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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a Nov 12. 2019

MD는 어떻게 구분되나요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입과 위탁까지! 헷갈리는 MD직무 정리 (1)

MD에 대해 이해하려면, MD를 정의하는 쓰임부터 살펴보는게 좋다. 이렇다 할 사전적 정의가 없기 때문에, 똑같은 MD라도 실제 하는 일은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다. MD를 구분하는 매트릭스를 크게 4가지로 구분했다. 누가 가르쳐 준 건 아니고, 실제로 MD로 입사 후 R&D 및 상품개발까지 하면서 느낀 실질적인 업무 범위로 나눈 것이다.



MD를 구분하는 4가지 매트릭스 

1. 오프라인과 온라인 (Off-line & On-line)
2. 매입과 위탁 (Buying & Condignment)
3. 카테고리와 범카테고리 (Vertical & Horizontal)
4. 유통과 제조 (Distribution & Manufacturing)



1. 오프라인과 온라인 (Off-line & On-line)


MD는 "상품"을 다루는 직업이다. 그러니 무엇을 파느냐(What to sell;업종)어떤 방법으로 파느냐(How to sell;업태), 이 두 가지가 핵심이다. 


신입사원으로 유통사에 입사했던 2015년만 하더라도, 바이어와 MD를 지칭하는 기준은 주로 상품을 파는 장소에 따라 구분했다. 바이어란 주로 오프라인 매장-마트,백화점 등- 상품기획자를, MD는 실제 매장이 없는 온라인몰의 상품기획자를 지칭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MD는 담당하는 상품을 파는 장소(place)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고객 입장에서 쇼핑 경험을 반드시 해 보아야 하며, 경쟁사의 장소는 어떻게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지 시시각각 탐색해야 한다. 


이를테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은 눈으로 직접 보고 구매를 하기 때문에, 같은 상품이라도 매대의 위치(고객의 눈높이, 행사코너 등)와 진열방식 등이 중요하다. 또한 공간이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재고 관리가 타이트할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보수적으로 관리하면 결품(sold-out)이 나서 매출 기회를 놓친다.


온라인도 마찬가지다.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고객 경험(customer-experience)이 핵심이다. 오프라인 바이어가 수시로 매장에 가서 고객을 관찰하고 현장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온라인 MD는 UI/UX팀(넓게는 IT팀)과의 협업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오프라인은 살짝 잘못 전시된 부분이 있다면 직접 가서 뚝딱 고치면 그만이지만, 온라인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예를 들어, 상품리스트 정렬의 기본값(default)을 누적 매출순이 아닌 실시간 매출순으로 변경하고자 하면 최소 1주일에서 몇 달이 걸리는 경우도 흔하다(개발공수가 얼마나 들어가는 일인지, IT팀 인력이 충분한지, 부족한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UI/UX팀에서 시스템 개선 테스트 요청할 때 바쁘다고 안 하면 나중에 "여긴 되는게 없다"며 투덜거리는 MD가 된다


오프라인은 자연스럽게 주말이나 공휴일에 매출이 잘 나온다. 온라인은 정반대다. 빨간날에는 밖에 나가 놀거나 직접 보면서 쇼핑을 즐기기 때문이다. 온라인몰에서 금요일~일요일까지 주말 한정 행사를 자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떨어지는 매출을 보전하기 위함이다. 반면, 비가 쏟아지거나, 혹한기, 혹서기에는 온라인이 흥한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직접 일을 해 보면 끝도 없는 시즌 행사(season promotion) 준비에 정신을 못 차릴 것이다(혹서기→장마→캠핑→추석→할로윈→수능→크리스마스→혹한기→새해맞이··. 중간에 비는 term은 없다고 보면 된다. 이 밖에 예시는 얼마든지 많다). 


한 걸음 더 빨리 움직여, 한 시즌이라도 우수한 성과를 내고자 노력하지 않으면, 생존은 하지만 도태하는 MD가 될 것이다. 온라인 유통이 크게 성장하면서 MD 수 자체가 많이 늘어났고, 그만큼 MD 간 경쟁도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강력해진 온라인 유통에 힘입어, 온/오프라인 MD의 구분이 모호해진 경우도 많다. 


오프라인에 있는 똑같은 제품을 온라인에서도 구매할 수 있게 된지 오래고, 온라인 구매에 대한 고객의 신뢰 수준 자체가 많이 올라온 상태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매장이 show-room을 넘어 '온라인 물류창고'가 된 느낌도 받는다. 



편의점 제외한 모든 오프라인 채널은 매출 감소, 온라인은 크게 증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 발췌/배포:2019.10.30)


전년대비 9월 온라인매출 비중은 39%로 크게 성장하면서, 온:오프라인 매출비 4:6수준까지 도달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 발췌/배포:2019.10.30)



온/오프 구분이 모호해진 만큼, 한 명의 MD가 온/오프라인 모두를 맡는 경우는 비교적 흔해졌다고 볼 수 있다. 오프라인 MD만 했던 내 동기들 중 상당수는 끝없이 위축되는 오프라인의 비전(이라 하고 연봉이라 읽는다)때문에, 온라인 유통사로 이직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요즘 정통 오프라인 유통사들은 힘든 시국이고, 채용도 많이 안 하는게 현실이다.




2. 직매입과 위탁 (Buying & Condignment)


파트 1에서 상품 파는 장소 기준으로 MD를 구분했다면, 이번에는 재고 기준이다. 쉽게 말해, 상품의 현 재고가 유통사에 있느냐 제조사가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업무의 결이 크게 바뀐다. 여기서는 '매입MD'와 '위탁MD'로 나누어 개념을 이해 해 보자.


매입 MD는 고객에게 팔기 이전에 상품을 매입하여 유통사 물류창고에 두고 열심히 다 팔아야한다. 재고 = COST 다. 상품매입비용, 유통기한에 의한 폐기, season-out에 의한 폐기, 물류창고 임대료, 물류 인건비 등.. 재고가 회전되지 않으면 온전히 비용이다. 이 때문에 매입 MD는 굉장히 보수적으로 제품을 다룰 수 밖에 없고, 신제품 선정에 신중하기 마련이다. 


반면, 위탁 MD는 재고 부담이 거의 없다. 오프라인은 대부분 매입한 상품을 매장에 전시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MD = 매입 MD인 경우가 많다¹. 반대로, 위탁은 온라인이 절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쉬운 예: SSG에서 쓱배송 딱지가 붙은 것은 직매입, 업체택배로 되어있는 것은 위탁이라 보면 된다).


¹오프라인이 무조건 직매입만 하는 것은 아니고, 특약이라는 계약구조가 있다. 재고 자체는 유통사에 인도 해 주지만, 비용은 판매분에 한해서만 정산 해 주는 방식이다. 


즉, 매입을 하되 재고비용은 부담하지 않는 거래 방식을 '특약매입'이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규모유통업법
에 따른 납품업자의 거래 형태를 보다 쉽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직매입거래

대규모유통업자가 매입한 상품 중 판매되지 아니한 상품에 대한 판매 책임을 부담하고 납품업자로부터 상품을 매입


2. 특약매입거래

대규모유통업자가 매입한 상품 중 판매되지 않은 상품을 반품할 수 있는 조건으로 상품을 외상매입하고 수수료를 공제한 상품판매대금을 납품업자에게 지급


3. 위수탁거래

대규모유통업자가 상품을 자기명의로 판매하고 수수료를 공제한 상품판매대금을 납품업자에게 지급



마찬가지로, 직매입과 위탁 또한 구분이 모호해졌다. 온라인 유통사 역시 오프라인 매장만 없을 뿐, 강력한 물류체인을 기반으로 위탁이 아닌 직매입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래서 어느정도 성장한 온라인 유통기업의 조직 구조를 들여다보면, 위탁 본부와 직매입 본부를 나누어 운영하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 


정통 강호 오프라인 유통사의 신입사원으로 시작한 나로써는, 가만히 생각 해 보면 의아하기도 하다. 오프라인 매장 기반의 안정적인 cashcow를 가지고 있던 유통사 정도는 되어야 온라인을 본부로 나눠서 운영한다고 생각했는데, 적자 일쑤인 온라인 기반의 유통사가 직매입 본부를 차리고 이렇게 오랫동안 살아남아 운영하다니. 


직매입 사업을 갓 시작하는 온라인 유통사들을 보면서, 당시 나의 직속 상사 및 임원분들께서는 '그들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 했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은 결국 이렇게 되었다. 


지금 TV를 켜보라. 온라인몰의 cf가 나오는지, 오프라인몰의 cf가 나오는지 (좌측: 2009년 홈플러스 TV 광고-1박2일. 우측: 2019년 마켓컬리 TV 광고-전지현)




자기  어나온 Q&A

Q. 온라인이 대세니까 그럼 무조건 온라인 유통사로 가는 게 좋겠네요?
A. (100% 주관적으로) 내 대답은 NO 다. 오프라인 기반 정통 유통사와 온라인 유통사 모두를 다녀본 결과, 모두 장단이 있다. 물론 온라인부터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MD 커리어 평생 온라인만-특히 직매입 경험없이 위탁 MD만-하는 것은 비추한다. 


직매입을 해야만 알게 되는 유통 잔지식들이 많을 뿐더러, 무엇보다 상품 보는 눈이 깊어진다(물론 야근 지수는 올라가겠지만). 결론적으로, 온/오프라인 채널 어디서든 직매입 MD 경험을 꼭 해 보길 추천한다. 이 외에 온라인 유통사라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닌 이유들은 더 있고, 이 역시 차차 이야기 하기로 한다.




헷갈리는 MD직무 정리 (2)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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