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자만이 코트의 챔피언이 된다

by 최용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중함이나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고
즐기는 것입니다-혜민 스님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명언이 있다. 선수 시절에는 피하기만 했지 즐기면서 하지 못했다. 매일 턱까지 숨이 차오르는 힘든 훈련, 실수하면 무섭게 쳐다보는 코치 선생님의 눈빛, 훈련이 끝나면 집합하여 선배들이 때리는 구타. 그 무서움에 농구를 즐기기보단 그만두고 싶을 때가 많았다. 기숙사에서 체육관까지 10km 된다. 걸어서 훈련하러 갈 때면 소가 도살장 끌려가듯 발에 쇠고랑을 찬 것처럼 느릿느릿 힘없이 걸으면서 이대로 차에 치여 병원에 입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선수로서는 농구를 즐기지 못했다. 하지만 감독으로서는 휠체어 농구를 즐기면서 선수들을 가르쳤다. 내가 가르쳤던 선수가 실업팀으로 이적하여 인정을 받고 더 나아가 왼쪽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 여러 나라의 코트를 달릴 때면 나도 모르게 뿌듯함이 밀려왔다. 그 뿌듯함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그로 인해 더 즐겁게 가르쳤다. 체육관으로 향할 때면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온종일 내 머릿속은 휠체어 농구 생각으로 가득 찼다. 데이트 코스를 짜듯 훈련 일정을 짰다. 훈련이 없는 날은 여자 친구를 못 만나는 것처럼 섭섭하였다. 섭섭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핸드폰으로 휠체어 농구 동영상을 보곤 했다.

우리 팀은 나와 다르게 휠체어 농구를 즐기면서 하는 선수들이 많이 있다. 그중에 N선수가 있다. N선수는 54세 나이로 팀에 늦게 들어왔다. 나이는 많지만 다른 선수들보다 휠체어 농구를 즐기면서 한다. 한 번은 시합 중이었던 일이다. N선수는 수비와 치열한 몸싸움 끝에 좋은 자리를 잡아 리바운드하였다. 그리고 바로 슛을 하였다. 공은 링을 두 바퀴 돌며 아슬아슬하게 링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순간 기쁜 나머지 손뼉을 다섯 번 치더니 검지 손가락을 우리 벤치 쪽으로 가리킨 후 소리 지르며 백코트(우리 코트)로 달려가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 모습만 보아도 농구 시합을 즐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또 격주로 주말 근무하는 날이면 본인의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밥도 먹지 않고, 옷 갈아입는 시간도 아깝다며 러닝셔츠 차림으로 훈련에 참여한다.

선수는 훈련을, 회사원은 일을 즐기면서 해야 한다. 즐기는 사람은 주어진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뿐만 아니라 성장 또한 빠르다. 즐기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 생각 없이 코트를 40분 동안 시계추 마냥 왔다 갔다 할 뿐이다.

프리미어리그 우승 13회, 잉글랜드 FA컵 5회, UEFA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 등 총 38회의 트로피를 들어 올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의 감독 알렉스 퍼거슨 경은 그의 책《알렉스 퍼거슨 열정의 화신》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난 모든 선수들이 매 시즌마다 축구를 즐기고, 도전을 맛보길 원한다. 난 때때로 몇몇 선수들이 그들의 인생에서 뭔가 잘 되지 않을 때 축구를 즐기지 못하는 상황을 보아 왔다. 그게 바로 자멸하는 것이다. 선수들이 즐기지 않는 팀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축구라는 건 아무리 최고 수준의 경기라도 항상 즐기면서 해야 한다. 내가 올드 트레포드에서 항상 바라는 것-기술, 결정력, 열정, 갈망 등 팀이 이기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에 앞서 가장 중요한 정신은 바로 즐기는 일이 항상 가득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나는 매 시합에 앞서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40분 동안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끝났을 때 나 자신에게 부끄럼 없는 경기를 하고 즐겁게 뛰어놀다 들어와라.”

즐겁게 게임을 하다 보면 경기는 쉽게 풀려 좋은 결과가 나온다. 설령 최선을 다하고 즐겼는데도 결과가 나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선수들에게 뭐라고 하지 않는다. 결과보다 즐기는 법을 배웠기에 뭐라고 할 수가 없다.


KBL 정규리그 MVP 4회, KBL 플레이오프 MVP 3회를 수상한 현대모비스 프랜차이즈 스타 양동근 선수는 한 인터뷰에서 본인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너는 잘 즐기고 있구나! 농구도 그렇고 대학 생활도 재미있었어요. 농구도 게임 안에서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을 다 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과 코치님, 그리고 선수들이 믿어줬기 때문에 즐기면서 농구를 했고, 너무나 재미있게 지냈어요.”

38세인 양동근 선수가 포기하지 않고 25년 동안 꾸준히 농구를 할 수 있었던 건 농구를 즐겼기 때문이다. 즐기면 코트에서 보이지 않던 보이게 된다. 보이지 않던 게 보이면 플레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플레이를 자유롭게 할 수 있으니 농구가 더 재미있을 수밖에. 선수나 직장인이나 뛰어노는 망아지처럼 목장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녀야 한다. 신나게 뛰어놀다 보면 어느새 목장의 주인공이 된다.

초롱이랑 별명으로 그라운드를 누빈 대한민국의 전 축구선수였던 이영표 선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맞는 말이다. 절대로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정말로 이길 수 없다. 일단 마음가짐부터 다른데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이야기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토끼는 재능만 믿고 경주 도중에 시원한 나무 그늘 밑에서 낮잠을 잔다. 거북이는 결승선에 골인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걷는다. 결국 거북이가 이긴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거북이에 대해서 모르는 게 하나 있다. 거북이는 토끼를 이기기 위해 노력한 게 아니다. 결승선에 가는 과정을 즐겼을 뿐이다.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감상하면서 즐겼다. 즐기면서 걷다 보니 발걸음이 가벼워 토끼보다 먼저 결승선에 도착한 것이다.

현재 삶이 힘들다면 지금 이 순간 즐겨야 한다. 즐기는 순간 당신의 발걸음이 가볍게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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