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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a Nov 14. 2019

MD에서 D는 Detail의 D?

Vertical, Horizontal? 헷갈리는 MD직무 정리 (2)


"이건 제 담당이 아니에요" 


당신이 만약 제조사 영업 담당이고 유통사를 통해 판매하고자 담당 MD들을 만나게 될 때, 아마 한번쯤은 듣게 될 이야기다. 식품 제조사 A에서 음료수, 과자, 볶음밥 제품군 3종을 B유통사에 판매하고자 하면 MD 3명을 각각 만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왜 그럴까?


MD일을 하다보면 "일이 진짜 끝이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전 직장 상사는 MD에서 D는 사실 Detail의 D를 의미하는 것¹이라는 웃지 못할 농담을 하시곤 했다. 그 정도로 업무 자체가 꼼꼼함을 크게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세부 카테고리 별로 담당 MD를 나누어 해당 제품군을 집중 관리하는 것이다. 

¹실제로는 Merchandise에서 M과 D를 따서 만든 약자가 MD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카테고리가 나뉘냐고? 안타깝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케바케(case by case)다. 각 회사 별로 카테고리를 구분하는 기준이 다르고, 일단 기준이 정해졌다고 해도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유동적으로 분리, 통합될 수 있다. 주로 매출 규모가 큰 유통사일 수록 카테고리가 더 세분화되는 편이다.




3. 카테고리와 범카테고리(Vertical & Horizontal) 


지난 글 MD는 어떻게 구분되나요(클릭) 에 이어, MD를 구분하는 매트릭스 4가지 중 세번째를 살펴보자. 앞에서 언급했듯, MD는 디테일을 크게 요구하는 직업이라 카테고리가 세분화되어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카테고리가 넓어지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왜 그럴까?


카테고리를 좁고 깊게 운영하면 해당 카테고리 상품들을 보다 깊이 공부할 수 있다. 협력해야 하는 거래처 수도 비교적 적기 때문에, 관계를 돈독히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반면, 한계도 있다. 담당 카테고리를 몇 년 하고 나면 일이 시즌에 따라 적고 많을 뿐이지, 상품 자체가 크게 새롭지는 않다.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이다. 매출이 나오는 주요 거래처도 거의 뻔하다. 오래하다보면 시야가 좁아지고, 도태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MD입장에서 담당 카테고리가 넓어지면 행사할 게 많아서 매출을 큰 기복없이 운영할 수 있다(물론 일은 더 많아지지만). 그런데 카테고리가 아주 넓어지거나, 거의 구분이 없어진다면 어떨까? 내가 팔 수 있는 상품을 다른 MD도 팔 수 있게 된다.





"먼저 낚는 사람이 임자" 


열정적인 MD일수록 본인 카테고리와 상품에 대한 애착이 깊다. 다른 MD가 본인 카테고리에 속하는 상품을 소싱(sourcing)하여 판매하면 크고 작은 트러블이 생길 수 있다. 본인의 매출과 성과가 달려있는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온라인 유통사를 중심으로 카테고리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넓히거나 아예 없애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식이면, 좋은 상품을 먼저 낚아서 파는 사람이 임자가 된다. 그야말로 무한경쟁인 셈이다. 유통사 대표나 임원 입장에서보면, 매너리즘에는 덜 빠지는 반면 긴장감을 가지고 일하게 되니 좋은 운영 방식이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일부 온라인 유통사는 MD 조직구조 자체를 더 세분화시킨다. 소싱만 집중하는 MD, 판매만 하는 MD, 제품개발만 하는 MD 등 같은 MD라도 집중하는 업무는 전혀 다른 것이다.


오프라인 유통사에서는 범 카테고리 구조로 운영하기 어렵다. 실제 매대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다수가 공유하게 되면, 관리에 있어 혼선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범카테고리 방식이 온라인 유통사 중심으로 운영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오프라인도 범카테고리가 있을 수 있지만, 거의 PB² 개발팀이거나 전략적으로 운영하는 단기 프로젝트팀인 경우가 많다. 

²Private Brand로 유통사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는 제품을 뜻한다. 이마트의 피코크(PEACOCK)가 대표적이다





영역이 좁고 깊은 vertical MD와 넓고 얇은 horizontal MD 모두 장단점이 있다. 맡고 싶은 특정 카테고리가 있거나(하고 싶은 카테고리를 고를 기회는 물론 거의 없음) 카테고리를 집중적으로 맡고 싶다면 vertical형 MD를, 상품에 구애받지 않고 트렌드에 따라 좀 더 속도감있는 상품 운영을 해 보고 싶다면 horizontal형 MD를 추천한다. 채용 중인 MD직이 어느 쪽에 해당하는 지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자기  어나온 Q&A

Q. 파트너 입장에서는 horizontal형 MD 조직구조가 되면 더 좋겠네요! 

A. 영업 대상 MD가 1명이 아니라 N명이 되면, 일을 더 잘한다고 소문난 MD를 찾아가면 되니 까놓고 말하면 더 좋을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지만, 일이 그렇게 간단치는 않다. 제품에 따라 MD를 다 나누면 그만큼 영업 대상이 나눠져 공수가 많아질 뿐더러, MD들 사이에서 눈치를 보느라 어느 쪽과 해야할 지 더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파트너와 MD 관계라는게 매출 하나로 단칼에 좌지우지 되지는 않는다.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그렇다. MD든 파트너사든 정없이 행동하면, 좁디 좁은 유통업계에서 평판이 좋을 수가 없다.




헷갈리는 MD직무 정리 (3)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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