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안 망하냐고요? 그건 말이죠....
*Deep Latte 주의
2013년, L모 글로벌 광고회사의 인턴이었던 저는 당시 서울 을지로에서 L그룹의 Chief Global Digital Officer였던 Neil Hudspeth의 강연을 듣게 됩니다. 인턴이 글로벌 회사의 디지털 치프 오피서를 만나다니! 당연히 반짝반짝한 눈으로 열심히 들었더랬죠.
그 때 그의 강의를 열었던 물음은 이것입니다. (찐 2013년 11월 21일 작성된 강의록 캡처)
QR코드는 왜 망했을까?
2020년 코로나와 함께 QR코드가 나름 화려하게 부활했지만, 이때만 해도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새로운 연결고리로서 짜잔 하고 등장했던 QR코드가 시장에서 외면받고 추락한 바로 그 시점이었습니다.
많은 한국인 동지들은 그저 고개를 떨굴 따름이었지만 몇몇 분들은 대답했습니다. "음.. 불편해서요?" 그러자 Neil이 대답했죠. "그렇게 불편한가요?" 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모두 우물쭈물하자 닐이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실망시켰기 때문이에요.
새로운 플랫폼엔 새로운 기대가 따르죠.
QR코드는 그런 기대를 실망시켰어요.
우리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그냥 똑같이 TV광고를 뿌렸죠.
고개가 끄덕여지는 인사이트였습니다. QR코드가 처음 나오자마자 모든 광고는 풀버전이니 홈페이지니 앱 다운로드 링크니 하는 걸 사람들에게 들이밀기 위한 포탈로 QR코드를 활용했으니까요. 문제는 누가 그걸 찾아보고 싶냐는 거죠. 사람들은 진보된 툴에 대해서 새로운 기대를 가졌는데 제공되는 것은 Push Media와 다를 바가 없으니 QR코드는 금방 사장되고 맙니다. 납득 가능한 설명이었죠.
결과적으로 QR코드는 수단일 뿐이고, 그를 통해 끌어낸 액션 뒤에 뭐가 있을지가 중요하다는 메시지였습니다. 닐은 또 하나 명언을 남기는데, 고객들에게 새로운 플랫폼을 통한 경험을 유도할 때 다음을 기억하라고 하더군요.
단순한 이야기 같지만 사실 많은 경우 우리는 반대로 합니다. 무지하게 어렵게 회원가입을 하고 나면 일회성 이벤트 하나를 겨우 제공하거나, 그도 못해 클라이언트 사이드의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푸시하는 캠페인이 많죠.(사실 저도 많이 기획해 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고객들이 마케터가 원하는 대로 어떤 하나의 행동만을 실천하고, 그 이후 알아서 해산←하길 원하는 건 너무나 어리석은 게 아닐까요.
결론적으로 QR코드는 enagement의 장으로, 플랫폼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우선 고민한 다음! 지속적으로 탐험할 것이 많은 곳으로 고객을 데려오는 툴로 쓰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간단하지만 어려운 정론이죠. 일단 데려오면 어떻게든 되겠지 or 해볼 게로는 택도 없다는 것.
그래서 저희도 오래 걸렸습니다.
지난 9월, 군더더기 없던 엘리베이터TV에 한 가지 큰 변화가 생깁니다.
약 4.5만 대에 달하는 엘리베이터TV 디바이스 거의 모두에 스티커가 붙었습니다. 바로 QR코드 보조인지 스티커 프로젝트인데요. 언제나 그렇듯 퍼펭에서 자발적으로 진행된 실험입니다.
항균 필름을 부착하는 클린엘리베이터 캠페인이 우리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영역을 비단 엘리베이터TV 디바이스를 넘어 엘리베이터라는 영역으로 확대한 프로젝트였다면, 스티커 프로젝트는 '15초'라는 시간의 한계를 넘어 입주민들과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게 하는 포석입니다.
엘리베이터TV는 특히 시청환경이 매우 짧고 단편적이기 때문에, 이를 놓쳐서 아쉽다는 입주민들의 목소리도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QR코드는 내부적인 디바이스 관리 목적으로 5월부터 붙어있었던 바(다만, 남들은 뭔지 모름) 이를 보조적으로 설명할 스티커 하나 붙이기는 어렵지 않았죠. 하지만 그 뒤를 탐험할 콘텐츠가 없다면? 'Easy to Start'는 되더라도 'Hard to Master'는 어려울 수밖에요. 그런데 매일매일 함께하는 플랫폼인 저희가 입주민을 실망시키면 쓰나요.
저희는 포커스미디어코리아의 간판 engage인 포미박스가 홈페이지를 통해 안정적으로 진행되기까지 기다리고, 또 더 다양한 혜택들이 집중되는 시기를 기다렸습니다. 9월 런칭시점에는 다음과 같은 이벤트들이 진행 중이었죠.
결과는..? 다행히 엘리베이터TV가 그동안 실망을 많이 안겨드리진 않았나 봐요.
아래 캡처는 이 QR코드 캠페인의 결과에 대한 내용인데요. 9월부터 약 2달의 시간 동안 2,800단지에 총 44,343개의 보조 인지 스티커를 붙인 결과...! 무려 80%가 넘는 아파트 단지에서 이에 반응해 주셨습니다. 약 두 달간의 트래킹 결과로 보면, 홈페이지 유입의 약 9%가 QR 스티커를 통해 들어온 분들이시고, 그 수도 보조인지 스티커가 붙지 않았던 직전 동기간 대비 약 6배에 달했습니다 :)
또한 이 보고서가 작성된 이후에도 QR 스티커 유입은 꾸준히 일정 포션을 차지하면서 새로운 참여를 만들어가고 있답니다. 계속 기대해 주시는 여러분이 있다는 건데, 실망시키지 않도록 저희도 더 욕심내 앞으로 더더욱 많은 혜택들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
사실 이 글은 포커스미디어코리아 사내에 공유되었던 내용을 각색해서 서두를 따로 붙여낸 글인데요, 분량 조절 실패로 인해… 안타깝지만 윤모님이 공유해주신 2017년 포커스미디어코리아의 감동적인 첫 QR코드 캠페인 집행 실화는 통편집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마무리로 평행이론을 하나 소개할게요!
위 Neil의 이야기를 쓰면서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린데.... 하니 저희가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윤모님이 숱하게 하셨던 말들과 마치 설정처럼 매치가 되더라고요. (첫 시작 - J커브의 시작은 미약했다)
Neil: "그렇게 불편한가요? 그렇다기 보단... 똑같은 콘텐츠를 수단만 바꿔서 고객을 실망시킨 겁니다."
Yoon: "사람들이 엘리베이터 미디어가 볼 만한 게 없어서 안 보는 거지, 안 보이는 게 아니에요!"
Neil : "Easy to Start, Hard to Master"
Yoon : "클라이언트가 우리가 좋아서 우리랑 같이 하는 거야? 아니야~! 우리가 끝까지 잘 보여야 되는 건 입주민이라구요"
결국 최종적으로 고객에게 무엇을 제공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고, 또 그들과 '관계'를 만들어 이끌어나가야 합니다. 이 두 가지가 QR코드가-나아가서 플랫폼이 망하지 않는 비결인 것 같습니다.
이상, 두 분이 말한 언어도, 데시벨도 달랐지만 그 내용이 같다는 걸 8년 뒤에 깨닫고 소름이 돋은 김 팀장이었습니다.
ⓒ김팀장
덧붙임
'문의드립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TV 에 QR스티커가 붙어있는 걸 봤는데,
혹시 현재 집행 가능한 상품인지 궁금합니다.'
진짜로, 우리가 입주민에게 잘 보이려고 하니 관심을 보이는 예비 파트너들이 계시더라구요!
아쉽게도 현재 보조인지 스티커는 상품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