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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했다. 달리기는 오늘도 포기?’

달리기를 위한 아이스크림 홀릭

by 카피자



망했다. 달리기는 오늘도 포기인가


나만 그런 거 아니죠? 달리기를 해야지 해야지 마음은 굴뚝같지만..

달리기를 시작할 땐 어쨌든 조금씩 하기 싫은 마음이 드는 거잖아요.




‘내일의 내가 할 거야.. 다음 달의 내가 할 거야... 바쁜 것만 해치우고 할 거야’

그렇게 오늘도 또 달리기를 내일의 나에게 미루고 말았습니다.

달리지 않을 핑계는 늘 언제나 가득하니까요




하지만 달리기의 효과를 알게 된 후로는 달리지 않으면 답답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죠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달리기를 할 방법을 찾아야 했어요


몸은 뇌의 지배를 받습니다 그렇다면 '뇌에게 잘 보이자'! 뇌가 좋아하는 것으로 뇌를 속이는 겁니다.

'달리기 한 번 해보자 힘든 것 알아. 달린 뒤에 아주 좋은 것이 있어!'라고 뇌에게 달래는 거지요




저는 작년에 술을 끊고 달리기를 시작했어요. 술이 없는 삶은 밋밋했죠. 술을 대신할 삶의 즐거움을 찾아다니던 중 발견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게 뭐냐면요 바로 ice cream!!!!


퇴근 후 달리기를 한참 하면 몸에 열이 확 나요. 헉헉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저 멀리 불빛이 반짝거리는 한 가게가 있었습니다. 바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목도 마르니 홀린 듯 무인 아이스크림점으로 들어갔습니다.


온통 휘황찬란한 아이스크림, 컬러풀한 패키지, 저렴한 가격이 나를 유혹했습니다.


처음엔 아이스크림 큰 통을 사가지고 집에서 반통을 앉은자리에서 먹어치웠어요. 아이스크림이 열불 나는 몸과 힘든 마음을 샤샥 식혀주었거든요. 이 우주최강 가공식품인 아이스크림은 달리기를 하며 탈탈 털렸던 마음을 달래주는 기분이었어요.




아이스크림은 달리기를 할 때 얼마간의 동기부여가 되어주었습니다. 달릴 때 너무 숨찬 기분이 들어도 ‘자 어서 뛰어가서 집에 가서 살살 녹는 아이스크림 먹자! 조금만 더 참자’ 하고 상상하면 힘이 솟아나 더 달릴 수 있는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술이 주는 즐거움과 아이스크림이 주는 즐거움, 몸에는 뭐가 더 나쁠까요?’ 술은 단박에 끊었는데 아이스크림은 끊을 수가 없는 이 무한굴레를 어쩌면 좋을까요? 그래서 달리기를 해도 살이 잘 안 빠지는 거였더군요!




아이스크림 홀릭을 탈출하기 위해서 방법을 천천히 바꾸기로 했습니다. 달리기 후 너무 더워도 무인 아이스크림 점 앞을 지나갈 땐 애써 시선을 피하고 후다닥 뛰어갔습니다. 한 번 두 번.. 아이스크림점을 지나치니 세 번 네 번은 더 쉽게 지나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사 먹는 아이스크림 대신 집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고 있습니다. 잘 익은 바나나를 으깨 우유와 섞어 얼리면 엄마가 만들어주는 홈메이드 아이스크림 맛이 나죠.

머리가 쨍한 시판 아이스크림 맛은 아닐지라도, 몸이 원하는 차가운 맛과 당분 욕심을 해소하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으니까요.



아직도 홈메이드 바나나맛 아이스크림으로 달리기의 원동력을 이어가고 있어요.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 아이스크림 홀릭. 달리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고 말이죠. 이 없으면 잇몸으로, 이 방법이 아니면 저 방법으로, 달리기 라이프를 이어가고 있어요!!




천천히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황영조 마라토너-


달리자!! 달린 뒤에는 말이야
아이스크림이 기다리고 있어!







목차


프롤로그

달리면 달라져? 어쩌다 보니 거저 얻은 달리기 나비효과



1부 몸이 고장 났을 때 달렸더니

-잠이 안 와서

-술이 술술술

-20년 전 마라톤

-아이스크림 홀릭

-루틴의 뒷덜미

2부 마음이 고장 났을 때 달렸더니

-거리를 잘게 썰기

-펀런이 유행이래

-보고 싶어 달려가기

-궁하면 통한다

-방해꾼 손절하기


에필로그

달리면 달라져! 숫자 기록 대신 인생이라는 길에 나다운 완주



https://brunch.co.kr/@folsy/94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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