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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라잉래빗 Apr 03. 2023

행복은 근로시간순이 아니잖아요!

나의 퇴사일기, D+48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오고 있는데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광고판에 있는 기사 한 줄이 문득 내 눈을 사로잡았다.


'우리나라 근로시간 OECD 국가 중 최상위...'


직장을 다니고서부터 내내 익숙하게 봐왔던 기사이긴 하지만 퇴사한 시점이라 그런지 더 눈길이 간 듯하다. 


해당 기사(3.19 보도, 뉴시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1915시간으로 OECD국가들 중 상위 5위이며, 1~4위는 주로 남미 국가들이라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 근로시간은 OECD국가의 평균인 1716시간보다 299시간이나 많은데, 가장 근로시간이 짧은 독일과는 무려 521시간이 차이가 난다고 한다. 


그런데 삶의 질 측면은 근로시간과는 정반대이다. 꼴찌에서 3위라고 한다. OECD 평균보다도 낮다고 한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길게 무언가를 하는 삶에 익숙해져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수학, 영어, 피아노, 미술 등을 비롯한 각종 사교육을 받느라 긴 시간을 보낸다. 

또, 인생의 거대한 장벽 중 하나인 입시와 아주 가깝게 맞물려있는 고등학교 때는 각종 과외를 받거나 학원을 다니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힘들게 대학에 들어가면 잠시 숨을 돌릴 틈이 생길까? 

이때부터는 취업과의 전쟁으로 시간을 보낸다. 대학생 때만 꿈꿀 수 있는 낭만적인 일들도 현실적인 취업의 벽 앞에서는 다 필요없는 일이다. 

1학년 때부터 학점 관리를 비롯해서 각종 공모전, 자격증 취득 등을 하다보면 어느 새 졸업이다. 


그럼 취업해서 회사에 들어가면 내가 꿈꾸던 삶을 누리며 행복해질 수 있을까? 

역시 아니다. 

야근을 밥 먹듯 하고 각종 업무 스트레스로 시달리다보면 어느 순간 나는 없어지고 출퇴근만 반복하는 좀비 한 마리가 남아버린다.


어릴 때부터 많이 들어온 말이 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 


그런데 행복은 마찬가지로 근로시간순도 아니다. 

나는 행복의 최소 조건은 내가 나로서 온전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건 근무시간과는 반비례한다. 


물론 일을 하면서 자아를 실현하면 그것도 행복의 일종이라고 생각할 순 있다. 

하지만 직장을 조금만 다녀본 사람이라면 안다. 

일을 하면서 자아도 실현할 수 있는 확률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는걸.


내가 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늘 칼퇴하지 못하고 조금씩 조금씩 야근하다보면 어느새 온전히 나로서 보낼 시간은 없었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운동도,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취미도 어느 하나 제대로 누릴 수 없었다. 


이렇게 일을 하는 사이 내 몸은 없는 근육으로 앉은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근육들이 딱딱하게 굳어져버렸고 만성적인 목과 어깨 통증, 그리고 편두통을 얻게 되어버렸다. 

이제는 병원에서 처방받은 편두통약이 아니면 일반 진통제는 말을 듣지 않는다. 


일을 하는 10년동안 행복하게 살았다기보다는 그날 그날을 버티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행복은 근로시간순이 아니다. 

난 내 한 번뿐인 인생을 좀 더 즐겁게 살기 위해 퇴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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