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잠시라도 달리기를 해볼까?' 마음을 먹은 뒤로는 쉬고 싶은 마음과 달리기 하려는 마음이 갈등을 해요
이때 내 달리기 루틴에 뒷덜미를 잡아준 건 '양말'이었어요
양말로 뭘 어떻게 했나고요?
퇴근하고 집에 가면 운동복은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고요. 편한 옷은 옷장 안에 넣어둬서 꺼내기 힘들게 만들어요.
운동복 제일 위에는 달리기 전용 양말을 고이 놔두고요. 포인트는 '달리기 양말을 발에 콱 끼워버리는 것‘입니다. 마치 '양치질을 하려고 칫솔에 치약을 묻히는 것'처럼요. 치약 묻은 칫솔을 어쩔 수 없이 입에 자동으로 넣는 것처럼 말이지요.
달리기 양말에는 돈을 좀 투자합니다. 양말 한 켤레가 이렇게 비싸? 하지만 달리기 전용 양말은 그야말로 쿠션감이 좋습니다. 돈값을 하는 달리기 양말은 일반 양말하고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달리기 양말 바닥 부분은 두툼하고 톡톡해서 마치 폭신한 카펫을 밟고 선 것 같은 기분이에요. 반대로 발등은 얇고 까슬거립니다. 뛸 때 발에서 땀이 나면 열 조절을 해주거든요 푹신하고 쫀쫀하게 발을 딱 잡아주는 양말을 신고 나면, 두 발이 부릉부릉 달릴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귀에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낍니다. 양말과 이어폰을 끼고 나면, 뇌가 ‘아 정말 운동하러 가는구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다음은 루틴대로 몸이 움직여요 운동복을 입고 밖으로 천천히 나옵니다. 손목 워치의 달리기 버튼을 누르지요 카운트 다운 3.2.1 start! 달리기가 시작되지요
처음 달리기를 할 때는 빨리 달리지 않아요 ‘세상에 이렇게 천천히 뛰어도 되나’ 싶을 정도 속도로 뛰어요.
주로 부산 광안리 해변가 길을 뛰는데요. 광안리 밤바다를 뛰면 왠지 부자가 된 느낌이 듭니다. 화려한 광안리 불빛들이 바닥에 보석을 뿌려 놓은 것처럼 바닷물결 위로 반짝이며 흔들리거든요.
광안대교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요트에서 팡팡 불꽃놀이를 할 때가 있어요. 광안대교 불빛과 아름다운 별빛, 아련한 보름달 구름에 달무리를 이루는 풍경을 바라보며 뛰는 거지요.
달리면서 눈이 호강하는 느낌이에요
달릴 때는 회사에서 힘들었던 마음을 하나씩 꺼내 봅니다. 속상해 울면서 달리기도 하고요. 하지만 회사에서 나에게 과하게 요구하거나 기대하는 사람들, 그 요구에 부흥하지 못한다고 자책할 필요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뛸 때마다 걷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오기도 해요 하지만 ‘걷지는 말아야지’ 다짐하다 보면 조금 더 달리게 됩니다. 또 달리면서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기준을 바로 세우게 됩니다.
너무 사소해서 부끄럽지만, 비싼 양말 본전 뽑고 싶은 마음, 톡톡하고 쫀쫀한 달리기 양말은 나의 달리기 루틴의 치트키였던 겁니다. 푹신한 달리기 전용 양말과 운동화를 신고, 마치 스프링을 장착한 것처럼 통통 앞으로 튀어나갑니다. 그렇게 양말과 운동화로 달리기 루틴과 재미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양말은 운동 루틴을 잡아주는 꿀팁, 달리기는 내 마음을 잡아주는 꿀팁”
달리기를 할 때도, 하루하루 살아갈 때도 '용기야 사라지지 마. 웃음기야 잃지 마.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는 거야' 하며 오늘을 달려갑니다!
“달리면 모든 게 단순해진다. 아무리 무거운 고민이라도 달리기 시작하면 점차 그 부피가 줄어든다. 몸이 바쁘게 돌아가니 평소처럼 복잡하게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