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lying Pie Dec 30. 2023

세상 다 귀찮은 남자

어우, 꼴 보기 싫어.

중년에 접어드니 해가 갈수록 근력과 운동능력이 떨어지고, 소화능력과 면역력도 예전만 못합니다. 운동 후 회복 능력도 현저히 떨어져서 늘 부상을 조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억력과 학습능력은… 에휴, 작년에 가르친 아이들 이름도 생각이 안 나요. 허허.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더군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용기, 그리고 추진력도 다 잃어버렸습니다. 젊은 시절엔 호기심도 많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들도 참 많았습니다. 학사 학위만 세 개잖아요. 그렇게 오랜 시간 헤매고 다니느라 고생스럽기도 했지만 그때 가졌던 그 열정과 에너지는 종종 그립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중년에 접어들고 생활이 안정되고 나니, 한 해 두 해 지나며 핫바지 방귀 새듯 스르르 사라져서 이젠 흔적만 남은 듯합니다.


됐습니다. 괜찮아요. 아니, 안 궁금해.

Been there, done that.

정말 뭣도 하기 싫어요. 다 귀찮아.

먹던 것만 먹습니다.

새로운 취미? 안 키워요.

늘 하던 대로 일하고, 달리고, 사진 찍고,

똑같은 커피 내려 마시고, 읽고 씁니다.


아 참, 생각해 보니 최근 들어 달라진 점도 있네요. 빠지는 체력만큼 “짜증과 버럭”이 차오릅니다. 압니다. 세상 다 귀찮은 중년 남자의 짜증만큼 꼴 보기 싫은 것도 없죠. 부디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그리고 선생으로서 짜증과 버럭을 잘 다스릴 수 있기를… 그래야 나중에 아내가 갱년기를 지날 때에도 제가 살아남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하!


암튼 오늘도 일단 한번 달리고 오겠습니다.

물론 커피부터 한 잔 하고요, 하던 대로.

Photo by Flying Pie
Photo by Flying Pie
Photo by Flying Pie
Photo by Flying Pie
Photo by Flying Pie
Photo by Flying Pie
Photo by Flying Pie
이전 21화 11월 말에 이렇게 예쁘면 반칙 아닌가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