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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수 Dec 20. 2023

매일 발전해야 한다는 강박

하루 한 가지, 아주 작은 것이라도.

 발전 지향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했다는 게 지난 10년간의 결론이다. 죽기 살기로 공부해야 했던 학창 시절이야 제쳐두고, 성인이 되고는 참 오래간 정체되어 있었다. 학업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었던 대학 시절. '임용 한 방' 모토로 지 4년은 참 안일하기 딱 좋은 나날이었다. 그저 국가장학금을 받기 위한 최소한의 공부만 하면 되었던 때. 내 모든 행동의 동기는 '즐거움'이었다. 즐거움을 위해 악기 레슨을 받고, 즐거움을 위해 동아리에 참여하고, 즐거움을 위해 게임을 하고 여행을 가고 돈을 벌고. 유익했던 면면 전혀 없던 것은 아니나 '발전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대답은 부정적이다. 여하튼 나와 세상에 대한 별다른 고민 없이 행복했던 시절이었기도 하다.


 임용고시 합격 이후에도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남들 다 가는 군대를 갔다 오고는 보상심리가 발동했던 것인지 일하기 시작한 첫 해에는 하고픈 소비를 참지 않았다. 그래봤자 돈 쓰기 무서워하는 내가 쓰면 얼마나 썼겠느냐만은. 어쨌건 돈 버는 직장인이 되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그러다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정해진 생활 리듬과 소비 패턴 속에서 마찬가지로 '즐거움'을 얻기 위한 방법들을 찾고 찾았다. 여행, 독서, 작문, 운동, 음악. 마음 일면에 스스로의 발전을 위한 공부도 해야 함을 느끼긴 했으나 꼭 그래야 할 당위성이 없었다. 임용고시에 합격함과 동시에 인생의 맥시멈이 정해져 버렸기 때문에.

 왜 발전해야 하는가. 써먹을 일 없는 발전에 고군분투할 바엔 즐거움이나 더 좇고 말자.

 지난 정신 상태는 정말 그랬다. 그나마 합법적인 부수입 수단이었던 경제 공부 정도를 제외한다면 정말 발전 더딘 날들이었노라 고백한다.




 영어는 진작에 놓아버려 어디서 선생이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울 만큼 입이 닫다. 교양을 위한 책은 읽지만 발전을 위한 책은 읽지 않았다. 시골 생활이 빤해지니 운동도 이전처럼 열심히 하지 않았다. 잡다한 지식은 쌓여 가는데 정작 본질적인 것들은 쌓이지 않는 기분이었다. 그 상태를 '워라밸'이라 여기며(실제로 맞지만) 후배들에겐 교사만 한 직업이 없다고 교대 입학을 추천했다.


 그러다 앞선 회차들에서 이야기한 과정들을 통해 '교직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고자' 마음먹었을 때, 마음속 한 구석에서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간 발전 없었던 시간들에 대한 두려움. 내가 쌓은 소위 '교양'들. 시장 경제에서는 전혀 먹히지 않는 자기만족 식 지식들이었다. 그때부터 어떤 강박에 빠진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매일 발전해야 해'

 조금씩이라도 매일매일 발전하기. 2023년의 목표로 삼으리라 다짐했다.


 그때부터 매일매일 퇴근 후 무언가라도 하려 애썼다. 창업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읽거나, 제빵 연구를 한다던가, 영어 공부를 한다던가, 운동을 한다던가. 또 요즘은 고민했던 과정을 글로 남겨보기도 한다. 물론 아직 가시적 발전은 적다. 독서한 책의 권수가 늘어났다거나 제빵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정도일까. 여전히 영어 수준은 부끄럽기 짝이 없고 체력은 바닥이다. 글도 이제 쓰기 시작했을 뿐이다. 얼른 '티끌 모아 태산' 해야 하는데.


 영어 공부로 말하자면 문법이나 독해 같은 지식은 필요 없다 여기고 회화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마저도 아직까지 '원어민 7세 수준의 기초 회화'같은 귀여운 지식들이나 쌓는 중이다. 우리 학교 애들이 들으면 웃겠다. 그래도 꾸준히 수준을 높이다 보면 점점 발전하리라 믿는다. 운동도 스트레칭이나 근력 운동, 심폐지구력 운동같이 기초체력과 관련된 운동을 해야 함을 느낀다. 여전히 힘든 운동은 미루고 있기는 하다.


 내게 꾸준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무얼 시작하면 작심 한 달 정도는 하는 편인데, 요즘은 열정이 식을 때마다 독서를 통해 많은 동기를 얻는다. 여태 터부시 했던 '남의 이야기'들이 되레 도움 되기도 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중이다.




 '매일 발전해야 한다는 강박'. 요즘 나를 지배하는 이 강박이 좋다. 최근에는 감기에 걸린 몸상태로도 글쓰기나 독서를 고집하다 몸살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늘 '내년에는 더 열심히 살 거니까 대비해 둬야 해'라는 말을 되뇐다. 내년엔 정말로 잠을 줄이고, 피곤해도 몸과 두뇌를 움직이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니까.

 매일 조금씩 발전하자. 이 작은 다짐을 능력 되는 한 열심히 지켜가 보리라. 작은 발전 거듭 쌓여 더 멋진 사람 될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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