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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피자 Jul 20. 2020

나를 사랑하기로 결심한 날

시간을 견디기 위해 할 일 3가지

 

        

“그래, 애는 몇 개월이지?”     



유산 소식을 듣지 못한 사람들이 안부를 물어왔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픽 웃었다. 집에 가서 혼자 꺽꺽 울었다. 누구를 원망하는지도 모른 채 그냥 울었다. 그런데 사람이 한 시간 두 시간 내리 울지는 못한다. 가끔 목이 칼칼해 물도 마셔줘야 하고, 때 되면 밥도 먹어줘야 했다. 그래 제 아무리 슬퍼도 사람은 일상을 살아야 하는 거였다. 시간을 견뎌야 했다.   


  

밥 먹고 기운을 차렸다. 텅 빈 시간을 뭐라도 채워야 했다.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익명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나 개인적인 일로 이렇게 힘들어요 여러분들은 힘이 들 때 어떻게 이겨내시나요?’라는 말에 100개도 넘는 댓글이 달렸다. 랜선 너머 얼굴 없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았다. 온기 가득한 선플들을 하나하나 저장했다.     


 

언니처럼 동생처럼 다독이며 해주는 말들을 요약하면 이렇다. 힘든 일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러니 괴로워할 시간에 좋은 일을 찾아서 해보길 바란다는 말들이었다. 어차피 시간은 흘러야 하니 내 좋은 것들을 찾아서 하기로 했다.           






익명의 커뮤니티에서 배운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     

1 오랫동안 가고 싶었던 여행을 한다

2 갖고 싶은 물건을 나에게 선물한다

3 스스로에게 예쁘다고 말해준다

4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을 그냥 한다

5 남들이 뭐라 해도 내가 기쁜 일을 한다

6 내가 나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대접한다.

7 건강을 알뜰살뜰 챙긴다

8 좋은 음식 먹고 충분히 쉬고 좋은 문화생활을 즐긴다

9 긍정적인 생각으로 나를 칭찬한다

10 취미생활을 하며 좋은 쪽으로 생각한다

11 내가 했을 때 가장 즐거운 일 한다

12 내가 가장 해보고 싶은 일에 도전한다

13 나를 위해 투자한다

14 내 마음을 행복하게 해 준다

15 내가 나를 안아준다

16 바닷가를 산책한다

17 잘못된 일을 나 때문이라고 자책하지 않는다

18 나쁜 일은 접어 넣어둔다

19 이럴 수밖에 없는 자기 자신을 용서한다

20 나한테 ‘괜찮아’라고 되뇐다

21. 내가 먹고 싶은 것 좋은 재료로 요리한다

22. 남이 아니라 나를 위한 하루 일정을 짠다

23. 피부숍에 가서 마사지를 받는다

24 무언가 한 가지를 배워본다

25 나를 위해 울어주기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 찾기

어차피 보내야 하는 시간이라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해보고 그 일을 해나가자. 영화보기도 좋고, 요리하기도 좋다. 바쁘게 살다 보니 자기 자신을 위해 시간과 돈을 써보는 정성이 필요하다. 왜 그동안 내 몸을 내가 아껴주지 않았지?        


        

내가 나 아껴주기 하나,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회사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 걸었다. 집에 와서 밥을 먹고 또 걸었다. 하루 2시간을 걷고 나면 발바닥이 화끈거리고 밤에 잠이 잘 왔다. 몸을 혹사시켜서 피곤하게 만들어야지. 딴생각이 나지 않게.      

그런데 걸으면서 생각이 차분해졌다. 밤하늘에 매일 보이는 작은 별, 별이 된 내 아기가 나를 내려다보면서 매일 내가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래 걱정마라 엄마가 몸이 다시  건강해져서 반드시 내가 너를 가지고야 말겠다. 결심하고 땀 흘렸다. 걷기는 보약이었다.    


      

내가 나 아껴주기 둘, 보약 짓기

진짜 보약을 지었다. 임신하기에 좋은 몸 상태를 만들어준다는 보약이었다. 임신 쪽에 아는 사람은 안다는 경주의 모 한방병원. 세상에나 임신을 원하는 사람이 줄지어 진료를 받고 있었다. 어쩐지 혼자가 아닌 느낌.     


      

내가 나 아껴주기 셋, 시간 쓰기

퍼즐을 시작했다. 생전 처음 해보는 퍼즐,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고 해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지만,  퇴근하고 한 시간 주말에 두 시간 천천히 맞췄다. 시간이 잘 갔다. 눈물이 날 거 같아도 퍼즐을 하면 무념무상이 되었다. 생각과 싸우기에 좋은 아이템.     



퍼즐을 맞춰가다 보면 알게 된다. 비슷한 것 같지만 짝이 맞지 않는 조각들, 당장 진도가 나가지 않아 답답한 마음도 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여러 번 맞추다 보면 언젠가 딱 맞는 조각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 반드시 이웃한 조각은 있다는 것을.

실해패도 포기하면 안 된다.      


우리 인생도 그러하다. 누구나 숙제 같은 삶을 받아 든다.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각자의 몫이다. 

단 실패해도 포기하면 안된다.


아이를 갖는 게 어렵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생각들, 몰랐으면 좋았을 뻔했지만 결국 알게 된 , 아이를 갖는 것이 이렇게 힘드니 내게  아이를 소중히 대하라는 가르침이었다.  어려움 안에 내가 큰다. 그리고 나는 낑낑거려 퍼즐을 완성했다.       

   

나는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이용할 가치가 있으며
 인생에서 헛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엔도 슈사쿠의 나를 사랑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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