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어깨에 무거운 짐 하나씩 얹고
드문 드문 자기만의 영역 만들어 긴 낚시대 세워 외로움 가리는 사람들
저들이 진정 낚고 싶은건 무엇인가
사랑일까 희망일까 세월일까
바람결대로 무늬 만드는 해수면 아래
갑자기 무리 지어 빠르게 움직이는 짙은 물그림자
쫒기듯 도망치는 치어떼들의 목숨 건 행렬이
긴장의 연속인 우리네 삶과 비슷해 애처롭다
하루 네 번 간조와 만조가 교대되는 서해안
앞만 보고 달리는 삶이 아닌 쉼과 노동의 일정한 조율이
이처럼 있으면 좋으련만
조용히 해가 기우는 어스름한 저녁
비릿한 해풍 안고 누운 바닷가 평상
마음에 잔잔한 미풍이 일고 이대로 새벽을 맞이하고 싶다
찬이슬에 서늘해지면 달빛 끌어다 덮으면 되고
출출할땐 라면에 별빛 한조각 바다내음 한수저 넣어 끓여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겠지
외롭게만 보이던 아득한 바다
깊은 바다 속 적요마저 평화롭게 느껴지는 건
그사이 내마음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조용한 파도의 일렁임이 좋고
온 몸을 훑고 내려가는 선선한 바람. 방치된 채 부는 해풍에 내 몸 맡겨도 좋다
꾸벅꾸벅 졸고있는 긴 낚시대
순간 죽비소리에 놀라 잠이 깬 듯 찌의 울림이 전해지고 휘청이며 무겁게 내려앉는 낚시줄
표정없이 앉아있던 강태공들의 부러운 시선
저만치 활공하던 물새 한 마리 어느덧 내 머리 위로 맴돌고
벌떡 일어나 희망을 낚으려는 분주한 손놀림으로 줄을 감는다
힘찬 물살 한줄기 빠르게 베어지며 해면이 둘로 쩍 하고 쪼개진다
아ᆢ 바라던 희망 대신 딸려 오르는 잡다한 미역줄기들
장대높이 선수처럼 몇 걸음 뒤로 옮기고
낚시대를 허공에 날려 다시 힘껏 바다에 던져본다
내가 낚으려는건 무엇일까
Photographer 양 대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