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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호 May 28. 2020

그래 그게 우울증이었겠구나

학교라는 공간이 싫었습니다. 조그만 공간에 너무 많은 사람이 생활했고 그 사이에서 저는 극도로 예민해졌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쳐 쉬고 싶었으나 저를 구제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공부를 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교실에 남아 있기는 했지만 제 정신은 그 공간을 버티지 못했습니다. 공부를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사람이 싫고 무서웠기 때문입니다. S 교사는 학생들의 벨트를 잡아 올리거나 꼬집거나 모욕하는 방식으로 체벌을 했고,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제 말에 나중에 결혼을 하면 혀를 뽑아버리겠다고 했습니다. S` 교사는 수업시간에 안경을 닦았다는 이유로 훈계를 하기도 했습니다. 체벌이 용인되는 분위기가 싫었음에도 저항할 수 없다는 생각이 저를 무력감에 빠트렸습니다.


쉬는 시간에 잠깐 자려고 해도 다른 학생들의 말소리에 신경이 쓰여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볼륨을 크게 켜놓고 메탈을 들었습니다. 다른 소리가 차단될 정도로 시끄러운 노래를 들어야만 잠시라도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가족들의 말소리나 외부의 소리가 신경 쓰여 잠을 자지 못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작은 소리에도 예민했습니다. 얼굴 근처에 바퀴벌레 수백 마리가 기어 다니는 기분이었습니다. 스펀지로 된 귀마개 위에 사격용 귀마개를 끼고서야 간신히 잠들곤 했습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에 자려고 누우면 제 신체가 비대하게 느껴지는 날도 있었습니다. 이불에 닿는 손이 수백 배 커져서 몸을 누르는 것 같은 느낌, 머리가 끝없이 뻗어나가며 묵직해지는 느낌에 시달렸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불쾌함 때문에 쉽게 잠이 들지 못했습니다. 단 한 번도 개운하게 자본적이 없습니다. 저는 제가 예민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고 억누를 때 발생할 수 있는 증상 중 하나라고 합니다. 우울함에도 우울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감정을 통제하고 있으니 신체가 반응하는 거죠. 


지금도 이런 증상이 있습니다. 어느 날은 더 심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긴장해 있다는 걸 인지하고 받아들이면 조금은 진정이 됩니다. 언젠가는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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