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골프장 나들이, 페블 비치

AT&T Pebble Beach National Pro-Am

by jim

아마 머리를 올리기 얼마 전으로 기억납니다. 교내 외국인 학생 지원실에서 동네에 골프대회가 있으니 무료 티켓을 나눠준다고 해서 골프 규칙도 모르면서, 주말 나들이나 해볼까 하고 티켓 두장을 받았습니다. 골프를 좋아하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페블비치를 다들 잘 아신다고 듣기는 했는데, 당시 저로서는 사전 지식이 없다 보니 날씨 좋은 주말에 아내와 산책도 좀 하고, 새로운 경험도 좀 해볼까 하는 정도의 마음이었습니다.


Pro-Am의 뜻도 몰랐죠. 그냥 프로랑 아마추어들이 같이 하는 그렇게 중요한 대회는 아닌가 보다 했습니다. TV에서는 박세리나 최경주 이런 선수들이 US Open이 어떻다 하는 이야기만 많이 나왔지, 이런 경기는 이야기한 적이 없는 것 같았거든요. 사실 규칙도 제대로 모르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골프 방송이나 스포츠 뉴스를 귀 기울여 듣지도 않았지만 말입니다. 나중에 골프에 대해 조금 알고 나서 이때를 뒤돌아보니, 빌 머레이 같은 배우부터 케니 지, 마이클 볼튼 같은 뮤지션, 유명 운동선수 등 골프에 관심이 있는 소위 Celeb들과 PGA 프로들이 함께하는 경기였더군요.

이런 대형 이벤트인 줄도 모르고 그냥 나눠주는 각종 사은품들 잔뜩 챙기고, 포토부스에서 사진 찍고, 따뜻한 햇살 받으며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그늘 아래에서 맥주 한 캔 시원하게 들이켰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멀찌감치 선수들의 샷을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다가, 샷 이후에 환호하고, 또 천천히 따라서 이동하고 하는 모습이 매우 신기했습니다. '아, 이런 거구나' 했죠. 그런데 사실 박세리, 최경주 말고는 아는 골프선수도 없고, 룰도 몰랐던 시절이다 보니, 다른 관중들이 이동하는 방향을 역행하며 그냥 골프장을 다 둘러보기에 바빴습니다.


날씨 좋고 경치 좋은 태평양 연안에 있는 골프장이어서 그럴까요. 중간중간에 주택들도 많이 있더군요. 그리고 그 집들과 골프장 잔디 위를 한 무리의 사슴들이 떼를 지어 뛰어노는 모습도 장관이었습니다. 요즘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경기 장면을 보다 보면 악어가 골프장에 올라와서 낮잠을 자는 모습이 나오기도 하던데, 자연과 어우러진 이런 모습이 골프장을 즐기는 또 다른 매력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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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2010년대 초반에 막 시작한 스쿠버다이빙 여행을 일 년에 한두 차례 휴가 받아 떠나는 것이 낙이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스쿠버다이빙이 매력적인 이유는, 아무리 여행을 많이 다닌다 하더라도 다이빙을 할 수 있는 사람만 보고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경험이었기 때문이죠. 제주도에서 태어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모두가 문섬, 새끼섬 바다에 들어가 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이때 골프장을 둘러보고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 골프를 쳐야 이런 곳을 둘러볼 수 있겠구나.' 골프를 칠 줄 모른다면 이렇게 가꾸어진 곳을 거닐어 볼 수 있는 기회는 주어지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운동을 잘하고 못하고, 점수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여기는 이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만 개방된 공간이라는 생각을 하니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규칙도 모르던 시절이었지만 말이죠. 이때의 이 선택에 대해서 지금 다시 돌이켜보니 옳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공이 잘 맞으면 잘 맞는 대로, 안 맞으면 안 맞는 대로, 날씨가 좋은 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라운딩을 나가면 나가는 대로, 못 나가면 못 나가는 대로 다양한 즐거움과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운동을 만약 몰랐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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