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m Jun 27. 2021

Cruella, 크루엘라

디즈니와 엠마 스톤이 만든 위키드 Wicked

 오랜만에 만나보는 엠마 스톤입니다. 새하얗게 분칠 한 얼굴에 새빨간 입술과 두꺼운 아이라인, 새하얀 백발과 암흑 같은 흑발의 색조와 명암의 대비는 기존의 애니메이션으로 보았던 101마리 달마시안의 크루엘라를 잊게 만들었습니다. 배우의 힘이란 게 이런 것일까요. 아이언맨 하면 황금색 가면이 아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얼굴이 떠오르듯이 크루엘라도 이제 엠마 스톤이 먼저 떠오를 것 같습니다.



 엠마 스톤뿐만 아니라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오래된 건물들을 보는 것도 좋았습니다. 얼마 전에 (그러고 보니 엠마 스톤 주연이었네요.) 영국 과거 역사를 다룬 The Favourite을 보기는 했지만, 리젠트 파크라던가 런던의 옛 백화점이나 골목골목의 분위기를 훑어보는 것은 그 나름의 분위기와 재미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어릴 적 보았던 ‘101마리 달마시안’의 프리퀄 같은 작품이죠. 101마리 달마시안에서는 밑도 끝도 없이 그냥 빌런으로 나왔던 ‘크루엘라’가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자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내용은 따로 언급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디즈니의 장편영화 치고는 조금 무겁기도 하고, 블랙코미디 같기도 하고, ‘그냥 공주님 영화’ 같은 느낌이 많이 빠져 있습니다. 요즘 시대가 원하는 상이 많이 그렇기는 하지만, 극 중의 모든 남성은 약간 한쪽이 모자란 조력자 들일뿐이고 알파 히로인과 알파 빌런 모두 ‘센 언니’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온 가족을 겨냥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어린아이들은 조금 무서워할 것 같은 어두운 화면도 많이 있고, 색조도 화려하지 않습니다. 집중을 잘 못할 것 같기도 하고요. 강렬한 록 음악도 아이들 취향에는 맞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주 어린 친구들은 울음을 터뜨리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네요. 저는 디즈니와 엠마 스톤 모두의 팬 입장에서 즐겁게 관람하였지만, 실제 메인 타깃이 어떤 층이었는지 궁금하긴 합니다.


 적어도 10대 후반에서부터 옛 추억을 되새겨 이 작품을 찾아볼 만한 기성세대가 타깃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런던을 중심으로 한 패션쇼 대결이 영화의 주 소재로 자리 잡고 있어, 이러한 쪽에 관심이 있는 여성분들은 볼거리도 제법 풍성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다양한 오마주가 녹아있는 것 같아 그것들을 엮어 보는 것도 참 재미가 있네요. 복수가 삶의 원동력이 되는 이야기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흥행 키워드 중의 하나이고, 거기에 출생의 비밀도 얹혀 있습니다. 패션 바닥에서 펼쳐지는 악녀들 간의 암투와 성장 스토리는 마치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지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는 것 같은 착각도 듭니다.



 자아도취에 빠진 한 사람의 집착에 가까운 행동은 마치 백설공주를 어떻게 하지 못해 몸부림치던 왕비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원래는 그래도 착하게 지내려고 노력했던 에스텔라가 이런저런 고초를 겪고 돌이킬 수 없는 각성을 통해 크루엘라가 되는 장면은 뮤지컬 위키드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야기해 놓고 보니 무슨 종합 선물세트 같네요. 만약 의도적으로 이런 이야기들을 다 엮은 것이라면, 디즈니고 참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수십수백 년 간 보증된 이야기를 그럴싸한 화면과 당대의 내노라는 배우로 잘 포장해서 세상에 내놓은 것이니까요.

 

 

 그나저나 이미 101마리 달마시안이라는 본 편이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의 속편이 나올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마지막 장면에 앞으로의 계획을 잠시 언급했다가 넘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혹시 속편을 의식한 것일까요. 101마리 달마시안 본편에서 처럼 그냥 강아지 모피코트를 만들려는 사이코로 갑자기 튀어나온다면 그건 좀 이상할 것 같거든요.


 그나저나 이제 엠마 스톤도 어느덧 3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데, 근 10년 전 스파이더맨의 여자 친구로 파릇파릇했던 때를 지나, 라라 랜드를 통해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고 사랑을 찾아가는 20대 여성을 보여준 데에 이어, 이제 극을 대표하는 악역까지 연기의 스펙트럼을 점차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 멋있습니다. 앞으로가 계속 기대가 되네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