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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인경 Feb 25. 2016

나의 독백

아버지를 그리며

나의 독백              

                                                                 -아버지를 그리며


난 어릴 적부터
나 스스로 생각하고  
나 스스로 결정하는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나의 삶을 책임지며
운명을 스스로 개척한다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가난한 집안의 딸만 넷 중의 둘째.
사랑에 목말랐던 존재감 없는 둘째라 생각했던 나는  청소년기부터는 그것이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진지하게 부모님과 내문제를 의논하거나 고민을  털어놓은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아니 어쩌면 내가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없다는 단정을 미리 내리고 있었기에 마음을 닫고 도움을 청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함께하기보다는 혼자  사색하는 것을 좋아했고
뛰어노는 것보다는 조용히 책 읽기를 좋아했던 나
 
나이에 비해 생각은 큰 아이의 모습으로 세상을 보니  어른이라고 해서 다 어른스럽지 않다는 것과

사람은 끊임없이 배우고 익혀야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깨우쳤었다
 
TV 시청을 멀리할 만큼 지식을 채우되 아무 쓸모없는 것들로 머릿속을 채우고 싶지 않았던, 또래에 비해 자아가 성숙했던 나는 덩치 큰 친구들에게도  말싸움이나 논쟁에 있어서 만큼은 절대로 밀리지 않았던 당당함이

있었다
 
그래서인가
스스로 앞가림을 잘한다고 믿어주셨던 부모님
밖에서와는 달리 안에서속내를 비추거나 불만을 잘 표출하는 성격이 아니었기에 부모님은 유독 나만큼은 걱정하지 않으셨단다
 
그 시절.  난 결핍으로 인해 불만이 가득한, 뼛속까외로운  십 대시 절을 보냈음에부모님실망안겨 드리기 싫은 착한 딸 콤플렉스가 있었던지 집안에선 속에 꽉 찬 반항을 말수 적음으로 대신하였다
 
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타고난 재능과 끼도 있었다고 자부했었다
하지만 어려운 형편 때문에 모든 꿈과 욕구들은 꽁꽁 묶어 무거운 추를 달아 깊은 심해의 수면 아래로 가라앉혀야했다
 
스스로 내 삶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 생각했던 나는 청소년기 내내 묵직한 돌 덩어리가 나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왜소한 삶을 사는 것에서 벗어나 큰 꿈을 간직했던 한 소녀
 
지극히 감성적이고 여린 천성을 지녔던 나.
하지태어서열형성영향미친다연구

결과처럼 부모님의 사랑은 언니와 동생들이 다 받는다는 철없는 생각에 둘째인 나는 그 시절 왠지 모든 게 야속하고 원망스럽고 서러웠다
 
학창시절. 난 나의 학비를 스스로 책임지며  공부해야 했다
이른 새벽이면 찬이슬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섰고 늦은 밤 총총한 별빛이 집으로 향하는 나의 지친 발걸음에 함께  동행해주었다
 
그때는
나만 힘든 줄 알았다   
나만 불행한 줄 알았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시절엔 누구나 다 그런 삶을 살았었다
 
아무것도 받은 게 없는 줄 알았었는데 어쩌면 아버지는 내 인생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으로 긍정적인 생각과  좋은 습관을 물려주셨다
 
매일 새벽.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조용히 독서와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시고 매사에 성실한 노력을 기울이신 아버지
늘 엄마의 힘든 집안일을 분담해서 도와주시고 다정 다감

하신 인품에 칭찬과 격려와 배려를 아끼지 않으시던, 언행에서 품위를 갖추신 점잖은 신사


흔히 말하는 노인네가 아니라 존경할만한 어른으로 기품이 배어있어  남녀노소 따르는 사람이 많았던 아버지

내 아버지.
 
지금  난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음에 감사한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그저 미안함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봐 주셨기에 넘어지고 깨져 상처 투성이가 되었다 해도 나 스스로 땅을 짚고 일어설 수밖에 없는 힘을 지닐 수 있었다


물려받은 성실함과 둘째 특유의 포기하지 않는 강한 근성이 있었기에 크게 내세울 건 없지만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 간에 지켜야 할 도리와 신의를 아버지 당신이 몸소  실천하셨기에 나 역시 가볍지 않은 자세로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지낼 수 있었다
 
책을 좋아하신 아버지 덕분에 나 또한 독서를 통해 얻어진 지력으로 사고하는 힘과 분별력을 키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내 삶의 주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묵묵히 믿어주고 인정해주신 결과가 아니었을까
 
유독 사람이 힘든 요즘
모든 사람을 사랑으로 품어주고 격려해주신 다정하고 따뜻하셨던 아버지가 몹시 그리워진다


찾아뵌다 하면 한참 전부터 집 앞에서 서성이며 기다려 주시던 아버지의 환한 미소. 그 미소가 그립다
생존해 계셨을 때는 이런 소중함을 왜 미처 느끼지 못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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