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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윤 Feb 19. 2020

창의적인 플레이는 예술 작품과 같다

사진출처-https://www.google.co.kr/search?q=%

창의력의 원천은 재미를 가지고 노력하는 마음이다-찰스 다윈


 농구를 은퇴한 하승진 선수는 KBS 스포츠 9에서 선수들이 창의적인 플레이를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분위기 자체가 너무 강압적이야. 창의적인 플레이를 못하게 만들어. 어린 선수들이 막 화려하게 플레이를 해? 그러면 감독이 “어디서 주접을 떨고 있네!” 솔직히 선수들도 너무 재미가 없어. 어떻게 보면 망해가고 있다는 표현이 맞아.”


 하승진 선수가 말한 것처럼 나의 10대의 선수 시절도 그랬다.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훈련을 했고, 그 훈련은 언제나 틀에 박힌 전술뿐이었다. 조금이나마 틀에 박히지 않는 창의적인 플레이를 보이면 바로 그 자리에서 혼이 났다. 

이런 상황은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선수들이 훈련을 하니 본인 플레이가 잘한 플레이지, 아님 못한 플레이인지 판단을 하지 못하는 거다. 그래서 슬금슬금 감독의 눈치를 살피는 거다. 이러니 선수들한테 창의적인 플레이가 나올 수 있겠냐 말이다.

 본인이 생각하고 본인이 판단해야 창의적인 플레이가 나온다. 창의적인 플레이가 나와야 선수도 재밌고, 그 선수를 바라보는 관중 또한 즐겁다. 


 

사진출처-https://www.google.co.kr/search?q=%EB%86%8D%EA%B5%AC+%EA%B9%80%EC%8A%B9%ED%98%84&tbm=isch&ved=2

 프로농구 선수 중 창의적인 플레이를 참 잘한 선수는 김승현 선수라고 생각한다. 내가 김승현 선수를 처음 본 건 고등학교 2학년 여름. 우리 학교 체육관이었다.


  김승현 선수는 D대학교 농구팀 소속으로 우리 학교로 전지훈련을 왔다. 오후 3시에 연습 게임을 시작하기로 했다. 

우리 팀과 D대학교는 2시 30분 전에 체육관에 도착해 몸을 풀었다. 다들 한 참 열심히 몸을 풀고 있는데 한 선수가 느그적느그적 체육관에 들어왔다. 나는 그 선수를 보면서 얼굴도 어려 보이고 나보다 키도 작아 농구팀 주무라고 생각을 했다. 

 작은 시곗바늘이 숫자 3을 가리켰다. 중앙선에 양 팀 선수가 마주 보았다. 근데 내 앞에 조금 전 느기적느기적 걸어 들어온 그 선수가 서 있는 게 아닌가. 


 순간 나는 ‘이 선수 뭐지….’


 그 선수를 파악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드리블 ‘퉁 퉁’ 두 번에 골밑에 가있었고, 창의적인 패스 한 번에 같은 팀 선수는 골을 넣었다. 우리 팀은 속수무책(束手無策)이었다. 시합 중 내가 한 거는 그 선수 뒤꽁무니만 쫓아다닌 것 밖에 없었다. 그 선수 플레이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제일 놀라 건 볼 없는 움직임이었다. 


 우리 팀 터치아웃으로 D대학교 볼이었다. D대학교 A선수가 볼을 가지고 엔드라인 밖에 서있었다. 나는 볼도 보지 않은 채 김승현 선수가 볼을 잡지 못하도록 악착 같이 박스 앤드 원 수비(1명의 방어자는 1명의 특정 공격자를 맨 투 맨으로 방어하는 방어 법. 특정한 1명의 공격자의 득점력에 의존하는 팀에 대하여 효과적인 방어법)를 했다. 

 김승현 선수는 나를 뿌리치려고 좌·우로 2번 움직이다 순간적으로 스톱했다. 그러고 나서 바로 공을 잡으려고 하늘을 향해 천천히 두 팔을 올렸다. 순간 나는 볼을 가로채려고 몸을 순식간으로 돌려 팔을 하늘로 뻗었다. 그런데 공은 없었다. 다시 수비하려고 몸을 돌렸는데 김승현 선수는 바로 컷을 해 편안하게 레이-업 슛을 하고 있었다.


 나는 김승현 선수의 창의적인 플레이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김승현 선수는 농구선수 이전에 배우였다. 그런 김승현 선수에게 농구코트는 연극무대처럼 보였다. 김승현 선수 표정 하나에 수비는 나가떨어졌고, 행동 하나에 관객들은 박수를 쳤으니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는 김승현 선수에게 열광하는지도 모르겠다. 


 김승현 선수의 창의적인 플레이는 중학교 때 '농구인의 영원한 할아버지' 고 전규삼옹(2003년 작고)님께 농구를 배웠다고 한다. 


 김승현 스포츠해설가는『스타뉴스』김재동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농구인의 영원한 할아버지' 고 전규삼 선생님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기본기와 기초체력, 부상 방지 등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하셨다. 가령 드리블을 하기로 말하면 온종일 드리블만 했고 계단 뛰기 등을 거르지 않았다. 부상 방지를 위해 매트 깔아놓고 구르기와 낙법 훈련까지 받았다. 그리고 경기에 임해서는 끊임없이 창의적인 플레이를 요구하셨다. 패스를 해도 이상한 패스를 하지 않으면 혼났다. 이런 패스 해봐라, 저런 패스 해봐라…. 그런 교육을 받으며 체력과 기본기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부상 방지요령과 창의적 플레이의 중요성을 터득했다"


 창의적인 플레이는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 농구선수는 외국 농구선수에 비해 창의적인 플레이가 현저히 떨어진다. 그 이유는 팀의 감독이 성적에 매달리다 보니 선수를 강압적 분위기 속에서 훈련을 시키고, 또 조금만 실수를 해도 혼내기 때문이다.  


 

사진출처-https://www.google.co.kr/search?q=%EC%A1%B0%EB%8D%98%EB%9D%BC%EC%9A%B0%EB%A6%AC&tbm=isch&ved=2a

 스테판 커리, 클레이 탐슨, 조쉬 칠드리스, 벤 고든을 지도한 세계 최고의 스킬 트레이너 조던 라우리는 『바스켓 코리아』이성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농구 문제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 선수들은 눈치를 너무 많이 본다. 코칭스태프, 선배, 주변 환경 등을 지나치게 의식한다. 연습 때는 정말 잘하던 선수들이 경기만 시작되면 소극적으로 변한다. 주변 눈치를 보면서 위축되는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과 환경 속에서는 크게 성장할 수 없다.” 


 나는 우리 팀 선수들이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게 실수해도 좋으니 무조건 시도해보라고 가르친다. 왜냐면 체스트 패스(공을 가슴에서 밀어내듯이 던지는 패스)를 해서 뺏기나 비하인드 백 패스( 팔을 등 뒤로 돌려 같은 편에게 공을 전달하는 패스)를 해서 뺏기나. 뺏기는 것은 매 한가지기 때문이다. 실수를 두려워 정직한 패스만 한다면 창의적인 패스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 실수를 통해서 배웠기에 창의적인 패스가 나오는 것이다. 실수해도 좋으니 계속 시도해봐야 한다. 


 누군가 그랬다. 


“창조적인 삶을 살려면 내가 틀릴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버려야 한다.”라고.


 나는 우리 팀 D 선수를 참 좋게 본다. 패스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는데도 훈련 때 툭하면 비하인드 백 패스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패스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으면 상대 선수는 잔소리를 한다. 그런데도 전혀 눈 깜박 안 한다. 그런 점이 참 마음에 드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매끄럽지 않은 패스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선수는 우리나라에서 창의적인 패스를 제일 잘하는 선수로 성장할 거라고 나는 믿는다.


 우리나라에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가 많이 나오려면 감독은 강압적인 분위기가 아닌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채찍이 아닌 당근을 주어 계속 시도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 농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는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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