽' 나보다 더 잘 먹는다.
다만 뇌의 종양과 관련 있는 신경 증상이 아직까지 남아 있어 새벽에 잠을 자지 않고 자신도 모르게 계속 걷는다든지, 걷다가 강아지 울타리에 머리를 살짝 '콩'하고 박는다든지 할 적이 있다.
나와 달리 아내는 갑자기 집 안에서 조용히 '콩'하는 소리가 나면 황급히 방구를 찾는데 그럴 때면 방구는 어딘가에 부딪쳐 주저앉아 있거나 눈이 잘 안 보여 계속 구석진 곳에서 빙글빙글 돌아다니며 겁을 먹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아내는 결코 방구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마치 부모가 아이에게 시선을 떼지 않듯이 말이다. 특히 TV를 켜놓거나 음악을 틀어놓으면 그런 세밀한 소리는 듣기 쉽지 않은데, 아내는 방구의 조그마한 신음소리조차 결코 놓치지 않는다. 그녀가 방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방구를 위해 우리 집을 완전 개판(?)으로 탈바꿈시켰는데 방구가 걸어 다니며 부딪칠 수 있는 모든 공간에는 다치지 않도록 푹신푹신한 베개와 쿠션을 놓고 바닥이 미끄러울 수 있는 부분은 모두 미끄럼 방지 패드로 설치해놓았다. 그렇게 다 설치하고 나니 마치 에버랜드나 롯데월드 퍼레이드 행사처럼 집 안에 강아지만의 산책로가 만들어졌다. 나는 우스개 소리로 애견 호텔급이라고 얘기하자 아내 역시 자신의 부엌과 거실을 다 뺏겼다며 정작 말의 내용과는 다르게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집으로 가는 길, 고생했어 방구야!
아내가 행복한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덩달아 좋아졌다. 아내를 귀여운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니 아내도 내 기분을 눈치챘는지 배려해줘서 고맙다며 사랑한다고 뜬금포 고백을 했다. 장난기 많은 우리 부부에게 갑작스러운 훈훈한 분위기가 어색했다. 그래도 아내의 미소에 내 마음까지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비록 안방과 거실, 부엌의 공간은 모두 방구와 푸돌이에게 빼앗겼지만(?) 방구가 잘 걸어 다니는 모습에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에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렇다고 개육아가 결코 쉽지는 않다. 반려견을 키운다는 것은 아니 더 정확히, 반려견의 마지막 모습인 노견을 키운다는 것은 무척 세심하고 예민한 배려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밤마다 방구를 재우기 위해 비록 우리의 삶을 나눠줘야 하는 번거롭고 수고스러운 일을 반복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육아는 행복하다. 나의 경우는 정확히 말하면 행복해지고 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