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Y] 비행기를 삽니다#3-비행기는 도대체 얼마일까

비행기는 도대체 얼마일까

by 김아침

하늘을 나는 로망을 항공업이라는 특수산업에 근무하며 이루고, 더 많은 사람이 접하는 이동수단인 자동차로 눈을 돌려 다양한 영역을 살펴가고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운송수단을 주축으로 하는 커리어 여정을 만들어 가고 있네요.

제 글은 총 3가지 주제로 이뤄집니다. 항공업 경험에서 파생된 '[FLY] 비행기를 삽니다', 자동차 산업에서 겪은 이야기를 '[DRIVE] 자동차를 팝니다', 그리고 찬찬히 걸으며 머릿속에 정제했던 생각을 담은 '[WALK] 생각을 씁니다'를 통해 다양한 소재를 소소하게 풀어 내려합니다




8월 25일(미국 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에 맞춰 대한항공은 총 70조 원 상당의 대미 투자 계획 발표했다. 보잉사의 항공기 103대 도입과 GE의 엔진 및 엔진서비스 구매가 포함된 대규모 투자였다. 100대 이상은 한국에서는 굉장히 이례적인 큰 규모의 항공기 계약이다. 아시아나와의 통합 이후 성장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 일환으로, 미래 항공기 인도를 적시에 할 수 있도록 한 전략적 구매로 보인다.

그렇다면 항공기 가격은 도대체 얼마 정도일까?

일반적으로 항공사에서 기단을 운영할 때, 리스 또는 구매 등의 방법으로 신규 항공기를 도입한다. 자금력이 크지 않은 저가항공사 (LCC)의 경우, 대부분 리스를 통해 월 사용료를 지급하며 운항하고, 국적항공기와 같은 대형항공사(FSC)는 사내 자금 운용을 고려하며 리스와 구매를 적절히 조합하여 기단을 형성한다. (항공사의 부채비율이 타 기업에 비해 높은 이유도 이러한 대규모 투자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제조사를 통한 직접 구매의 케이스를 살펴보고자 한다.

항공 여객기는 통로가 하나인 기체인 narrow-body, 통로가 두 개인 기체인 wide-body로 나뉘는데, 간단히 생각하면 작은 국내선 비행기가 narrow-body, 해외 장거리를 가는 큰 비행기가 wide-body이다. 예상하다시피 크면 클수록 비싸다.


몇 년 전까지는 보잉사 홈페이지에 정가를 공시하였으나, 현재 미제공하여 오픈 소스를 통해 확인했다.


직접 구매를 한다면 항공기는 정가 기준 대당 현재 환율로 1천억~5천억 수준의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다행히(?) 정가는 정가일 뿐 실제 거래에서는 상호 간의 협상력이나 거래 규모, 기체의 옵션 등 여러 조건들로 가격이 대부분 하향 재조정된다.

대형항공사들은 이렇게 높은 금액의 항공기를 한 번에 10대, 20대씩 계약하는데 그 이유는 항공사의 주요 자본인 기체를 시장에서 선점하기 위함이다. 글로벌 항공기 제조업은 보잉과 에어버스라는 양대산맥의 독과점 시장이다. 제조사는 한정적이니 그들이 제조하는 항공기도 매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글로벌 항공사는 다수이고, 대형 항공사는 항공기 운영 기령을 약 20년 정도로 설정하고 있기에 지속적인 구매가 필요하다. 구매자가 온전히 갑이 될 수 없는 시장이다. 즉 항공기 인수 가능한 미래 시점(slot)을 미리 확보하지 않으면 적시에 항공기 도입이 불가능한 것이다.

계약이 성사되면 수년에 걸친 순차적 항공기 도입 연도가 지정되고 상세 항공기 가격은 제조사별로 상당히 복잡한 공식을 기반으로 결정된다. 기본금에 더해 도입 시점의 물가지수와 각종 상수들이 이 공식에 반영되기에 여러 번의 연산을 거친다. (꽤나 까다롭고 더블, 트리플 체크가 필요하다.) 이렇게 확정된 가격을 계약금과 여러 차수에 걸친 대금으로 지급하고, 항공기 인수는 마지막 잔금 송금과 함께 완료된다.

대한항공은 앞으로 현재 160대('25.7 기준) 항공기에 더해, 금번 계약된 보잉 신기종들로 무장한 대형 기단을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상상 이상의 대규모 투자 계약이 향후 대한민국 국적기의 성장을 얼마나 도모하게 될 것인지 기대가 안될 수 없다.

적시에 적확하고 대담한 결정은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이러한 결정을 통해 충분히 확보한 회사의 자산은 불확실한 미래에 적어도 잘 준비된 동력으로 역할을 할 것이다.

마치 전쟁에 나가기 전 총알을 두둑이 챙겨 놓아야 하듯,
업무 프로젝트 수행 시 경험 자산과 가용 지식이 많으면 좋듯,
거래를 할 때 보유하고 제안할 카드가 다양하면 우위에 있듯,
내가 저녁 메뉴를 정할 때 무슨 요리를 할 진 몰라도 장을 풍족히 봐뒀다면 안도하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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