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가 더 잘 하나? 아니 다 죽을 위기인가??
전 세계 많은 기업들의 사업 개발 활동을 살펴보면 발견되는 공통점 중의 하나가 ‘마케팅 부서와 영업 부서의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마케팅이 없던 시절이야 갈등의 이유도 없었겠지만 마케팅이 생긴 이후부터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기업의 수익 창출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부서들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성과평가지표의 상이함으로 원활하게 협업하는 경우를 찾기가 어렵다
특히 B2C 사업의 경우, 마케팅팀이 전략기획팀과 함께 마케팅 정책을 수립하면 현장의 영업직은 일방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B2B 사업의 경우, 고객과 밀접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현장 영업직의 파워가 강력하고 상대적으로 마케터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그런 역할과 책임(R&R)[1]도 기술의 발달을 포함한 다양한 사업 환경의 변화로 최근 많이 변모하고 있다. 오늘은 마케터와 영업직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인지 전통적으로 정의된 역할과 더불어 변화하는 환경에서 요구하고 있는 새로운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우선 각 산업 현장에서 마케터와 영업대표[2]들이 서로 간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하고 있는지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나는 백화점 MD로서 마케팅 산하 부서에 속해 있다. 상품 기획부터 상품 조달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을 직접 챙겨야 한다. 백화점에서 마케팅이나 영업의 역할에 대한 전통적인 시각은 ‘고객이 우리 백화점까지 찾아오게 하는 것’은 마케팅의 역할, ‘우리 백화점에 찾아온 고객이 상품을 사게 만드는 것’은 영업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마케팅은 다양한 프로모션과 캠페인을 해야 하고, 가망 고객에 대한 현장의 집중적인 영업 활동은 성과와 직결된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유통 산업에서 현장 영업직과 달리 마케팅 직군은 나와 같은 MD 역할과 많이 중첩되고 있으며 직군 간 통합 논의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 유통산업에서 MD로 일하는 L차장
우리 회사는 다양한 제품군을 다루고 있어서 브랜드를 확립하고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룹 차원의 브랜드 전략이 있지만 제품별 브랜드도 매우 중요해서 관련 마케팅에 많은 투자를 하였고, 이는 세일즈 프로모션 활동을 포괄적으로 포함하기도 한다. 대리점에서 정해진 정책에 따라 제품을 팔아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마케팅 활동의 일부로서 세일즈는 마케팅이 계획, 설계한 대로 대리점 관리 등 실행만 잘해주면 두 역할 간에 갈등은 없다.
- 가전 산업에서 마케터로 일하는 K차장
마케터가 하는 일이 무엇인가? 우리 회사의 마케터는 주로 인터넷에서 자료 조사를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현재 그런 작업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케팅의 역할은 우리 산업에서는 크게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 업무 기술서 내용과 달리 실제 그렇게 제대로 일하지 못하는 것 같고 모든 것이 영업에 의해 주도된다고 생각한다. 시장조사 보고서도 솔직히 말하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업이던 공공 고객이던 영업의 고객 방문으로부터 모든 것이 진행되므로 마케팅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라 생각된다.
- IT서비스 산업에서 세일즈로 일하는 L 부장
마케팅이 필요할까? 최근 아파트와 같은 일반주택 건설에서는 브랜드가 다소 중요해졌지만 실질적으로는 분양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한 치밀한 영업 전략이 더 중요하다. 또한, 국가를 상대로 하는 해외 건설 사업은 사업 실적 및 가격, 끈끈한 고객 관계가 사업 수주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솔직히 직장 생활하면서 마케팅의 도움을 거의 받아본 적이 없다.
- 건설 산업에서 세일즈로 일하는 K부장
금융권에서 마케팅은 매우 중요하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은행에 예금하러 찾아왔지만 요즘 같은 낮은 이자율에서 찾아오는 예금고객은 손에 꼽는다. 더군다나 방카슈랑스나 ISA 등 보험사나 증권사들과 일부 포트폴리오가 겹치는 상품들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고객을 모집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유인책이 절실하다. 은행원 스스로가 마케터이자 영업직이 되는 현실이고 본점 차원에서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서 상품을 기획하니 지점에서는 그냥 지시에 따라 판매에 열중한다고 봐야 한다.
- 금융산업에서 마케터로 일하는 K차장
현재에도 해당 산업에서 마케터와 영업직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짧은 이야기를 소개하였다. 위 5가지 사례만으로 해당 산업 및 업종의 마케팅과 영업을 일반화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 공감하는 부분도 있어 사례로 적어보았다. B2B 마케터와 B2B 영업대표, 각자의 관점에서 두 영역은 업무 연속선 상에서 분명히 교집합이 있지만, 이를 서로가 어떻게 평가하고 서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아주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서로 견원지간(犬猿之間)이 되기도 한다. 조금 딱딱하게 표현하면 ‘마케팅이란 고객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 행위로 생산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유통시키는데 관련된 모든 체계적인 경영 활동[3]’을 의미하며, ‘영업이란 판매 및 판촉을 통해 수익의 증대 및 실현을 목표로 하는 활동’을 말한다. 전통적인 정의에 기반해 이 두 가지 업무를 표 I-4와 같이 비교해보았다.
기업 활동에서 마케팅과 영업이 지향하는 것은 결국 ‘수익 실현’이다. 그러나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론 측면에서 마케터와 영업대표의 시각과 접근법은 서로 많이 다르다. 마케팅 활동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시장 및 경쟁 분석에 집중하고, 영업 활동은 단기적인 시각으로 당해 연도 성과의 극대화가 중요하다. 그러나 시장을 분석해서 고객의 수요를 파악하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안하여 계약을 성사시키고 수익을 창출하는 업무 프로세스를 생각해보면 마케팅과 영업이 서로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교과서적 구분과 달리 최근 현장에서는 전통적인 마케터와 영업대표의 역할이 산업의 특성에 따라 세분화되고 특화되고 있다.
오늘날 급변하는 경영 환경은 기업의 규모나 업무의 복잡성에 따라 기업의 직무들이 세분화되는 주요 원인을 제공하였다. 이는 단순히 고용창출 확대의 차원이 아니라 경영환경 변화와 수반되는 다양한 직업과 직군의 출현을 발생시켰으며, 전통적인 마케터와 영업대표의 역할과 책임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기업의 ‘상품 기획’ 또는 ‘서비스 기획’이라는 업무가 매우 중요해지면서 고전적인 개념의 마케터가 아닌 머천다이저(MerchanDiser: MD)나 제품 관리자(Product Manager: PM)와 같은 사람들이 사업 기획 및 사업 전략 수립부터 생산 및 공급망 통제 및 모니터링까지 다양한 요소들을 직접 관장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의류업체 MD[4]를 예를 들어보면, 주로 다음 4가지 업무를 수행한다.
1) 정보 분석
2) 상품 기획
3) 생산 검토
4) 판매 촉진
정보분석 업무는 어떤 제품(디자인, 가격, 브랜드 등)을 어느 시기(계절)에 얼마나(수량) 어떤 방식으로 생산하면 좋을지 계획하기 위한 시장정보, 소비자 정보, 패션 트렌드, 판매실적 정보, 경쟁 및 산업 동향 등을 분석한다. 상품기획 업무는 누구(어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을 기획할 것인가를 명확하게 설정하기 위해 분석된 정보를 토대로 포트폴리오 개발이나 디자인 시연 등 다양한 작업을 한다. 생산 검토 업무는 자체 생산을 할 것인지 위탁생산(OEM 또는 ODM)을 할 것인지 등 생산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검토하고 선정한다. 판매촉진은 현장 영업직들에게 상품의 특성을 알려주고 다양한 판매촉진 계획을 수립한다. 한편, 의류/패션 산업에 종사하는 MD와 달리 도/소매 유통업에 종사하는 MD들은‘어떤 사업을 할까?’를 먼저 고민하기도 한다. 상품구색 계획, 사업량, 사업 방식, 거래처, 사업 시점, 가격, 유통 조건 등 패션 산업과는 또 다른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앞서 설명한 고전적인 마케터의 업무와 매우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장비업체나 제조업체의‘제품관리자(PM)’는 어떨까? ‘제품 관리자’라는 용어에 강세가 있다면 어디에 찍힐까? ‘제품'일까? ‘관리자'일까? 내가 아는 훌륭한 PM들은 뛰어난 기술 전문가는 아니지만 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충실하게 갖춘 사람들이며, 유능한 관리자들이다. 그들은 통계적 지식이 뛰어나며 제품의 다양한 기능 및 특징을 정해진 규칙을 가지고 상용화 가능한 수준이 될 수 있게 점검하고 가이드한다. 최종적으로 완성될 제품의 모습을 실현하는 제품 출시의 최종 책임자라 할 수 있다. 이들은 단순한 테스터나 품질 담당자라기보다는 제품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가지고 최고의 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게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또한, 고객에게 제품을 선보이기 전까지 최종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제조업계에서 ‘제품 관리자(PM)’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는 많이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이미 그런 이름 없이 이미 해당 업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며 한국적 기업 문화로 인해 그냥 ‘묻힌 채' 그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전적인 마케터와 영업직 외 사업 개발의 초기 단계에서 직접적으로 다양한 업무들을 관장하는 사람들은 또 있다. 바로 ‘비즈니스 컨설턴트(Business Consultants)’들이다. 컨설턴트들은 외부에서 고용되거나 기업 내부에서 육성[5]될 수도 있는데, 논리적 사고 체계(Logical Thinking)에 기반한 고유의 컨설팅 방법론을 가지고 사업이나 업무 프로세스 상의 주요 이슈 및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법들은 통계적 수단과 맞물려 ‘6-시그마 활동’과같은 혁신 운동의 기반이 되었다. 컨설팅 사업의 경우, 산업이나 업무, 기술 전문성을 가지고 고객의 문제를 이해하고 대안 또는 해결안을 제시해주는 대표적인 지식 사업(Knowledge Business)으로 제품 개발의 니즈나 시장 개척, 사업전략 수립 등을 수행한다. 최근에는 대안 제시를 넘어서서 직접 대안을 이행하기도 한다. 사업 개발 영역에서 일하는 컨설턴트 업무는 마치 고전적인 마케터와 영업대표의 일을 섞어 놓은듯한 느낌이 든다. 또 다른 사례로 ‘사업 개발자(Business Development: BD)’라는 직군은 업무 전문성과 기술적 이해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고객에게 제품의 가치를 제안한다. 고객 요구사항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고 원가 모델을 확립한다는 차원에서 이름은 다르지만 고전적인 마케터의 역할과 동일하다. 이와 같이 오늘날 기업 경영 환경의 다변화로 인해 각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마케터와 영업대표의 역할은 좀 더 세분화되고 있으며, 특정 분야에서는 이미 독자적인 업무 영역을 확보하기도 하였다. B2B 사업을 살펴보면 고전적인 마케터의 역할에 좀 더 다양한 일이 추가되어 만들어진 새로운 직군들이 기존 마케터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 이유는 일반적인 소비자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B2C 마케팅에서 행해졌던 다양한 마케팅 활동(캠페인, 홍보, 판촉활동 등)들이 B2B 사업에서는 큰 효과가 없으며, 개별 고객의 상황 및 니즈에 부합하는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 활동이 오히려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포괄적 개념의 ‘B2B 마케터’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각 회사에서 나름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B2B 영업대표들의 상황은 어떨까?
3.3 컨설턴트형 영업 또는 기술 영업
최근 20년간의 글로벌 경제의 변화를 보면 기술 요인이 경제 구조 변화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Technology-Push). 특히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등을 활용한 제4차 산업 혁명의 시대가 예고되고 있는 지금, 마케터와 영업대표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현재의 자리를 잃을 것인지, 새롭게 발전할 것인지 당사자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1990년 대를 거치면서 인터넷의 발달은 e-비즈니스라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급격히 성장시켰으며 그에 따른 산업구조 역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더불어 진행 중인 모바일 혁명은 또 한 번 우리의 삶을 바꿔놓고 있다. 이렇듯 네트워크의 발달은 국가 간의 긴밀한 경제활동의 연계를 넘어서 전 세계를 하나로 엮는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6]를 만들고 있으며, 그 결과 기업 관점에서 ‘경쟁력’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기업 조직운영 측면에서 전통적인 직무 구분은 퇴색 되어가고 있는데 소위 굴뚝산업 시대를 거치면서 보다 높은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직무를 세분화, 전문화하였던 것이 오늘날 그 결과는 성과 측면에서 크게 구별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 틀의 유지를 위한 비용만 증가하였다는 의견들이 팽배하고 있다. 이는 각 국의 노동 환경과도 맞물려 결과적으로 기업 경쟁력의 원천을 논의하는 상황까지 전개되었다. 지인이 근무하는 A기업의 고객 응대 사례를 들면, 고객이 사업에 대한 문의를 위해 방문을 요청했는데, 지인의 회사는 3인이 왔고, 그 경쟁 기업에서는 1인이 와서 대응하여 지인의 회사가 전반적인 커뮤니케이션 비용도 높았으며 여러 가지 의사결정을 빠르게 진행하지 못하여 그 사업기회를 잃게 되었다고 한다. 해외 사업의 경우라면, 이런 식의 대응은 경쟁력의 저하뿐 아니라 큰 비용 손실을 가져온다. B2B 사업에서 일차적으로 고객을 대면하는 역할은 영업 대표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할 때 업무적 문의든 기술적 문의든 거의 대부분을 영업 대표가 현장에서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더 이상 B2B 영업은 관계 중심의 영업 방식에만 의존해서는 안되며, ‘패러다임 시프트[7](Paradigm Shift)’가 없다면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많은 헤드헌터들도 B2B 영업대표가 링크드인(LinkedIn) 같은 소셜미디어 기반 전문가 네트워크에서 더 많은 조회수와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하고자 한다면 충실한 개인정보 입력과 더불어 본인이 경험한 일을 서술할 때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음을 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단순히 무얼 팔았다가 아니라 ‘어떤 역할을 해서 이런 성과를 거두었다’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개인 프로파일을 활용하려면 비밀스럽게 진행되는 관계중심의 영업 활동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혹자는 이런 영업직의 변화를 ‘컨설턴트형 영업(Consultative Sales)’, ‘기술 영업(Technical Sales)’ 혹은 ‘문제 해결 영업(Problem Solving Sales)’라고 명명하면서 소개하기도 한다. 이름이 무엇이든지 간에 이것들이 의미하는 것은 B2B 영업대표들의 역할 변화를 나타내는 단어들이다. 기업에서는 보다 효과적인 조직운영과 고객 대응을 위해서 향후 점점 더 많이 고전적인 마케터와 영업직의 역할 조정에 대해 고민할 것이고 결국 역할 변화와 직군 통합에 대한 니즈가 발생할 것이다. 이는 여러 업무에서 요구되는 단순한 멀티플레이어(Multiplayer) 역할을 넘어서 새로운 ‘통합적 문제해결 능력’ 을 보유한 새로운 마케터 혹은 새로운 영업대표의 탄생을 기대하게 한다. B2B 기업의 영업 형태(Sales Motion) 선택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그것이 Volume Sales이든 Value Sales이든 초기에 고객의 문제를 인지하고 그것을 해결해주는 역할로부터 영업 활동이 시작된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B2B 영업의 역할 변화는 과거 관계중심 영업에서 훨씬 한 발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 모른다. B2B 사업이 솔루션화되고 있는 지금, 그에 걸맞은 B2B 영업대표를 원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변화이고 시대적인 요청이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야기시키고 있는 솔루션 사업에 대해 생각해 보자.
[1] Roles & Responsibilities
[2] B2B 사업에서는 현장 영업직을 흔히 ‘영업대표(Sales Rep.)’라고 부르는데, 이는 계약 시 CEO의 권한을 위임받는 등 회사를 대표하는 권한을 많이 가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3] Winer, Marketing Management
[4] 같은 MD라는 용어를 쓰지만 유통 산업과 의류산업은 업무 차이가 다소 있다.
[5] 기업의 내부 비밀에 대한 보안 유지를 위해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조직 내부에 컨설팅 역할을 하는 별도의 조직을 갖추는 것이 추세이다. (In-house Consulting)
[6] Gartner Group, 2008
[7] 토마스 사무엘 쿤(Thomas.Kuhn, 1922 ~ 1996)이 그의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 1962)’에서 언급한 이후, 발상의 전환 또는 큰 틀을 바꾼다는 의미로 많이 사용함
J 차장은 글로벌 IT기업인 I사의 유능한 영업맨이다. 기업 고객들에게 컴퓨터 장비를 납품하는 그는 적극적이며 밝은 성격으로 인상도 매우 좋으며, 타고난 친화력으로 처음 만나는 상대와도 쉽게 친해진다. 특별히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매우 활동적이어서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고객의 어려움도 잘 해결해주고, 고객이 어려울 때 술 한잔 접대도 하는 등 인간적으로 고객을 대하기 때문에 영업대표로서 장점이 많은 사람이다.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 훌륭한 화술과 언변으로 자기가 판매하는 제품의 장점을 잘 설명할 수 있다. 또한, 자기가 판매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주변 지식도 잘 알고 있어 다양한 화제로부터 셀링포인트를 찾아내기도 한다. 즉, J 차장은 영업에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본사는 글로벌 사업 전략 차원에서 영업 전략을 수정했고 관계자로부터 자기의 영업 방식이 낡았으며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피드백을 받게 되었다. 고객들도 J 차장의 여러 가지 호의에 감사하지만 무언가 아쉬운 점이 있다는 것을 슬쩍 비추기도 한다.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 것일까? 최근 소위 글로벌 기업, 특히 B2B 사업에 주력하는 기업들의 영업 대표의 이미지는 정말 변화하고 있다. 비용 효율적인 것을 넘어서서 고객을 리딩(Leading) 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고객의 이슈나 문제에 대해 좀 더 개입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된다. 컨설턴트형 영업이 되라고 요구하는 것은 그런 부분에서 시작된다. 컨설턴트형 영업(Consultative Sales)이란, 고객의 니즈를 청취하며 고객의 이슈와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 판매를 그 결과로 얻는 영업 방식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여기에는 기존의 영업 방식에 논리적 접근과 과학적 방식이 결합되어야 한다. 관계 중심형 영업과 컨설턴트형 영업의 특징을 비교해 보면 표 I-5와 같다.
컨설턴트형 영업의 사업 개발 방식은 사업기회 발굴 시, ‘문제 해결기법’을 활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Fig I-12는 컨설턴트형 영업방식의 전형적인 프로세스이다. 문제해결 방식을 도입함과 더불어 기존 관계 중심형 영업과의 차이점은 오퍼링(Offering) 전달 시 자기가 보유한 것 외에 시장의 모든 것을 검토하여 문제 해결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시한다는 점이다(Best-in Class). 즉,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 외 고객의 문제 해결을 위한 타사의 제품과 서비스, 상품도 모두 엮어서 고객의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으로 제시한다. 또한, 계약 후 사후 관리 차원에서 잠재적으로 발생 가능한 위험 요소를 공유하여 고객과 함께 대안을 찾고 추가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단계를 거치기도 한다. 최근 컨설턴트형 영업의 역할이 부상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솔루션 사업의 확대와 관계가 깊다. 특히, Value Sales 방식으로 영업을 하는 산업은 이런 변화를 피해갈 수 없다. 물론, 지금까지 관계 중심형 영업에 집중해온 사람도 본인에게 부족한 부분을 컨설턴트나 기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대응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순간부터 비용 효율적인 사업개발과는 멀어지게 된다. B2B 영업대표들은 당장 미흡하고 부족하게 시작할 수 밖에 없지만 이런 스킬(Skill)들을 익히는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기존의 관계 중심형 영업들처럼 관계를 이용해서 일회적으로 제품을 팔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이슈와 문제를 충분히 다룰 수 있고 이를 해결해준다는 사고 리더십(Thoughts leadership)을 발휘할 수 있는 고객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그런 역량을 기반으로 한 고객 대응에서 건강한 사업 성과와 고객 관계가 태동되며, 고객은 B2B 영업대표를 업무적으로 신뢰할 수 있게 된다. 더 이상 형님만 찾는 세상이 아님은 분명하며 사업 현장으로의 전진 배치를 요구받는 B2B 마케터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논리적 접근을 요구받는 B2B 영업대표, 두 직군 모두에게 이런 변화는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도전인 셈이다. 아직까지 서로 뇌 구조가 다르다고 항변하는 사람들의 호소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으나, 컨버젼스 시대의 도래나 인터넷과 모바일의 급속한 발달은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방식만으로 일하기 어려운 세상을 만들고 있다.
같이 읽어보면 좋은 책!
O 과학혁명의 구조(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 토마스 사무엘 쿤, 1962
B2B 마케팅/영업, 21일의 여행
Part I. B2B 사업, 무엇이 다를까?
1. 왜 B2B 사업인가? (1/2)
제4일 그래서 솔루션 사업 고민한다
제5일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
제6일 B2B 해외사업
제7일 B2B에서 B2G로!
Part II. 이제 B2B 마케팅도 필요하다!
제8일 시장을 알아야 한다(1)
제9일 시장을 알아야 한다(2)
제10일 B2B 마케팅 전략 수립하기 (1)
제11일 B2B 마케팅 전략 수립하기 (2)
제12일 마케팅의 성과는 무엇인가?
제13일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자
제14일 대관업무
Part III. B2B 영업, 진화해야 한다!
제15일 B2B 영업은 어떻게 전개되는가?
제16일 성공하는 제안
제17일 통하는 프레젠테이션
제18일 협상과 계약
제19일 핵심 어카운트 관리
제20일 디지털 마케팅과 B2B 영업
제21일 새로운 시대, 새로운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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