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 샤갈
러시아 비테프스크 태생의 샤갈은 유대인으로서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았다. 그는 러시아에서도 유대인 주거지에 살다가 파리로 넘어왔으며 다시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항상 고향 마을을 그리워 하였으며 그런 까닭에 그림 속에 고향의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유랑의 삶 속에서 그를 지탱하게 해 준 것은 사랑스런 아내 벨라였다. 나이 차이가 많았지만 오히려 의지하고 격려받는 쪽은 샤갈이었다. 사랑의 황홀함이 아직 생생하던 신혼 때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여전히 벨라는 그의 뮤즈였다. 샤갈이 벨라를 처음 만난 것은 1909년 22살 때였다. 당시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미술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여름에 잠깐 고향 비테프스크에 다니러 왔다가 우연히 여자 친구 집에서 벨라와 조우하게 되면서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되었다. 그때 벨라는 13살 어린 소녀였는데, 6년 후에 이들은 마침내 결혼하게 된다.
집을 떠나 멀리 나와 있다가 집에 다시 돌아온다면 동네에 들어와 맨처음 보게 되는 것은 집의 창일 것이고 거기에서 보고 싶은 것은 가장 그리워하는 것들일 것이다. 그림에는 창 안에 한 여인이 부채를 들고서 수탉, 염소와 함께 있다. 아내 벨라이다. 활짝 열려져 있는 창의 한 쪽 틀에는 여인에게 꽃다발을 바치고 있는 자그마한 남자의 모습도 보인다. 창밖 풍경으로는 마을의 집들이 몇 채 보이고 그 위로 초승달이 떠 있다. 짐작에 이 그림은 샤갈이 처음에 벨라를 보고서 반한 다음 파리에서 몇 년을 더 보내다가 다시 고향 비테프스크에 돌아가 이제는 성숙해진 벨라에게 청혼할 무렵의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어서 고향으로 달려가 벨라에게 청혼해야지 하는 샤갈의 꿈에 부푼 열망이 환상적으로 느껴지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