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누구나 남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마틴 루터킹
농구단에 부임하고 바로 일주일 후 휠체어 농구선수들과 함께 전국 휠체어 농구대회에 참가했다. 나는 대회 참가 전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
“이번 대회는 저는 참관만 하겠습니다.”
그랬다. 나는 휠체어 농구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비장애인 농구선수로 8년, 유소년 농구 지도 6년. 일반 농구는 그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하지만 휠체어 농구는 전술·기술 모든 게 자신 없었다. 그래서 이번 전국 휠체어 농구대회를 통해 휠체어 농구를 파악하려고 했던 것이다.
직접 휠체어 농구를 보니 내가 생각했던 휠체어 농구와는 다르게 박진감이 넘쳤다. 그리고 스피드 또한 빨랐다. 거기에 진로 방해까지 가능했다. 한마디로 자동차를 타고 농구를 하는 것 같았다.
가로 28m, 세로 15m 코트 안에서 휠체어 10대가 골을 넣기 위해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움직였다.
수비하는 B선수는 공격하는 A선수가 공격 코트로 넘어가지 못하게 사이드라인 선(가로 선)까지 밀어붙였다. A선수는 움직이지 못했다. 아니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일반 농구는 공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사이드라인 선을 밟고 밖으로 나갔다가 코트로 다시 들어가 수비를 따돌릴 수 있다. 하지만 휠체어 농구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는 걸 휠체어농구 경기 규칙 서를 보고 깨달았다.
휠체어 농구선수가 고의적으로 아웃 선 밖으로 나가면 바이얼레이션(농구 규칙 위반을 통틀어 이르는 경기 용어)이 선언 후 경고가 주어진다. 반복될 시에는 테크니컬 파울(선수나 팀 관계자가 스포츠맨십이나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난 행동을 할 경우 부여하는 파울)이 선언된다. 경기 규칙 자체가 신기하고 새로웠다. 일반 농구처럼 FIBA(국제 농구연맹) 경기장과 동일한 규격, 농구 골대 3.05m, 거기에 6.75m 3점 슛 거리까지 농구 규칙만 빼고 모든 게 일반 농구와 똑같았다.
계속 경기를 보다 보니 장애인 선수가 정말 대단하다는 걸 한 번 더 느꼈다.
나는 우리 팀 훈련 때 휠체어를 타고 자유투를 던져 보았다. 6.75m의 3점 슛 거리보다 짧은 5.8m 거리지만 골대의 림도 닿지 않았다. 그런데 장애인 선수들은 3점 슛이 날아갈뿐더러 골 까지 넣었다. 그 모습을 보니 ‘제한적으로 전술을 지도해야겠다.’라고 생각한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나는 장애인 농구선수도 일반 농구 선수처럼 똑같이 가르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T. F Hodge는 이렇게 말했다. “하늘은 나의 한계를 결정하지 않는다. 한계를 결정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나는 선수들의 능력을 직접 눈으로 보지 않고 한계를 결정지은 것에 후회했다. 한계는 그 누구도 결정지을 수 없다. 오직 본인만 한계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 날 우리 팀은 시합이 끝난 후 평가회의를 진행했다. 시합에서 잘한 플레이와 못한 플레이에 대한 말들이 오고 갔다. 그러던 중 총감독님은 나에게 말했다.
“다른 팀 선수들이 하는 플레이도 봤는데 만약에 Best 5를 고른 다면 누구를 고를 건가요?”
“음… 저는 K 선수, J선수, O선수, Y선수, K 선수를 뽑겠습니다.”
“아!! 그러면 14포인트가 넘는데….”
“14포인트요?”
대한 장애인체육회 추천도서『휠체어농구 – 옮김 최승권 구근회 임찬규』에서 휠체어 농구선수 기능 등급분류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휠체어농구의 등급분류는 선수들이 농구의 기본 동작(휠체어 밀기, 드리블, 슛, 패스, 리바운드와 접촉에 대한 반응)을 시행하는 신체적인 능력에 기초해서 기능 등급으로 나누는 것이다. 휠체어 농구에서 등급분류의 목적은 모든 선수들에게 팀의 주전으로 뛸 수 있는 동등한 기회와 권리를 주도록 하는 데 있다. 선수들은 1.0(가장 낮은 신체적 기능을 가진 선수 등급)에서부터 4.5(최소 장애를 가진 선수를 포함하여 가장 나은 신체적 기능을 가진 선수 등급)까지 등급으로 나눠진다. 이 등급은 선수들의 “기능 등급” 이 되며 정식경기에서 코트에 한 팀 다섯 명의 선수 기능 등급의 합이 14포인트를 넘어서는 안 된다. 14포인트 이하는 허용된다. 선수 등급분류 체계와 ‘팀 발란스’ 규칙으로 인하여 IWBF(국제 휠체어 농구 연맹)는 팀 간의 기능적인 잠재력을 동등하게 했고 경기의 결과는 오직 선수의 체력과 기술에 의해서만 이루어지게 되었다. IWBF선수 등급체계는 독일의 Horst Strohkendl에 의해서 제안되었고 발전되었다. 기능적 등급분류체계는 1982년 휠체어 농구를 하고 있던 나라들에 의해 정식으로 채택되었고 국제 메이저대회로는 1984년 영국에서 열린 장애인올림픽대회부터 사용되었다.”
선수들은 각각 등급을 가지고 있으며, 등급은 운동범위에 따라 분류된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등급 선수 : 모든 면에서 몸통 운동이 아주 적거나 조절이 안 된다. 앞·뒤면과 좌·우면에서의 균형이 현저히 떨어지고 균형을 잃었을 때 곧추선 자세로 돌아오려면 양팔을 의지해야 한다. 능동적 몸통 회전이 없다.
2등급 선수 : 앞·뒤면 어느 정도 능동적 운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좌우면에서의 동작이 이루어지지 않고, 몸통 상부의 회전은 되나 몸통 하부의 회전은 약하다.
3등급 선수 : 앞·뒤면 몸통 운동이 자유스러워서 바닥을 향하였다가 지지 없이도 일어난다. 몸통 회전이 자유스러우나 좌·우면으로의 동작이 조절되지 않는다.
4등급 선수 : 몸통 운동은 정상적이나 보통 한쪽 하지에 장애가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의 좌우면 동작의 조절에는 어려움이 많다.
4.5등급 선수 : 모든 면에서 몸통 운동이 정상적이며 어려움 없이 양쪽으로 좌우면으로 동작을 할 수 있다.
장애로 인해 신체적 능력이 떨어져도 누구나 Best가 될 수 있다. 휠체어 농구는 경증(병이 가벼운 상태) 장애인, 중증(아주 위험한 병의 증세) 장애인 누구에게나 팀의 주전으로 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그러니 집에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와 기회를 잡아라. 그러면 당신도 하늘의 태양은 아니라도 적어도 별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