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Life I deserve

승무원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by 캐롤라인


플라이두바이 채용이 뜨고 주변 사람들이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요새 중동 항공사도 키나 나이, 국적을 따지는 추세인데 플라이두바이는 그런 제한이 하나도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중동으로 다시 오고 싶어 하는 정리해고당한 전직 승무원들의 지원 숫자까지 합치면 코로나 기간 이전보다 경쟁률이 더하면 더하지 덜하진 않을 것 같다.



에티하드항공으로 오고 나서 플라이두바이를 다시 가고 싶냐는 질문을 종종 들었다. 특히 한국인들은 플라이두바이에 대해 아직 잘 모르지만 UAE에 오래 살았던, 특히 동유럽 출신 크루들은 플라이두바이에 대한 관심이 정말 높다. 내가 레이오버로 부쿠레슈티를 다녀왔다고 말하면 눈이 반짝이며 자기도 무조건 플라이두바이를 지원할 거라고 했던 루마니아 크루들이 한 둘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플라이두바이로 다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안 갈 거라고 대답했다.




회사는 너무 좋지만, 플라이두바이도 단점이 있다. 예전 포스팅에 올렸듯이 살아생전 처음 보는 승객 프로파일과 친구&직장동료 분리의 힘든 점, 숙소를 제공해주지 않고 나 혼자 알아서 모든 걸 알아서 해야 한다는 점과 한국을 가는 게 너무너무 힘들었던 점은 내가 퇴사를 다짐하기에 충분했고,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즐겁기도 했지만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 크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고, 다시 돌아간다 한들 그 이상 뭘 더 잘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때는 20대 젊은 패기로 아무것도 모르고 하라는 대로 했지만, 에티하드항공에서 더 많은 걸 경험한 지금 “삶의 질”만 놓고 본다면 에티하드항공에서 일하는 지금 아부다비의 삶이 훨씬 더 행복하다.



Life you deserve




샤르자에서 살던 시절에 내가 문 밖을 나서자마자 마주치는 광경은 이러했다. 처음 보는 아시안 여자에게 보내는 노동자들의 시선 강간, 냄새나고 더러운 길거리, 죽은 비둘기, 길가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와 광고지들



비행에서 힘든 일이 있으면 툭 터놓고 말할 믿을만한 사람이 필요한데 직장동료와 친구 분리가 힘든 건 나에겐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내가 오늘 말한 게 다음날 다른 크루 입에서 들릴 때도 있었고 와전된 경우도 많았다. 정말 많은 루머와 배신이 난무했고 한국인 승무원 숫자가 적은 사회는 우리 집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 건너 건너 사람도 다 알정도였다. 남이 생각 없이 툭툭 내뱉는 말에 상처 받는 스타일인 전형적인 인프피인 나는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마음의 문을 더 닫았다. 유일하게 제일 친했던 사무장 언니가 학업을 이유로 퇴사를 했을 때는 친구가 잘돼서 너무 기쁘기도 했지만 그 후로 혼자 남아서 힘들기도 했다.




운전을 하지 않았던 내가 밤 비행을 가거나 새벽에 비행에서 돌아올 때면 밤하늘의 달을 보면서 늘 다짐했다. 미래의 나에겐 무조건 더 나은 삶을 제공해줄 거라고.



얼마 전 전직 쿠웨이트항공, 전직 에어아라비아 출신 동료들을 만나서 이런 얘길 했었다. 에티하드에서는 턴 비행이 한 달에 두 개만 돼도 불평한다고. 그 전 회사에서는 턴 비행이 디폴트였는데 다들 감사한지 모르는 것 같다고. 그리고 그 말도 맞다. 나도 바라던 인천비행은 안나오고 맨체스터랑 런던 비행만 나오면 속상한 마음에 영국 레이오버가 너무 많다고 불평해댔다. 플두에서 다카와 제다, 카라치 턴 비행을 주야장천 가던 옛날은 기억 못 하고...




누군가는 내 포스팅이 너무 적나라하다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현실적인 단점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그런다. 완벽한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어떤 회사”를 다니면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승무원이 되면 다 일거라고 생각하지만 (나 역시 그랬고) 사실은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다른 항공사 면접장에서 회사 동료들 다 만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나 역시 에티하드항공에 내가 결정해서 온 거지만,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해볼 거다. 왜냐하면 에티하드항공이 내 인생의 끝이 아니니까~


To be continued!!




에티하드항공에 입사하면 살게될 마즈다 숙소. 두바이에서 이런 집에 살려면 한 달에 백만원은 족히 내야한다. 깨끗하고 주변환경도 조용하고 집도 큰 편이라 회사에 늘 감사하다.


keyword
이전 12화It ain’t over till it’s o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