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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에 대한 발표를 시키다니요

달리기에 대해 뭐라고 말하지?

by 카피자



전 평생 달리기 몸치였어요. 살면서 운동이라곤 아예 안 했죠.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달리기를 시작했어요.


‘왜 달릴까?’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글로 써봐야겠다’ 고 생각하고 달리기 글을 쓰고 있죠. 도망치듯 시작한 달리기가 나를 어떻게 바꿨는지, 어떤 방법을 썼는지 생각하고 한 편 두 편 글을 쓰지요




그러던 어느 날,


“왜 달리기를 하는지 3분 동안 발표 하시오”


헉! 누군가 저에게 발표를 시키는 게 아니겠어요?


똘망 똘망한 청중들 앞에서 달리기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하다니! ‘악!! 어떡하지? 달리기에 대해 뭐라고 말해야 하는 거야 갑자기 무슨 이야기를 해..?’


제 차례 전에 다른 사람들이 발표를 유창하게 잘하는 것도 봤어요. 저는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했습니다. 어쩌지? 아아~! 빙글빙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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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꿈이었습니다.

눈을 뜨니 컴컴한 방. 발표를 기다리던 청중들은 사라지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요. 발표를 못해 쩔쩔매는 꿈.. 상상만 해도 아찔한, 다시 꾸기 싫은 꿈이었어요




언젠가 달리기에 대해 발표를 할 날이 올지도 몰라. 그때 우물쭈물하지 않도록 생각을 정리해 둬야지라고 생각하고 '달리기를 하는 이유에 대한 발표문'을 써보기 시작했어요 정말로 발표를 하는 건 아니지만, 준비를 해놓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니까요






<달리면 달라집니다>



1. 도입 (30초)

안녕하세요! 여러분, 혹시 이런 경험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오늘부터 운동해야지!’라고 선언해 놓고, 다음 날 아침에 "음.., 내일부터 하자~"로 바뀌는 거요. 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느 날 우울증이 걸려서 너무 힘들었습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어요. 실제로 달려서 도망쳤습니다. 그렇게 저는 우연히 달리기를 시작했지요. 그런데 그 달리기가 정말로 저를 바꿔놨습니다. 오늘은 달리기가 어떻게 제 우울증을 날려버렸는지, 그리고 살짝 건강도 얻고 웃음도 되찾은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2. 본론 (2분)


첫째, 달리기는 제 몸을 ‘강제로’ 깨웠습니다.

처음에 달리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지?" 싶었어요. 숨은 턱 끝까지 차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그 와중에 뛴 거리가 고작 200m였다는 사실이 정말 저를 비참하게 만들더라고요. 그런데 신기한 게, 숨이 차면서도 마음은 조금씩 개운해지는 거예요. 알고 보니 이게 엔도르핀이라는 작품이더라고요. 얘가 머릿속에서 파티를 열어주는 바람에, "야, 오늘도 해냈다! 이 정도는 해 볼만하다!"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둘째, 달리기는 저 자신과 대화 시간을 만들어줬습니다.

달리는 동안 ‘왜 나는 이렇게 힘들지? 내가 뭘 잘못했을까?’ 같은 심오한 질문들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런데 달리다 보니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야, 너 할 만큼 했어. 괜찮아. 내식대로 밀고 나가. 할 수 있어" 그렇게 뛰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나 자신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 안의 '우울한 나'와 ‘용감한 나’가 대화를 나누며 화해를 했달까요?



셋째, 달리기는 작은 성공을 선물해 줬습니다.

5km를 뛰었을 때는 "오, 이게 되네?" 싶었어요. 10km를 뛰었을 땐 “어? 나 할 수 있네?”"라는 착각도 했죠. 매일 조금씩 거리를 늘리면서 마음이 씩씩해지고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작은 성공들이 쌓이다 보니, 삶을 보는 시각도 달라졌어요. 우울증? 그거요? 이제 저한테 와도 제가 더 빨리 달려서 도망갈 정도예요.



3. 결론 (30초)

달리기는 저를 살렸습니다. 우울증도 달아나게 하고, 제 삶에 다시 색깔을 입혀줬죠. 여러분도 혹시 마음이 힘들거나 답답하다면, 속는 셈 치고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 보세요. 뛰다 보면 ‘아, 이렇게 숨이 찬데, 내 몸뚱이가 이게 되네?’ 하는 생각이 들 겁니다. 뛰는 건 공짜입니다. 살도 빠지고, 마음도 건강해지고, 심지어 약간 씩씩함도 생깁니다. 여러분도 한 번 시도해 보세요. 뛰다가 저 만나면 손 한 번 흔들어 주세요!


감사합니다!





“달리면 달라집니다”라는 주제로 3분 스피치 대본을 써봅니다. 언젠간 이 내용으로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할 날이 정말로 올 지도 모르니까요! 누군가 저에게 발표를 하라고 하면 이제는 꿈에서 그랬던 것처럼 우왕좌왕하지 않을 거예요!


달리기는 나에게 글쓰기도 시키고 발표연습도 시켜줍니다. 달리기는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것 그 이상의 효과를 주고 있다는 사실!



달리면 달라지는 게 맞나 봐요!


dsgsd.png 우사인 볼트 '열심히들 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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