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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선임 Jul 29. 2021

아기를 지키기위해서, 코로나 백신.

아픈거 싫어하고 무서운거 싫어하는 엄마의 코로나 백신 접종 후기

코로나는 언제쯤 우리 삶에서 사라질까? 물론 바이러스가 영원히 사라지진 않겠지만 확실한 치료제도 확실한 백신도 없는 요즘같은 시기가 빨리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코로나 베이비는 뱃속부터 시작이었다.


나처럼 출퇴근 하는 엄마, 아빠들은 집에 갓난아기가 있기 때문에 바깥 활동도 조심스럽다. 실제로 나는 임신한 기간부터 코로나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었고, 심지어 막달에는 코로나 1000명 확진자가 돌파하면서 회사에서 임산부를 상시재택근무자로 전환하여 사무실에 거의 절반도 나가지 않았었다. 게다가 아기 낳고 나서도 그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임산부가 아니라서 사무실 출퇴근을 꼬박꼬박 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 백신. 뉴스에서는 누군가가 접종하고나서 부작용으로 운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너무나 많이 전해주고 있었다. 튼튼이가 없었더라면, 나는 백신을 기어이 맞고야 말겠다는 생각을 절대 안 했을 것이다. 마스크를 끼고 조심하며 지내면 되고, 우리 집안은 워낙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소독도 철저히 하고 외부활동도 일절 안했기에 나만 조심하면 되겠다며 지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연약한 아기가 집에 있다고 생각하니, '백신을 맞아도 항체가 생기지 않을 확률이 있든말든, 생길 확률이 나에게 일어나면 그것이 100%니까'라는 생각으로 무조건 백신을 구해서 맞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백신 엄청 아프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구하지도 않은 백신을 맞는 상상을 하면서 얼마나 아플지 미리 걱정하며 지냈었다.


백신 맞으면 아프다고? 일단 나는 맞아야겠어!


그러다가 정말 내가 잔여백신을 구하게 되었다. 50세 이상의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매일 접종하러 오지 않은 사람들의 백신 수량을 잔여백신에 띄우기 시작할 것 같다는 나의 직감이 정확했다. 백신의 종류는 중요하지 않아, 난 일단 맞아야 해! 결국 나는 우여곡절 끝에 백신을 맞았고, 큰 과제 하나를 끝낸 가벼운 기분으로 귀가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하철에서 내려서 집까지 걸어가고있는데 점점 무거워지는 내 뒷목과 왼쪽 팔(접종한 팔). 뒷목이 답답해지는 느낌은 마치 치과에서 치료받기 위해 마취주사를 놓은 기분이었다. 그 기분은 내 인후쪽까지 스며들었고 침을 삼키기가 약간 불편한 상황에 이르렀을 때 집에 도착했다. 이 때만 해도 아기를 안아주는 것 즈음은 문제 없었다. 약간 뻐근한 정도였거든.


하지만, 접종 후 8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갑자기 온몸이 아프다. '누군가가 패대기를 치면 이런 기분인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맞아본 적이 없음) 사실 이 때부터 통증이 점점 심해졌고, 이 것이 지속되어서 멀쩡해진 3일차 오후가 될 때까지 무슨 정신으로 지냈는지 잘 기억도 안 난다. 미리 챙겨둔 타이레놀을 한 알 뜯어서 바로 물과 함께 삼켰더니 조금 뒤부터 살짝 경감된 듯한 통증. 그러나 서너시간 뒤에 다시 찾아온 진통제 뒤에 숨어있던 원래의 아픔에 밤새 끙끙 앓았다.


백신휴가 2일 내내 끙끙 앓았다.


그 와중에 옆 아기 침대에서 튼튼이가 으앙 울면 안아주기는 했는데 정말 힘들었다. 팔만 아픈것이 아니고 팔을 들기위해 써야하는 주변 근육 모두가 다 아프고 굳는 느낌이었다. 둘째날은 아기를 안아주는 일은 무서워서 못했다. 어찌저찌 들 수는 있으나, 괜히 잘못 했다가 혹시라도 놓칠까봐 최대한 뉘여서 놀아주고 달래줬다. 정말 안아줘야 할 때는 아기띠를 하고 최대한 팔을 쓰지 않으려고 했다.


회사에서 제공한 백신휴가는 만 2일이다. 나는 접종당일 오후에 백신 주사를 맞았는데, 정말 기가 막히게 접종 3일차 오후부터 말짱해졌다. 처음 백신휴가를 받았을 때는 하루정도 아플 것이니 누워서 쉬고 하루는 편하게 놀면서 쉬어야지 했던 나의 자만(?)은 어리석음으로 끝났다. 정말로 만 이틀동안 아팠다. 아프면서도 '그래, 내가 이렇게 많이 아파야 항체가 많이 생기고 잘 생길거고, 그래야 튼튼이가 나로부터 안전해진다.'는 생각을 하였다.


나는 이렇게 아파도 괜찮아 진짜로! 주기적으로 주사 맞으면서 아파도 상관없어 정말로! 튼튼이만 안전하게 지낼 수 있다면, 매달이라도 맞고 싶은 심정이다. (물론 나에게 그렇게 많은 백신을 제공하진 않겠지만~) 2차를 맞고나서 또 맞을 수 있다면 다른 종류의 백신까지 추가로 맞고 싶은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아프다.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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