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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선임 Sep 14. 2021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는 것

일과 육아,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 엄마는 내가 태어나기 직전에 다니던 직장을 관두셨었다. 그 뒤로 새로 다니던 직장 또한 남동생이 초등학교에 가고 난 뒤 관두셨다.


요즘 엄마들을 보면 아기를 낳는다고 일을 관두진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라고 불리는 '일과 육아'를 두고, 둘 다 제대로 잡겠다는 생각은 조금 버리고서 엄마의 인생을 시작하는 것 같더라. 아무래도 두 가지를 하다 보면 다른 한 가지에 만족할 만큼 신경을 못 쓰게 되어서가 아닐까?


아기를 낳고 회사에 복직해서 선배 직원들과 밥을 가끔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이 회사를 다니는 한, 그들의 고민이 나의 고민이 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각자 다른 모습의 엄마이지만, 일과 육아를 두고 고민하는 것은 비슷해서 내게 참고가 많이 된다.


"아, 나는 이제 팀장 달긴 글렀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선배 직원의 표정을 보면서, 나는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묻지도 않았다. 이미 다 아는 공공연한 사실. 아기를 낳고 휴직을 1년 이상 하고 오는 여자 직원들은 같은 동기 직원들보다 승진이 늦기도 했고, 은연중에 팀장 보직은 근처도 못 갔기 때문이다.


한 두 분씩 여자 팀장이 있었지만, 그분들은 양가 부모님 댁에서 아기들을 전적으로 케어해줘서 그만큼 회사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조직에서는 특별 케이스처럼 달아줬다고 모두가 생각하고 있다.


"너는 그래도 휴직을 안 써서 가능성은 있겠다!" 최근 몇 년 중에 출산휴가만 쓰고 휴직 없이 복직한 거의 유일한 엄마 직원이 나라더라. 그래서 직책을 달 수 있다는 게 이유인데, 나에게 희소식인 것처럼 말하는 선배에게 나는 그냥 웃고 말았다. (시켜줄지도 모르는 일이고, 팀장 달고 싶지가 않은...)


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기준이 뭔지 생각해봤다. 다들 떠올리듯이 그렇게 거창한 무언가라고 경외시 하는 것보다,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고 있는 것'이라고만 생각하니 간단했다.


꼭 일에서 엄청난 성과가 있어야, 조직에서 높은 직책을 달아야만 '일이라는 토끼'를 잡은 걸까? 반드시 아기 케어를 종일 혼자 해내야만 '육아라는 토끼'를 잡은 걸까? 엄마라는 상황에서 미 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엄마들의 토끼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토끼가 무거워서든, 토끼가 발버둥 치느라 못 견디겠어서든, 하나를 놓아버리면 한 마리의 토끼만 남아있는 것인데, 나는 어쨌든 둘 다 쥐고 있으니. 


모든 엄마들에게 육아 토끼와 일 토끼 모두 중요하다.


우리 회사의 어떤 여자 직원은 육아 휴직하는 1년 동안 아기와 하루 종일 함께해서 매 순간이 행복했다고 말한다. 또 다른 여자 직원은 휴직하고 두세 달 지나고 나니 일도 하고 싶고 출근도 하고 싶어 졌다고 말한다.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아기 키우는 데에 몰두한다고 일 토끼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회사를 다니기 위해 베이비시터에게 아기를 맡기고 출근한다고 육아 토끼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토끼를 쥐고 있는 '엄마의 인생'이다. 엄마들은 각자 더 무겁거나 더 힘든 토끼가 있을 뿐이다. 그냥 모두가 똑같은 엄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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