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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Feb 12. 2017

세계를 두 번 여행하는법

85- 카밀로 모리 세라노

카밀로 모리 세라노, 여행자, 1928, 캔버스에 유채, 100 x 70 cm, 칠레 산티아고 국립미술관


기차의 객실 내부 의자에 한 여인이 정면으로 앉아 있다. 뒷자리의 남자가 서 있는 것으로 보아 막 열차에 탔거나 내리려고 하는 것 같다. 단정하게 앉아 있는 여인의 무릎에는 책이 놓여 있다. 여행이 계속되면서 무료해지면 책장을 펼쳐 볼 요량이다. 여인은 화가 카밀로 모리 세라노의 아내이자 뮤즈인 마루하 바가스(Maruja Vargas)이며,  기차는 칠레의 항구도시인 발파라이소 행 열차이다.


여행을 떠나면서 준비하게 되는 물품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꼭 책을 챙긴다. 그러면서 생기는 고민은 '이것 한 권으로 될까, 혹시 다 읽어버리면 어떻게 하지, 그래 두 세 권 더 챙겨 가자, 너무 많나' 하는 것들이다. 이렇게 누구나 한번쯤은 여행가방에 책을 넣었다 뺐다 하는 경험들을 해 보았을 것이다. 책은 일상에서도 가까이 해야 하지만 일상을 벗어난 여행지에서도 소중한 동반자이다.


여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성 오거스틴의 다음 말은 나름 귀담아 듣고 받아들일 만하다. "세계는 하나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사람들은 단지 그 책의 한 페이지만 읽는 셈이다."  그렇다면 여행을 하면서도 책을 읽는 사람들은 세계를 두번 여행하는 것이 되나?


카밀로 모리 세라노(Camilo Mori Serrano : 1896-1973)는 칠레 화가이다.  유럽 회화를 통해 칠레 화단에 영향을 준 그룹 몽파르나스(Grupo Montparnasse)의 창설 멤버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칠레대학의 예술학부에서 수학하였으며, 정부 장학금으로 유럽에서 공부할 기회를 가져 로마와 파리에서 3년간 체재하기도 하였다. 이 기간 동안 파블로 피카소와 주앙 그리스의 영향을 받았으며, 세잔을 통해 초기의 사실주의 화풍에서 벗어났다. 그의 회화는 복합적이며 다면적이다. 화풍도 후기인상주의, 표현주의, 입체파, 초현실주의 등을 이동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거쳐 형성되었다. 칠레대학에서 30년 넘게 교수직에 있으면서 후학을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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