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사소의 곁 06화

우는 아이를 예뻐라 바라볼 수 있는 저 여유

by FONDOF


이케아, 식당 옆자리






하이체어에 회장님처럼 앉아있는 돌 아기와 나란히 앉은 아빠,

맞은편에는 엄마 그리고 동행으로 묵직한 기저귀가방이 놓여있다.


아빠가 엄마보다 조금 어려 보이는 느낌,

진작 식사를 마친 아빠의 식판엔 수저가 아무렇게나 놓인 지 한참 된듯했고

아이 이유식을 따로 담아 온 락앤락 통도 제법 비워져 있다.

엄마만이 여즉 남은 식사를 느릿느릿,

참 맛없게도 하고 있다.


아빠가 식탁에서부터 출발한 검지와 중지로

아이 머리까지 내달리며 장난을 친다.

입으로 '뽀.. 꼬.. 뽀꼬.. 뽀꼬' 익살맞은 소리를 내며

두 손가락이 점점 빨라지는 만큼 '뽀.. 꼬뽀고뽀꼬! 입소리도 더 커진다.

맞은 편의 엄마가 "스으읍..!" 남편에게 눈치를 준다.


웃던 아이가 갑자기

바늘에 허벅지라도 찔린 듯 울음을 터뜨려버린다.

분명 직전까지도 깔깔 웃고있었는데

아이의 웃음과 울음이란 그토록 맞닿아있는 것.


아이와 장난을 치다 보면 왕왕 있는, 무안해지는 순간이다.

가까운 거리에 있던 사람들의 흘끔 눈길을 받을 정도 크기로 아이가 빼액 운다.

수저를 내려놓고 엉거주춤 일어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아이를 달래려 팔을 뻗는 엄마,

사람들의 눈길이 장난감 화살처럼 날아와 그녀에게 꽂히는 거 같다.

아빠는 그저 울먹이는 그 모습이 귀여워죽겠다는 듯 쳐다만 보며 웃고 만다.


'저거 인내심도 너그러움도 뭣도 아닌데, 저 웃음 뭐지 나 아는데..'

그래,

육아가 [일상의 전부는 아닌]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다..!


우는 아이를 예뻐라 바라볼 수 있는 저 여유가,

육아가 [일상의 전부]인 자를

얼마나 악의 없는 말간 얼굴을 하고

입맛 떨어지게 하는지.




아이가 순한지 울음 끝이 짧다.

엄마는 숙인 허리를 뻣뻣하게 펴고는 엉덩이를 풀썩하며 다시 자리에 앉는다.

입맛도 없는 듯 식판을 고대로 옆자리로 밀어버리더니

테이블에 널린 물티슈며 아기 물병 등을 하나씩 가방에 넣는다.

갈 채비를 하는 엄마는 아직 일어나지도 못했는데

이 아빠가 이번엔 아이를 휙 안고 벌써 식탁을 빠져나가버린다.


가방이며 식판이며 나 몰라라 가버리는 남편 뒤통수에 대고

“야아~!” 하는 엄마,

하지만 그마저 속시원히 지르지도 못하고 페이드아웃된다.

식당을 날려버릴 수도 있었을 데시벨을

혼잣말로 뭐라 뭐라 삭히며 헛웃음과 원망이 입안에 맴돈다.


아빠는 한 손으로 아이의 머리를 감싸고

다른 한 손은 아이의 귀에 대고

“도망가자아~~”

과장되게 뛰어 지나간다.

마치 언젠가 투니버스 채널에서 본 어느 카툰 속,

악당이 사라지는 모습을 그림자로 보여준 장면 같다고 생각했다.

까치발로 어깨를 들썩이며 춤추듯 퇴장하는 모습.


의자를 드르륵 박차며 일어나는 엄마의 둥근 어깨에

하필 천가방 끈이 꼬인 채로 대충 감긴다.


그녀가 가방끈이 흘러내릴세라 야무지게 여미며 내 뒤를 지나갈 때

그 바쁜 움직임이 만들어낸 희미한 바람이 일렁였다.

모를 더운 기운이 느껴지며 내 손에 묘한 릴레이 바통이라도 쥐어진 듯한.


나는 내 맞은편에 앉아 밥 잘 먹고 있는 애꿎은 내 남편을

가볍게 흘겨봐 줬다.





#내새끼울어도예쁜거누가몰라

#예뻐만할수있다면

#나도예뻐만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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