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같은 인생이 뭐 별건가

by 밑줄긋는여자

뾰로롱 꼬마마녀'라는 만화영화가 있다. 주인공은 열두살 민트라는 여자아인데 차고 있는 시계에서 마법봉이 나오면서 변신한다. 만화가 방영될 당시 내 나이도 열 두살. 난 내 시계에 주문을 외우면 마법이 생겨날 수도 있을거라 믿으며 몇 번이고 주문을 외웠었다.

'뾰로롱 꼬마마녀'캡쳐화면


그 외에도 '꽃천사 루루'나 '요술소녀'나 '천사소녀 네티'같은 만화 주인공들을 보며 나도 그들처럼 되기를 꿈꿨다.


그랬다. 나는 만화처럼 살고 싶었다.


만화 속 요술이나 마법이 현실감이 없다는 걸 깨달을만큼 머리가 컸을 때는 타임슬립이나 판타지영화를 좋아하게 됐다.


'말할 수 없는 비밀' 중에서

'말할 수 없는 비밀'이란 타임슬립 로맨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였다. 같은 학교 같은 반 남녀가 피아노를 매개로 20년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애틋하고 풋풋한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다. 영화에 매료되서 과장을 조금도 보태지 않고 30번 넘게 봤으며 촬영지인 대만 단수이와 촬영한 학교를 세 번이나 찾아갔다. 거길 찾아가면 영화 속 상륜과 샤오위의 로맨스가 펼쳐질 것 같았으니까. (하하...나도 참 유치한 면이 많다)


그랬다. 난 영화처럼도 살고 싶었다.


흔히 사람들은 '영화같다' '영화처럼 살고 싶어'라는 말을 한다. 나도 그랬다.


현실이 팍팍하거나 만족하지 못할 때.

현실보다 더 큰 어떤 소망이 이뤄지길 바랄때.

그저그런 오늘의 나에게서 벗어나고 싶을 때도.


그런데 ...

영화같은 인생이 뭐 별거겠나.


화려한 삶만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풍족하고 완벽하고 고귀한 것만이 이상적인 것도 아니다.


'트위스터''딥임팩트'같은 재난영화처럼 자연 앞에 한없이 무너지는 인간의 모습도 있고,

'차이나타운''아메리칸사이코'처럼 인간성의 상실과 잔혹함을 보여주는 모습도 있고,

'인턴'이나 '포스트 그래드'같은 소소하고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는 모습도 있다.


영화는 쓴맛 단맛 신맛 매운맛 어중간한 맛 강렬한 맛 애매모호한 맛 무서운맛...그야말로 삶의 모든 맛이 다 있다.


어떨 때는 영화 속 압도적 인물에 경외감을 느끼기도 하고, 어떨 때는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인물을 보며 위안을 얻기도 하고, 때로는 거침없이 내지르는 통쾌함으로 대리만족을 한다.


영화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이유는

인간의 삶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한다.

예전에 아르바이트를 하던 식당의 주방장님은 중국분이셨는데 자식들과 떨어져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오게 된 애달픔을 얘기하자면 영화 몇 편은 나올 것이라고 했다.


멀리가지 않고 우리 부모님의 러브스토리만 해도

흥미진진함으로 따지면 서스펜스 영화못지 않다.(이 사연을 학생 때 라디오에 보냈고 상품을 받아 부모님 결혼기념일에 선물로 드렸다^^)


나?

큰 성공이나 대 실패같은 깊은 골이 패이지는 않았지만 뭐 밋밋한 영화정돈 나오겠지.


영화같은 인생이 뭐 별건가?

오늘을 사는 우리가 곧 영화다.


그래서

써보기로 했다.


내가 살아가는 인생의 가치와 의미를

가장 친숙한 영화로 풀어보자 생각했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맥주를 마시면서...

설레이는 누군가와 함께 나란히 앉아...

혼자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즐기며...


인생의 작은 위로, 작지만 소중한 행복을 영화와 함께 하듯 나의 에세이도 당신의 영화같은 멋진 인생의 한조각 공감과 위안이 되길 바라며.


매거진'영화같은 인생이 뭐 별건가'는 그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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