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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호 Apr 30. 2020

3. 정신과 방문기

가족들에게 정신과에 가보겠다고 말한 것만으로도 조금은 나아졌다. 이전이 10이었다면 8~9 정도? 하지만 일상생활에는 여전히 지장이 있는 정도. 코로나 덕분(?)에 집에 가만히 있는 게 애국이라는 심정으로 버텼다.처음에는 동네 정신과에 가려고 했다. 비용이 많이 나올 것 같기도 하고, 대학병원은 진료 시간이 너무 짧을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가족은 어차피 가는 거 대학병원에 가보라고 했고 그래 어차피 가는 거면 대학병원에 가자 싶어 예약을 했다. 가장 빠른 시간은 1주일 후였다. 


정신과에 처음 가면 예진표를 작성한다. 종교, 나이, 통증, 수술력, 약물력, 가족병력, 나이, 자녀, 음주량, 주종, 흡연 유무, 가계도 등을 적어 내면 된다. 그리고 예진을 본다. 정신과라 그런지 직원분들과 의사 선생님 모두 조심스럽다는 게 느껴졌다. 말투나 표정, 행동 모두. 어디가 불편해서 왔냐는 질문에 심장이 아프고 불면증이 있어서 왔다고 했다. 앉아서 잠시 대기하라고 했다. 잠시 더 기다렸다가 진료를 받았다.


심장이 아프고 잠을 잘 못 자신다고요? 

네. 10분 간격으로 깨고요.

심장을 쥐어짜는듯하다는데 어느 정도인가요?

일상생활이 잘 안 될 정도예요.

증상은 언제부터 있으셨나요?

1주일 정도 된 거 같아요.

그 당시 어떤 일이 있었나요.

오래 만났던 연인과 헤어지고, 취직도 안 되고, 예정했던 일들은 코로나로 다 연기되고 블라블라...

무력감이 있나요?

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일어나도 집중이 잘 안되고요.

그렇군요. 충분히 불안할 수 있는 상황이겠네요. 그럼 앞으로 일정은 어떤가요?

다음 달부터는 재즈 아카데미에 다니려고요.

잘하셨네요. 일상적 생활을 지속하는 게 우울증에 도움이 됩니다. 가족은 같이 지내나요?

네 아버지랑 누나랑 같이 집에 있습니다.

어머니는요?

아, 5년쯤 전에 자살하셨습니다.

그렇군요. 일단 우울증이 의심되기는 하네요. 일단 약을 드릴게요. 그리고 심리검사를 받아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진료를 받는 것도 가능한데 진단을 받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거든요. 비용은 조금 드는데 밖에서 안내받아보시고요. 비용 문제로 못 받으시는 경우에는 취소 가능하니깐 일단 날짜 예약을 하시는 것 추천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일단 잠을 잘 못 주무신다 하니 안정제랑 항우울제를 처방해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대략 이런 대화를 나눴다. 정신과는 진료비와 상담비가 함께 청구되는데 초진 비용은 약값 포함 약 3만 원 정도였다. 상담시간은 15분 정도. 


그 날 임상심리검사 예약을 잡았다. 비용은 약 20만 원 선으로 예상된다고 했고, 검사 시간은 짧게는 3시간에서 4시간이 소요된다고 했다. 수납은 당일에 하면 된다고 해서 당일 비용만 내고 나왔다. 


지금까지 약은 1주일 넘게 먹고 있다. 자다가 깨는 건 똑같지만 그 빈도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신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다. 보통 8시 30분쯤 일어나는데 깨서도 머리가 몽롱해 한 시간 정도 더 뒤척이다 일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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