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무료 영화:현실적인 신데렐라 이야기
신데렐라 이야기를 다룬 작품은 참 많습니다. 원작 신데렐라 동화부터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영화 등등 다 세어볼 수도 없을 것입니다. 신데렐라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랑 속에 태어난 소녀가 부모님의 죽음으로 인해 다른 가정에서 홀대받다가 우연찮은 기회에 만나게 된 왕자님과 해피엔딩을 그리는 작품도 모두 같은 맥락입니다. 아저씨 느낌이 풀풀 풍기겠지만, 사회 초년생 당시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되던 '꽃보다 남자'의 금잔디도 일종의 신데렐라였고, 2009년 황정민, 김아중 주연의 '그저 바라보다가'에서 탑 여배우와 사랑을 싹티운 동네 우체부 구동백도 신데렐라 남자 버전이었고. 시대를 막론하고 사랑을 매개로 한 신분상승 드라마는 모두의 로망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유튜브 Sun World Pictures 채널에서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2018년에 개봉한 영화라고 하는데, 주연배우 패리스 워너를 국내 사이트에서 찾아보아도 필모그래피 정리가 제대로 안되어있는 점을 볼 때, 극장에서 대대적으로 개봉을 했다기보다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목적으로 제작된 가벼운 영화인 것 같습니다. 예전으로 치자면 극장 영화가 아니고 비디오 가게 영화인 셈이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저는 좋았습니다. 적지 않은 수의 미국 영화가 지나치게 밝기는 합니다. 영웅은 승리하고, 악당은 패배하고, 지금은 어려움에 처해있지만 결국 선한 사람이 나중에 빛을 보는 내용이 많죠. 일부에서는 비현실적이라거나, 뻔하다거나, 미국을 너무 미화하고 있다거나 한다는 평도 있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이런 부분이 좋습니다. 가벼운 가족영화, 청소년 영화가 굳이 심오한 철학을 다루고, 처절한 우리 현실세계를 다룰 필요가 있을까요? 집에서 주말에 가족들이 도란도란 모여 사춘기 자녀, 조카들과 보기에는 이런 이상적인 전개가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자극적이고 현실적인 콘텐츠에만 노출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염세적이 될 수도 있는데, 염세적인 것보다는 낙천적인 것이 개인의 삶과 행복에 있어서도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대작이 아니다 보니 단출한 배경과 많지 않은 인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점도 좋습니다. 이야기 사이즈에 맞는 적당한 스케일. 오히려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어머니의 사랑 속에서 자라던 Indy Ella Zimmerman, 어머니는 사랑스러운 소녀를 Cindy Ella, Cinderella라고 불렀었죠.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에 따라 친척집으로 이사하고, 제대로 된 방이 아닌 옥탑 창고에서 지내면서, 온갖 집안일을 맡아 처리하면서, 본인이 이 집에 피해를 끼치고 있으니 당연히 이렇게 지내야 한다고 세뇌당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우연찮게 만난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남학생과 가까워지고, 서로 관계를 형성해 나가고 하는 것 까지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내용과 시대만 바뀌었을 뿐 동일합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여기서는 신데렐라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이 단순한 왕자님의 선택이 아니라, 청소년 학대 문제의 해결로 비추고 있죠. 넷플릭스에서 작년에 흥미롭게 봤던 '루머의 루머의 루머'가 머릿속을 스쳐갔습니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는 사실 제목 번역이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원래 제목은 '13 Reasons Why(13가지 이유)'였습니다. 한 소녀가 자살을 하게 되는데, 드라마 속에서 실제 미국 청소년 자살의 13가지 주요 원인을 각 에피소드로 다루고 있죠. 사회문제를 드라마를 통해 교육 및 계몽적인 면까지 다루고 있는 것입니다. 성폭력, 따돌림, 무관심 등 한 사람이 자살하기까지 주변에 어떤 영향들이 있었는지 어두운 톤의 자극적인 영상들을 통해 접하면서, 마음 한편으로 무서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그렇게 진지하게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에 집중하기보다는, 청소년 학대 및 요즘 우리 사회에 이슈가 되고 있는 가스 라이팅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그녀를 세상 밖으로 탈출시키고 있습니다. 다소 지루한 전개가 될 것을 우려했던 모양인지, 중간에 살짝 삼각관계도 집어넣어 약간의 긴장감을 주고 있습니다. 물론 한 시간 반의 짧은 러닝타임 덕에 연결되는 각각의 내용들은 좀 억지스러운 것이 사실이긴 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 볼만 했습니다. 단순히 무료여서 그렇다기보다 한 시간 반 정도 투자하기에 코로나 19로 어디 딱히 갈 데도 할 일도 없는 금요일 주말 초저녁,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청소년 자녀들이 있다면 같이 보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게다가 유튜브에서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극장을 못 간지 벌써 한 해가 훌쩍 지났습니다. 극장에 가서 영화 시작 전에 앉아 있어야, 예고편도 좀 보면서 다음에 뭘 봐야겠다고 생각도 하는데, 요즘은 영화 자체도 많지 않거니와, 예고편도 찾아봐야 하는 시대다 보니 무슨 영화가 언제 나오는지 잘 모르고 지내고 있습니다. 대작이나 인기작은 아니었지만, 조금 지나간 이런 영화들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가 솔솔 한 것 같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딱히 특징이 두드러지는 것 없는 전형적인 미국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사실 집과 학교만 차로 왔다갔다 하는 영화는 특정 대도시가 아닌 이상 특징이 별로 없죠. 이 영화는 유타에서 촬영되었다고 합니다. 서부 내륙에 있는 평범한 미국 마을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보면 좋겠죠. 우리가 알만한 대도시를 배경으로 하면 랜드마크도 나오고, 부자부터 거지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등장하고, 어마어마한 저택부터 만만치 않은 월세의 단칸방 스튜디오 등이 등장하곤 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그렇게 눈에 띄는 부분이 없기도 했으니, 감독은 적당한 미국 동네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