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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우리동네 제왕

by 엄마다람쥐

구름 가득 한 날

나무에 앉은 새 한 마리

몸집이 크고 늠름하다


미국에서 자주 보던

붉은꼬리매가 우리동네에도

드디어 온 것일까


일 년 사이 비둘기가 점령하고만

동네, 매가 새들의 질서를

지켜주길 바라고 바랐다


미국 매는 다람쥐 사냥꾼

한국 매가 그보다 못할 리 없지!


기대와 반가움은

줌 당기는 몇 초 사이에

실망과 허탈함


동네 제왕이 되어버린 비둘기

높은 곳에 앉아 자태를 뽐낼 여유도 있는

너를 못 알아봤다. 아니 알아보고 싶지 않았다.


오늘도 매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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