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기억 _ 아들의 9살
퇴근해서 집에 들어설 때 아들은 항상 나를 놀래키려 어딘가 숨어 있다 ‘왁~’ 이라는 소리를 지른다. 가끔은 아내도 아들과 함께 그런 놀이를 즐기곤 한다.
오늘도 집을 들어서면서 이녀석이 어디에 숨어 있나 하며 조심스레 두리번 거렸는데 이상한 기운이 맴돈다.
아들은 방에 누워 있고 아내는 심각한 얼굴로 안방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음... 무슨 사건이 발생한 것이 틀림없다.
공부를 하면서 무언가 트러블이 생겼으리라...
아내는 밥상을 차려주면서 아이를 달래서 같이 먹든지 아니면 혼자서 먹으라고 한다.
후~ 이건 누구의 장단을 맞춰야 할지 사장 고민 되는 순간이다.
아이가 누워 있는 방으로 들어가서 일단 앉혀서 안아준다.
그리고 아빠가 회사에서 힘들었던 이야기에 대해서 주절주절 이야기를 해준다.
‘아빠가 회사를 10년 넘게 다녔잖아.. 그래서 아빠는 일도 능숙하게 잘 하는데 사장님에게 혼이 났어...’
라고 갑자기 사장님을 이야기에 소환시켜서 아빠를 혼내는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
‘사장님에게 혼이 났는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아빠가 일이 많아서 야근을 할 것 같으니 좀 더 빠르게 일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서 혼을 냈던거야. 그래서 아빠가 그걸 나중에 알게 됐지만 사장님이 너무 고마운거야. 지금 당장 혼날 때는 광장히 기분이 안좋았는데, 나중에 너무 고마워서 사장님에게 가서 감사하다고 이야기를 했어.
아마도 엄마도 너에게 공부를 가르치면서 좀더 현명하고 잘 할 수 있도록 하려고 했을거야. 지금은 화가나고 힘들어도 결국 아빠처럼 고마움을 느끼게 될거야.’
알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마음을 풀어서 오징어 젓갈에 늦은 저녁밥을 먹게 되었다.
오늘도 이렇게 엄마와 아들의 중립국 역할을 무사히 해냈다.
이제 집에 들어오면서 집안의 기류를 체크해야 하는 나이가 되어버렸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