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 꼴 보기 싫어.
중년에 접어드니 해가 갈수록 근력과 운동능력이 떨어지고, 소화능력과 면역력도 예전만 못합니다. 운동 후 회복 능력도 현저히 떨어져서 늘 부상을 조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억력과 학습능력은… 에휴, 작년에 가르친 아이들 이름도 생각이 안 나요. 허허.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더군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용기, 그리고 추진력도 다 잃어버렸습니다. 젊은 시절엔 호기심도 많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들도 참 많았습니다. 학사 학위만 세 개잖아요. 그렇게 오랜 시간 헤매고 다니느라 고생스럽기도 했지만 그때 가졌던 그 열정과 에너지는 종종 그립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중년에 접어들고 생활이 안정되고 나니, 한 해 두 해 지나며 핫바지 방귀 새듯 스르르 사라져서 이젠 흔적만 남은 듯합니다.
됐습니다. 괜찮아요. 아니, 안 궁금해.
Been there, done that.
정말 뭣도 하기 싫어요. 다 귀찮아.
먹던 것만 먹습니다.
새로운 취미? 안 키워요.
늘 하던 대로 일하고, 달리고, 사진 찍고,
똑같은 커피 내려 마시고, 읽고 씁니다.
아 참, 생각해 보니 최근 들어 달라진 점도 있네요. 빠지는 체력만큼 “짜증과 버럭”이 차오릅니다. 압니다. 세상 다 귀찮은 중년 남자의 짜증만큼 꼴 보기 싫은 것도 없죠. 부디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그리고 선생으로서 짜증과 버럭을 잘 다스릴 수 있기를… 그래야 나중에 아내가 갱년기를 지날 때에도 제가 살아남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하!
암튼 오늘도 일단 한번 달리고 오겠습니다.
물론 커피부터 한 잔 하고요, 하던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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