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퇴사일기, D-2
출근하여 늘 그랬던 것처럼 회사 메신저를 켜니 9시 지나자마자 채팅창에 불이 났다.
내 퇴사 소식이 많은 사람들 귀에 흘러들어간 것인지, 이를 전해 들은 사람들이 내 퇴사 이유를 묻거나 그동안 업무에 협조 잘해줘서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채팅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한 명, 한 명에게 인사하며 그동안 전해지 못했던 감사 인사를 전했다.
내 정식적인 퇴사 일자는 2월 1일이지만, 연차 소진을 위해 오늘까지만 근무이기 때문에 내 퇴사 소식을 듣고 밥이라도 같이 먹고싶어했던 사람들은 아쉬운 마음에 커피라도 한 잔 하자고 했다. 그렇게 마신 음료가 3-4잔은 넘었던 것 같다.
그간 퇴사가 잘 실감나질 않았었는데, 이렇게 인사하러 다니다 보니 퇴사가 실감나게 되었다.
'아, 내가 진짜 회사를 나가는구나...'
인사하느라 정신없는 오전을 보내고 나서 그간 보내왔던 평일들과 다르지 않게 친한 회사 동료와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오후에는 직원들에게 내 업무를 인계해주었다. 내 후임자가 당분간은 없기 때문에 몇 명의 직원들이 내 업무를 조금씩 나누어 하기로 했다. 참고자료까지 합하여 거의 30장 가까이 되는 내 인수인계서를 보며 직원들은 새삼 내가 그간 이렇게 많은 업무들을 하고 있었다는 것에 놀라는 반응들을 보였다.
내 머리 속엔 두가지 상반된 감정이 동시에 들었던 것 같다.
미안함과 통쾌함.
안 그래도 할 일이 많은 직원들에게 업무 부담을 더 지게 하는 것에 대한 미안한 감정과, 내가 이렇게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받고, 이 많은 업무를 미련없이 던지고 가는 것에 대한 통쾌함.
나 하나쯤 없어도 조직은 잘 굴러갈 것이다.
10년간 그런 조직의 모습을 아주 많이 봐 왔고, 겪어봤기 때문에 나는 안다.
직원들과 간식을 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마지막으로 윗분들에게도 인사를 드리고 나니 시간은 어느덧 6시가 넘었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에게 퇴근을 한다는 인사를 하고 회사를 나서려고 하니, 직원들이 그간 고생 많았다며 따뜻하게 박수를 쳐 주었다.
나는 감정의 기복이 그닥 크지 않고, 누군가 퇴사하는 기분을 물어봤을 때 '별 감정이 없다.'고 대답했던 나인데, 박수를 받고 나니 마음이 몽글몽글 해지며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10년동안 남들 많이 하는 휴직 한 번 하지 않고 성실하게 근무했던 나에 대한 미안함과 애틋함. 이런 기분 때문에 울컥했던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울지는 않았다.)
직원들이 내가 쓸쓸할까봐 엘리베이터까지 마중나와주었고, 나는 웃으며 그들에게 고마움과 안녕을 건냈다. 이토록 다정한 사람들과 근무했다는 것에 감사함이 드는 마지막 퇴근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