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아, 얼른 자. 엄마 운동하게...
운동할 시간이 없는 워킹맘의 기를 쓰고 운동하려는 의지 기록
이번 광복절 연휴는 쉬는 날이 3일이나 되어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무언가를 시작해보기로 했다. (무언가를 다짐하고 시작하는 것도 여유가 없을 때는 불가능이다.)
3일 내내 남편과 나는 아무런 계획 없이 튼튼이를 챙기기로 했다. 시국도 좋지않아서 멀리 나가기도 힘들다. 하지만 집에 하루종일 있으면서 아기를 키우면 어떤 일과가 되는지는 종일 육아를 해본 양육자라면 상상할 수 있다.
아기의 수유시간에 맞추어 양육자들의 하루 일과가 결정된다.
튼튼이 밥 때가 되면 이유식 미음을 중탕하고, 이유식과 분유를 먹이고, 1시간정도 놀아주다가, 아기가 하품을 하고 눈을 비비면 재우고, 아기가 잘 때 밀린 집안일이나 쪽잠을 청하며 다음 육아를 위한 체력을 비축한다. 이 사이클이 3시간에서 4시간정도 된다.
이 중 나에게 허락되는 자유시간은 단연 아기가 잠든 시간이다.
이번 연휴부터는 여러가지 이유로 다시 임신 전으로 내 몸 상태를 돌리기로 마음 먹었다. 외적인 요소 뿐만아니라 이미 많이 진행된 근손실을 다시 회복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헬스장을 나가는 것은 사치요, 운동하러 밖에 나가는 것은 갓난아기 엄마인 나에게 상당히 힘든 계획이다. 이 시국에 헬스장을 못 감은 물론이고, 밖에 운동하러 나가려면 준비하고 뭐하고 1시간반은 잡아야 하는데 그 시간을 튼튼이가 허락해줄리가 만무하다.
그래서 나는 집에서 효율적으로 운동할 방법을 그려보았다.
우선 운동의 시간이 길지 않아야 하고, 차라리 짧은 프로그램을 하루에 두 번 이상 하는 것이 나에게 더 맞다. 아기가 하루에도 5~6번은 잠을 자니까. 그리고 짧은 시간이지만 효과는 강력해야 한다. 근손실을 회복할 수 있는 근력과 출산 후 덜 빠진 체중을 마저 뺄 유산소도 중간중간 섞어주어야 한다.
돈 안 들이고, 시간은 많이 들이지 않기위해 나는 유튜브에 있는 많은 홈트레이닝 영상을 몇시간 훑어보면서 동작들을 따라보았다. 워밍업, 본 운동 동작, 마무리 스트레칭, 이 3가지에 적합한 영상들을 골라서 저장해두었다. 그리고 나만의 홈트레이닝 프로그램을 20분 정도로 구성했다.
3분 워밍업, 본 운동 15분(근력운동 6가지, 유산소운동 2가지), 마무리 스트레칭 2분으로 구성된 나만의 홈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짰다.
이번 연휴에 몸에 익혀두려고 일단 되지도 않는 동작들도 무작정 시간에 맞추어 따라했다. 안 하던 운동하려니까 진짜 저질 체력이 된 내 몸이 어찌나 쪽팔리던지! 거울도어에 비친 끙끙거리는 나의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아흑.
그렇게 첫 날 30분 고강도운동을 2회 하고나니, 1kg가 빠졌다.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에 깜짝 놀랐다. 매일 기록하려고 밟고 올라선 체중계는 어제보다 줄어든 몸무게를 띄워줬다. 엄청 땀 흘리면서 고강도로 짧고 굵게 운동을 해서 그런걸까? 나는 괜시리 자신감이 붙었고, 남은 연휴 내내 진짜 열심히 해보겠다고 의지를 활활 태웠다.
연휴 둘째, 셋째날에도 아기가 낮잠을 자는 시간에 한 번, 밤 잠을 자고나면 한 번 했다. 이유식을 만들 일도 없고, 설거지 거리도 없고, 빨래 거리도 급하지 않을 때, 아기가 잠들면 바로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아기가 자는 옆방에서 요가매트를 깔고 나만의 시간을 보냈다.
내가 이 계획에 자신감이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튼튼이가 낮잠 시간이 거의 일정해서이다. 참 신기하게도 튼튼이는 한번 낮에 잠들면 40분~45분 컷이다. 몇 주 간 그 패턴을 수유일지를 통해 확인하였고, 아기가 잠든 직후부터 20분 전후로 운동하고, 바로 샤워하고나오면 신기하게 잠에 깨서 침대에서 혼자 부비적 거리고 있다.
밤에는 제대로 잠들고 나면 오래 깨지않고 자기 때문에, 오히려 낮보다 밤에 운동하기가 마음이 더 편하다. 그래서 가끔은 새벽에 애매하게 아기가 깨서 수유하고 다시 잠들면, 아침이 되기 전에는 다시 몇 시간동안 잠을 깊게 들기 때문에 그 때부터 스트레칭하고 운동을 조금하고 잠드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 남은 체중은 4kg, 더 줄여야하는 허리둘레는 3인치이다.
내가 이 목표를 달성할까? 나는 달성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왜냐면 나는 지금까지 사둔 옷들이 너무 많아서 돈을 써서 큰 사이즈를 사기가 너무 아깝다!
그리고 육아와 일을 병행하다보니 체력이 국력이고, 내 건강이 곧 아기의 건강이자 우리 가족의 건강인 걸 느꼈다. 더군다나 나는 원래 운동하는 것을 너무나 좋아했고, 땀 흘리며 운동하는 시간 자체를 좋아한다.
비록 튼튼이가 내 곁에 머물러 있어야해서, 예전처럼 자유롭게 운동하고 싶은 곳으로 이동하지는 못하지만 나는 이 시간마저도 너무 소중하다. 소중한만큼 농도 찐~하게 빡세게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