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왜 읽음?
하늘을 나는 로망을 항공업이라는 특수산업에 근무하며 이루고, 더 많은 사람이 접하는 이동수단인 자동차로 눈을 돌려 다양한 영역을 살펴가고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운송수단을 주축으로 하는 커리어 여정을 만들어 가고 있네요.
제 글은 총 3가지 주제로 이뤄집니다. 항공업 경험에서 파생된 '[FLY] 비행기를 삽니다', 자동차 산업에서 겪은 이야기를 '[DRIVE] 자동차를 팝니다', 그리고 찬찬히 걸으며 머릿속에 정제했던 생각을 담은 '[WALK] 생각을 씁니다'를 통해 다양한 소재를 소소하게 풀어 내려합니다
요즘 퇴근길부터 시작해서 집에서까지도 유튜브를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문득 자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다양하고 흥미로운 영상에, 특히나 쇼츠를 통해 짧고 자극적인 영상들이 한없이 무지성으로 스크롤 다운되며 끊임없이 이어지고, 시간은 순삭 된다. 예전엔 그 시간에 책을 읽었다.
매년 성인 독서율이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작년 문체부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량은 3.9권이며, 심지어 성인 60%는 독서를 안 했다.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시간이 없다', '스마트폰 등 다른 매체를 이용해서' 등이다. 나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니 묘한 안도감이 느껴지지만, 좋아하던 책들과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듯하니 불안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말입니다, 책은 왜 읽어야 할까? 왜 모두 책을 읽으라고 하는 걸까?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 중 많은 부분들은 새로운 매개체들로 대체될 수 있지 않나. 그리고 지속되어 업데이트되는 정보들을 더 정확히 확인할 수 있을지 모른다. 1) 내가 직접 할 수 없는 경험 2) 새로운 지식 은 이미 각종 매체와 검색만 하면 바로 터져 나오는 영상과 설명들로 충분하지 않을까. 책이라는 기능을 두 가지로 한정한다면 이 또한 맞는 말이고 오히려 더 쉽고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는 방법이 다른 곳에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어야 할 이유. "책"을 통한 "독서"라는 행위는, 정확히는 자세와 사고를 함양하는 측면에서 지속되어야 할 이유가 몇 가지가 있다.
1. 가장 단순하고 흔한 형태의 몰입 중 하나가 독서이기 때문이다.
독서는 차분하고 침착하게 그 주제가 우리의 정신에 스며들게 한다. 독서는 특정방식의 읽기를 훈련시킨다. 바로 오랜 시간 한 가지에 집중하는 선형적 방식의 읽기 말이다.
반면 화면을 통한 읽기는 정신없이 넘기면서 초점을 옮기는 방식을 훈련시키고, 이러한 훑어보기가 일상 전반에 번져나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읽기는 더 이상 다른 세상으로의 즐거운 침잠이 아닌 붐비는 슈퍼마켓을 마구 뛰어다니며 필요한 물건을 잡아채서 빠져나가는 행위에 가까워진다. (요한하리, 『도둑맞은 집중력』 , 어크로스, 2023)
2. 책을 통해 단어를 모아가고 표현을 학습하여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가 세계의 한계'라고 말했다. 풍성한 언어 표현은 나의 세계를 더 정밀하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힘을 부여해 준다. 또 결국 삶은 메타포, 은유와 비유 등으로 그려지는 세계이기도 하지 않은가.
3. 틈을 내어 고요를 느끼게 하며, 발산과 충동질에 휘둘리지 않고 분별력을 키울 수 있는 사유의 힘을 강화한다.
'고요한 읽기'를 쓴 이승우작가는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터무니없는 일들의 거의 대부분은 사유의 힘이 부족해서 생긴다고 했다. 확신이 사실을 삼키는 시대이다. 혼자이기를 자처하여 몰두해 들어가는 읽기, 숨은 생각들을 길어 올리는 읽기 등을 통해 사유를 키워 나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4. 나의 속도로 정보를 이해해 나갈 수 있어 이해의 속도를 통해 사고의 깊이를 체현해 낼 수 있다. 독서는 나의 생각으로 스며들 수 있는 여백을 충분히 가질 수 있기에 정보를 주체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한다. 궁극적으로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낸다.
5. 정보의 나열이 아닌 새로운 연결을 가능하게 한다.
일방적 정보를 쏟아내는 매체와 달리, 독서는 정보와 사고의 발아력을 가질 수 있게 한다. 피로사회, 서사의 위기 등을 집필한 한병철 교수는 독서야말로 정보의 쓰나미로 주의가 파편화되는 사회에서 서사와 맥락의 조합을 창출해 내고 창조해 내는 능력을 함양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많은 지식인들이 말하듯이 어쩌면 현대 사회가 긴 텍스트를 읽는 능력을 점점 잃으면서 인지적 참을성과 지구력과 같은 능력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결과적으로는 공동체의 집중력 감퇴로 이어지고 발산과 충동질로 점철되는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닌지, 독서라는 작은 행동에서부터 그 해답이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닐지 곱씹어 보게 된다.
어떠한가. 조금은 설득이 되었을까. 나조차도 정리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니까 우리, 내일부터 책과 조금만 더 가까워지도록 노력해 보자.
아 스마트폰 오늘까지만, 조금만, 더 볼게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