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아들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축구를 한창 하고 나서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나의 어릴 적 기억 속에 아빠와 함께 축구를 했던 장면을 끄집어 내보려 해도 도통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버지에게 전화해서 저랑 축구를 했던 적이 있었나요?
라고 물어보았다가 오히려 역습을 당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물어보지도 못하겠고.
아무튼.
나의 어릴 적 놀이는 항상 형과 함께였다.
그러다 보니 형과의 부대낌에 대한 기억은 많이 남아 있는 편이다.
물론 아빠는 간간이 가족여행 속 사진에서 발견되긴 했지만 기억 속에서 야구며 축구를 했던 모습은 없고 목욕탕에서 때를 밀어주던 잠깐의 모습이 남아 있다.
어릴 적 기억은 나이가 들수록 뭉텅뭉텅 사라지고 있다.
그 기억들이 사라지는 슬픔을 느끼지도 못한 채.
지금 자라고 있는 아들 역시 나이가 들면 나와 함께 한 기억들을 찾지 못할까 봐 괜스레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한 알 한 알 기록을 남기지는 못하겠지만 이 글들을 보면서 아빠와 엄마와 함께 했던 기억들을 곱씹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쓰기 시작한다.
아이의 사랑스러웠던 모습을 기억하지 못하는 만큼 안타까운 건 없을 것 같다.
또,
아이 역시, 사랑받았던 기억이 없다는 것 역시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