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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인경 Sep 04. 2016

가을의 기도


가을이 물들어 갑니다

파릇하던 벼이삭 조금씩 여물어가고

짙은 녹음도 가을색으로 갈아입겠지요


봄이 풋풋한 향 풍기는 순결한 여인이라면

가을엔 그윽함 머금은 완숙한 여인이고 싶습니다

급한 세월의 수레에 끌려가느라

나이테처럼 얼굴에 선명한 바퀴 자국 남는다 해도

기품있는 우아한 주름으로 가꾸며

마지막 꽃잎 지는 순간까지

여자이고 싶습니다

부끄러움 아는 여자이고 싶습니다


서러운 마음

외로운 마음에

지나간 청춘 돌려달라 떼쓰지 않겠습니다

살아보니 우리네 삶 자체가 허허로움.

원망 대신 인생의 깊이를 아는 성숙함으로 가꾸겠습니다

매일 아침 거울 속 나에게

예쁘다 예쁘다  주문처럼 마법 걸며

나부터 나를 사랑하겠습니다


많이 웃겠습니다

때론 철없다는 핀잔 들어도

맑은 영혼 지닌

소녀 같은 순수한 감성 오래 간직하겠습니다

메말라 다 타버려 불씨조차 없는 푸석한 감정으로

지나간 사랑이나 그리워하며 과거에 머물러 살지 않겠습니다

감출 수 밖에없는 애타는 마음이라 하여도

한번쯤 누군가의 가슴 설레게 하는

연정의 대상이 되고 싶습니다


아무도 눈길 하나 주지 않는 향기 잃은 여자라면

얼마나 슬플까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가을엔 아름답게 익어가는 농염한 여자가 되겠습니다

고독의 향연과 가을의 사색을 즐기는 낭만적인 여자.


- 가을 속을 거닐다 온 날


                                                          By  한 인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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